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이명박 정권 말기, 그의 측근들에 대한 잔혹사가 시작됐다.
현직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되는가 하면, 멘토로 불리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왕차관으로 통하며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과 힘겨루기를 벌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수의(囚衣)를 입는 신세가 됐다.
불과 몇일 전에는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구속된 임석 솔로몬 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했다. 김 실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했고 청와대는 자체 조사없이 이번주중 사의를 수리하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15년 전인 신한국당 국회의원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측근 중의 측근이다. 정권말기 레임덕도 문제지만 툭하면 터지는 대통령과 연결된 인사들의 잇따른 비리는 청산되어야할 문제다.
지난 정권에서 봉하대군으로 불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도 그랬고, 이 정권에서는 은진수 전 감사위원,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영일대군(이상득)의 사태를 한발짝 물러서 관망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처지를 살펴봤다. 적어도 대국민 사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된 일절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형님의 몰락’ 헌정사상 처음 이상득 구속
대통령의 친형이 대통령 임기중 구속된 것은 우리나라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즉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저축은행으로부터 5억여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 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 10일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서울중앙지법 박병삼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주요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 지금까지 수사 진행 상황과 피의자의 지위 및 정치적 영향력에 비춰 볼 때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이 전 의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이 전 의원에 대해 2시간30분 정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결과다.
이 전 의원은 말을 아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서울 서초동에 있는 대검찰청 앞에서 ‘대통령에게 할 말은 없는가’, ‘국민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언론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는 짧은 대답을 남길 뿐이었다.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에 따라 ‘임석 게이트’의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의 구속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았거나 추가로 파악된 혐의들을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우선적으로 이 전 의원이 임석(50·구속 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56·구속 기소)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퇴출 무마 등의 각종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는지, 그 후에 자신이나 측근을 통해 관련 부처 인사들을 상대로 ‘액션’을 취했는지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 3일 대검찰청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에 소환돼 임 회장 등으로부터 돈을 받은 경위와 사용처 등을 16시간여 조사받았다.
이 전 의원은 소환 조사에서 일부 혐의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돈의 대가성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하지만 혐의 입증을 자신하며 3일 뒤인 지난 6일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부정수수 등 2가지 죄목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은 ‘상왕’, ‘영일대군’ 등으로 불리며 최고 실세 노릇을 해왔다.
그는 현직 대통령의 형으로는 처음으로 구속되는 기록을 세웠다. 과거 전기환씨(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나 노건평씨(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도 같은 처지였지만 이들 모두 동생이 퇴임한 뒤에 구속됐다.
지난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형인 전기환씨가 노량진수산시장 운영권 강제교체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됐고, 2008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과정에 개입한 것과 관련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의원의 경우가 전기환씨나 노건평씨의 경우와 다른 것은 그가 국회의원이라는 공직을 맡고 있으면서 정권 내내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것이다.
그와 함께 큰 권력을 행사한 영포라인 인사들 중에는 이미 구속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모두 금융 기업인 등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면서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이 전 의원은 다른 사람의 부패까지 나서서 막아도 모자랄 사람이다.
그런 그가 직접 부실 저축은행 회장들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것은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는 범죄행위로 국민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그에게 돈을 준 회장들이 운영하던 부실 저축은행들은 영업정지된 상태이고, 부실 저축은행의 피해자들은 이 전 의원에게 분노하고 있다.
합수단은 이 전 의원이 추가로 받은 돈은 없는지, 그리고 받은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을 철저히 밝혀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