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전관 변호사 2명에 대한 강제수사를 시작한 후 검찰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구명 로비 의혹이 제기된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6) 변호사와 검사장 출신 H변호사를 동시에 수사선상에 올렸으나 진행 속도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는 탓이다.
우선 최 변호사 수사는 상당한 속도감이 느껴진다. 검찰은 정 대표 해외 원정도박 사건 항소심 변론을 맡은 최 변호사가 “판사를 잘 안다. 보석을 받도록 해주겠다”고 말하며 사건을 수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 변호사가 받은 착수금은 20억원이었고, 보석에 성공하면 30억원을 더 받기로 계약을 맺었다는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목에서 검찰은 최 변호사가 개인적 인연을 전제로 사건을 수임한 것을 위법으로 보고 있다. 변호사법 30조에 따르면 ‘변호사는 재판이나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과의 연고 등 사적인 관계를 드러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보석을 조건으로 30억원 수임료를 더 받기로 계약한 것 역시 변호사법 33조 독직행위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 변호사가 재판과 관계있는 검찰 직원 등을 접촉한 것도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관련 법령을 검토 중이다.
이런 이유로 검찰은 전날 긴급체포한 최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과거 정 대표 해외 원정 도박사건을 무혐의로 이끌어 내 전관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H변호사의 경우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이 최 변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일주일이 지난 10일에야 H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 한 것도 사실상 영장이 발부될 정도의 혐의를 특정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날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검찰이 H 변호사의 탈세 등 혐의를 어느 정도 확인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간부 출신 한 인사는 “지난번 최 변호사 압수수색 당시 H변호사도 같이 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혐의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따라서 오늘 압수수색을 했다는 것은 탈세든 뭐든 나온 게 분명히 있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그러나 “탈세 혐의는 단순 미신고의 경우 세금 추징은 해도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면서 “H 변호사가 사기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했다는 것을 검찰이 입증하는 게 앞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H 변호사가 검사장 출신이라는 점도 검찰에겐 부담이다. 부장판사 출신인 최 변호사는 구속하면서 H 변호사는 불구속할 경우 '제 식구 봐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혹여 두 사람의 형사처벌 수위가 다를 경우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특별검사 도입 요구가 거세질 수 밖에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사건이 특검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보니 검찰은 부실수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두 변호사의 '바닥'까지 뒤질 수 밖에 없다”며 “문제는 일부 언론에서 의혹을 너무 무차별적으로 키운 상황이라 두 사람의 형사처벌 수위를 맞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