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로비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2일 홍준표(61) 경남도지사와 이완구(65) 전 국무총리를 불구속기소 하는 것으로 관련 수사가 결국‘용두사미’로 끝났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 성 전 회장으로부터 각각 1억원과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를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과 함께 리스트에 거론된 허태열(70)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기(68) 청와대 비서실장, 새누리당 홍문종(60) 의원, 서병수(63) 부산시장, 유정복(58) 인천시장 등 친박 핵심 인사들에 대해서는 전부 무혐의 처분했다. 김기춘(76)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또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특혜 의혹과 관련,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62)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이재정(71) 전 통일부 장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성 전 회장의 특사를 청탁한 의혹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73)씨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했다.
◆시간만 끌다 마친 검찰 수사…“봐주기·물타기 수사의 전형”
검찰이 2012년 당시 새누리당 불법 대선자금 의혹은 제대로 규명하지도 않은 채 막판에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노무현 정부 당시 사면 특혜 의혹으로 수사를 전환하면서 '봐주기 수사', '물타기 수사' 논란만 제기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미 지난 5월 말부터 사실상 수사가 끝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검찰이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불구속 기소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것도 그 당시였다. 검찰은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친박 핵심 인사 6명에게는 일괄적으로 서면질의서를 보냈었다.
이때부터 검찰의 관심은 오히려 리스트 밖을 향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달 초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의혹과 관련해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서면조사했고, 이후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도 불러 조사했다. 당초 "리스트에 기초한 수사"라고 했던 검찰은 갑자기 "리스트에 국한된 수사가 아니다"며 말을 바꾸기도 했다.
명분은 "제기된 모든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이 앞으로 제기할 특별검사제 대비용이라는 게 더 설득력 있는 분석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같은 정략적 판단이 아니라면 리스트 속 친박 인사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서면조사를 통해 사실상 '면죄부'를 주면서도 공소시효가 지난 건평씨는 직접 불러서 조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팀의 이 같은 행보를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를 먼저 재판에 넘긴 뒤 나머지 리스트에 거론된 친박 핵심 인사들에 대해서도 차례로 소환해서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게 순리였다고 판단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금품 공여자가 사망한데다, 현실 권력을 수사해야 한다는 한계가 분명히 있었던 만큼 수사팀에서 뭔가 새로운 걸 밝혀내리라는 기대는 애초에 크지 않았던 것 아니냐”며 “그러면 수사의 절차, 과정 등을 투명하게 진행해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고,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 수사를 했어야 하는데 검찰은 그 부분에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그랬다면 시간을 좀 끌었더라도 비판보다는 격려가 더 많았겠지만, 지금으로선 시간만 끌면서 봐주기, 물타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9일 성 전 회장이 사망한 후 그의 상의 주머니에서 친박 핵심 인사 등 8명의 이름과 금액 등이 적힌 메모지 한 장을 발견했다. 메모지에는 △김기춘 10만달러 △허태열 7억원 △홍문종 2억원 △서병수 2억원 △유정복 3억원 △홍준표 1억원이완구, 이병기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