[시사뉴스 김정호 기자]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망 유족들과 자가격리자들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 관련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가를 상대로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가배상법에 의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병원에 대해서는 민법 750조의 고의 과실부분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국가가 감염병관리 체계와 예방, 방역대책 확립, 감염병 정보 제공, 감염 환자 조기진단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내용을 소장에 담는다.
병원을 상대로는 감염병 예측에 따른 사후 피해 방지 노력이 미흡했다는 점을 들어 감염병 관리에 과실이 있었다는 책임을 묻는다. 원고는 16번 확진자로부터 감염돼 숨진 45번 환자 유가족과 165번 확진자와 함께 투석을 받다 자가격리된 일가족이다. 173번 환자는 관련 서류가 준비되는 대로 이번 주중 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다.
소송은 각각 개별건으로 진행된다. 45번 환자 유가족의 경우 지난 5월28일 함께 응급실에 있었던 16번 환자가 이후 메르스 확진환자로 판명났음에도 감염 가능성에 대해 어떤 주의사항도 고지하지 않는 등 감염 관리 의무를 저버렸다며 건양대병원과 국가를 고발했다.
이와 함께 45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에도 병원에서는 가족들에 대한 별다른 면회 제한 조치를 않는 등 사후 피해 확대 방지 의무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65번 환자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자가격리된 가족 역시 강동경희대병원 측이 고열, 기침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이던 165번 환자에 대해 사전에 별다른 격리조치 없이 일반 환자들과 함께 투석을 받게함으로써 감염 관리에 대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 자가격리 후 보건 당국은 타액·혈액검사 요구를 거부하는 등 감염병 조기 진단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국가도 고소했다.
173번 환자 가족은 76번 확진자가 강동성심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은 시간에 병원에 내원했지만 173번 환자는 격리대상에서 빠졌으며 증상 발현 이후에도 단순 디스크증상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형외과 진료를 받게했다며 소장을 제출했다.
173번 환자 아들 김형지(48)씨는 “병원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환자를 진료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방역당국이 초기에 병원명을 공개했다면 76번 환자도, 76번 환자를 감염시켰다고 하는 14번 환자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며 흐느꼈다.
소송대리를 맡고 있는 신현호 변호사 역시 “감염병 관리는 간첩작전과 똑같이 신고, 경계발령으로 이어지는 단순 구조로 이뤄졌어야 한다”며“간첩 발생 장소를 공지해서 시민들의 접근을 자율적으로 막는게 중요한데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정보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감염 확산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고들은 사망자에 대해서는 일실소득을 계산해 보상할 것을 요구했다. 또 유족에 대해서는 사망자의 일실소득 상속금과 사망 위자료 100만원~2000만원 등을, 격리자는 위자료 100만원과 일실소득을, 비격리자는 위자료 100만원을 각각 청구했다.
앞서 경실련은 메르스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를 지원하고 향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지난달부터 국가배상 집단소송에 참여할 원고단 모집에 들어갔다. 경실련은 이날 공개된 3건 외에도 추가 5건에 대해 소송을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