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정밀한 판단 위해서는 추가 분석과 확인 작업 필요하다” 5월 21~26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 처리시설을 점검한 정부 시찰단이 귀국해 브리핑한 핵심 내용이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물탱크에 보관해온 고농도 방사능 물질이 섞인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ALPS)로 정화 처리한 뒤 올여름부터 방류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지속되었다. 그러자 한일 정상은 지난 봄 ‘과학적 검증’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한국 정부의 시찰단 파견과 활동에 합의하고 이번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찰단의 활동 보고 이후 논란은 더 거세졌다. 여야는 물론이고 진영 간에 논쟁이 격렬하다. 정부와 여당은 ‘과학’의 영역임을 강조하며 反日선동‧가짜뉴스로 사실을 왜곡하는 정치 선동을 멈추라고 야권과 시민세력의 문제제기를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이번 정부 시찰단 활동 보고 내용만 보더라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확실하게 담보했다고 보긴 어렵다. 시찰단은 겨우 이틀 동안 후쿠시마 현장점검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된 오염수 및 삼중수소를 희석하는 설비 등을 살펴봤다. 그것도 도쿄전력이 보여주는 설비의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시찰단이 독자적으로 시료 채취를 하는 등의 활동은 전혀 하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고 왔다’는 야권의 주장을 마냥 틀리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니 시찰단이 일본의 7월 오염수 방류 계획에 들러리만 섰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아닌가. 거기다 시찰단 스스로 분석과 확인이 더 필요하다며 확답을 유보했다.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그간 제기된 여러 의혹들이 다 해소된 게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데도 문제제기하는 쪽을 그냥 反日 정치선동으로 규정하는 건 ‘과학’의 영역이라 할 수 있나? 또 시찰단이 다음달로 예정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 발표 이후 최종평가를 내놓겠다는 것도 무책임하다. 정부가 독자적 대응을 포기한 채 국제원자력기구의 ‘방류 승인’에 슬그머니 편승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비과학적’이며 ‘정치적 선동’인가?
당초 시찰단 파견과 진행과정부터 한일 정상의 ‘과학’의 영역이 아닌 정치적인 판단이라는 의심을 샀다. 12년만에 한일 간 ‘셔틀외교’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양국 정상이 해결할 현안 중 하나로 서둘러 시찰단에 합의했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한국의 독자적 검증을 반대하던 일본 정부가 갑자기 ‘시찰단’에 합의하고, 윤석열 정부가 ‘과학에 기초한 검증’을 강조하며 암묵적으로 오염수 방류 결정에 동의하는 기류를 보인 것이 이런 해석을 나오게 한 배경이었다. 사실 ‘과학적 검증’은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결정하면서 항상 들고 나오던 전가보도(傳家之寶)였다. 그리고 그 ‘과학적 검증’의 핵심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결정이다.
하지만 IAEA는 국제적으로 원자력 기술 증진을 위해 만든 조직이다. 객관적으로 방사성 오염수 등 방사성 오염물질에 의한 해양 생태계 훼손이나 인체 위해 상황을 평가하는 기관이 아니다. 또한 일본과 IAEA 간에 맺은 협정 범위는 오염수 방류 설비 적정성이나 절차를 살펴보는 내용일 뿐이고, 초국경적 환경피해나 해양 생태계 훼손 문제 등에 대해서는 협정 범위를 넘어서 일절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1993년 러시아가 오염수 방류하려고 할 때 반대했다. 당시 일본은 과학적으로 다 확인이 안됐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금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강변한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과연 과학적으로 다 확인이 됐는가? 정부가 납득할 만한 설명과 정보는 제공하지 않으면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이다. 일본정부의 주장대로라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기간은 앞으로 30년간 지속된다. 그보다 더 오랜 기간 방류될 수도 있다. 방류된 오염수가 후대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권력이 ‘과학’을 독점하려는 태도는 ‘과학’적인 태도가 아니다.
글쓴이=백왕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전 내일신문 기자
전 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 부소장
전 평화재단 이사
전 평화재단 통일의병 대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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