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필환 기자]정부가 국민재산 증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내놓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ISA는 한 곳에 예·적금, 주식형·채권형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주가연계증권(ELS) 등 여러 금융상품을 담아 관리하는 종합 계좌다. 계좌별 합산 손익을 따져 200만∼250만원의 수익에는 비과세한다.
직전 연도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근로자와 자영업자가 가입 대상이다. 연간 2000만원씩 최대 1억원을 넣을 수 있지만 1인 1계좌만 허용되고, 판매시한인 2018년 말까지 한번 가입하면 3∼5년간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ISA 출시 첫날인 지난 14일 32만명이 1100억원 가량을 맡겼다. 가입 기관별로는 은행이 31만2464명(96.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증권사와 보험사는 각각 1만470명(3.2%), 56명(0.0%)이었다.
정부와 금융기관은 ISA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등 금융권 수장들은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 ISA 계좌를 만드는 등 홍보활동에 손을 걷어붙였다.
그러나 ISA의 실효성에 대해 영업점 직원들과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ISA가 서민을 위한 상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증권사 직원 “ISA 가입 권유 이유 모르겠다”
한 대형 증권사 창구 직원은 "고객에게 ISA 가입을 권유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그는 "ISA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자금을 3~5년간 유지해야 하고, 비과세 혜택도 크지 않다"며 "서민을 위한 상품이라고 홍보하지만 과연 이것이 서민을 위한 투자 상품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도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ISA에 목돈을 5년 동안 묶어 놔야 한다는 것은 서민 입장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비과세 혜택도 미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ISA가 연봉 1억5000만원 정도 이상을 받는 고소득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서민이 혜택을 보기 힘든 상품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 “서민에게 도움 주는 외국과는 정반대”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의 ISA는 해외 사례와 방향 설정이 반대로 됐다"며 "일본 등 해외 ISA 상품을 보면 연간 넣을 수 있는 최대액이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이지만 비과세 혜택은 수익의 거의 100%로 한국(200만원)과 크게 달라 서민들의 재산형성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ISA에서 연간 2000만원을 굴릴 수 있는 사람은 연봉 1억5000만원 이상이 되는 극히 일부 사람"이라며 "뭘 많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자들에게 유리할 뿐"이라고 분석했다.
ISA가 2018년 말까지 한번 가입하면 3∼5년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것과 관련, "과거 영국이 ISA에 장기간 인출제한을 두자 여유자금이 부족한 저소득층이 편입되지 못해 관련 규제를 얼마 지나지 않아 해제했다"며 "한국은 비과세 상품에 도식처럼 페널티를 부과하는데 이는 정부에게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세부부족 고심하는 정부, 중도인출 제한 꼼수 의혹
실제로 세수 부족으로 고심하는 정부가 안정적으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금융 관련 세금 감소 폭을 줄이기 위해 인출제한 조항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는 ISA 도입으로 연간 약 4000억원의 세수가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인출 제한 조치가 ISA의 최대 목적인 서민 재산 형성이라는 취지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ISA 기대수익률을 알 수 없는 정보의 비대칭성, 한번 튼 계좌를 바꿀 수 없는 점 등도 ISA의 단점으로 꼽혔다. 이에 대해 임종룡 위원장은 "어느 회사가 잘 운용하는지 시장이 명확히 알 수 있게 ISA 수익률 비교공시 체계를 구축하고 고객이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