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용만 기자] 한 공무원이 성희롱과 성추행 피해를 호소했다.
증언은 일관됐고, 주변 진술도 맞아떨어졌다.
그런데 조사까지 걸린 시간은 631일.
이 사건은 단순한 지연이 아니다.
권력이 어떻게 피해자를 외면하고, 조직이 어떻게 침묵으로 가해를 방조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은 7일 성명서를 통해 “2024년 7월 접수된 성고충 사건이 2026년 2월이 되어서야 조사에 착수됐다”며 “30일이면 끝날 일을 631일이나 방치한 것은 명백한 책임 방기”라고 규탄했다.
사건은 2023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해 공무원은 천안시의회 강성기 시의원으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문제는 ‘사건’이 아니라 그 이후였다.
피해자는 2024년 7월, 천안시의회와 여성가족부에 정식으로 성고충을 접수했다.
공공기관이라면 즉각 조사에 착수하고 피해자 보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천안시의회는 달랐다.
“경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한마디로 모든 절차를 멈췄다.
그 사이 피해자는 홀로 버텨야 했다.
2024년 11월, 경찰은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의회는 자체 조사를 시작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노동조합과 피해자의 반복된 요구는 묵살됐고,
시간은 계속 흘렀다.
결국 조사가 시작된 것은 2026년 2월.
무려 1년 7개월이 지난 뒤였다.
그리고 2026년 4월,
해당 사건에서 언어적 성희롱이 인정됐다.
이 결과는 한 가지를 분명히 말해준다.
“조사를 안 한 것이지, 문제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631일 동안 천안시의회는 무엇을 했는가.
노동조합은 “피해자는 조사 지연 과정에서 심각한 2차 가해와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공공기관이 보호는커녕 사실상 피해자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책임의 부재다.
가해자로 지목된 강성기 의원은 지금까지 공식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의회 역시 조직 차원의 사과나 책임 인정 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특히 당시 의장인 김행금 전 의장은
고충 상담 미이행, 전보 요청 미조치, 성고충 심의 지연 등
핵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회 내부에서 누구 하나 공개적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방의회의 구조적 한계도 드러났다.
피해자는 여성가족부와 국민권익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은 “의회는 독립기관이라 조사할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권한은 막강하지만,
책임은 흐릿한 구조.
이 사건은 바로 그 공백에서 발생했다.
노동조합은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갑질과 성희롱, 그리고 사건 은폐와 지연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지방의회는 주민의 대표기관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묻고 있다.
그 권력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피해자는 아직도 사과를 받지 못했다.
정의는 뒤늦게 도착했고,
책임은 여전히 제자리에 멈춰 있다.
631일.
그 시간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권력이 침묵할 때
피해자가 얼마나 오래 고통 속에 방치되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