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고소인 전 비서 "처음 그때(성추행 있었을 때) 신고 안한 것 후회"
오후 2시 기자회견...박원순 사후 첫 공식입장 밝혀
[시사뉴스 홍정원 기자] 박원순 고소인 전 비서 측(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변호인 김재련 변호사 등)이 13일 오후 2시 기자회견에서 "처음 그때 신고했어야 마땅하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다"고 고(故) 박원순 고소인 공식입장을 대신 낭독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박원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자리에서 박원순 고소인인 전 비서(여비서)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김혜정 부소장에 따르면 박원순 고소인 전 비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련했다. 너무 후회스럽다"며 "처음 그때 저는 소리를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박원순 고소인 전 비서는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다. 긴 침묵의 시간에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다"며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고 호소했다.
박원순 고소인은 "안전한 법정에서 그 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다. 용서하고 싶었다"며 "법의 심판과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용기를 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다"며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고소인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다. 그러나 50만명 넘는 국민의 호소(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 번 느끼고 숨이 막히게 한다"고 토로했다.
앞서 고(故) 박원순 시장 장례를 서울특별시 기관장(葬)으로 5일 동안 치러지는 것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게시한 지 이틀 만에 5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 글은 이날 오전 10시 50분께 '50만명 동의'를 돌파했다.
박원순 고소인은 또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며 "저와 제 가족의 고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고소인 전 비서 측은 이날 "4년간 성추행이 있었다"면서 그동안 성추행 의혹을 주장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서울시 측이) 피해를 사소화하는 반응 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박원순 고소인인 성추행 피해자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박원순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말하거나 비서 업무는 보좌하는 역할이라는 등 반응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김혜정 부소장은 박원순 고소인 전 비서에 대해 "더이상 피해자(박원순 고소인)의 심리적 상황이 비밀을 유지하며 살기 어려워 고소를 망설이다 결심했다"며 "(박원순 시장이) 그런(극단) 선택한 것은 전혀 몰랐던 사안이다"고 발언했다.
박원순 고소인 측의 공식입장이 나온 것은 박 시장이 10일 0시께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 사실이 밝혀진 후 처음이다.
※ 우울감이나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 예방 상담 전화(1393), 자살 예방 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