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승안 교수] 복희(伏羲)황제는 용마에서 ‘하도(河圖)’를, 주문왕(周文王)은 신령스런 거북에게서 ‘낙서(洛書)’를, 공자(孔子)는 역 ‘계사전(繫辭傳)’을... 세 분의 성인이 지은 책이 ‘역(易)’이다. 복희‘씨’(伏羲氏)가 아니라 복희‘황제’(伏羲皇帝)라 칭해야 하도(河圖)는 중국 황하에서 나왔다는 신비한 그림을 지칭한다. 복희 황제가 수천 년 전에 황하를 정비하는 도중에 신령스러운 말 한 마리가 솟구쳐 나왔는데, 그 모습이 마치 머리는 ‘용(龍)’과 같고 몸통은 ‘말(馬)’의 모습이었다. 그 말의 등을 살펴보니 이상하게 생긴 점들이 있어서 그림으로 옮겼는데 이를 ‘하도(河圖)’라 칭하였다는 것이다. 이것을 연구하여 우주 순환의 원리와 삶의 철학을 발견하여 세상 사람들을 깨우친 이가 ‘복희(伏羲)’황제이다. 어떤 이들은 복희씨(伏羲氏)라 통칭한다. 그러나 ‘씨(氏)’는 격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다. 중국인이 자신의 직계조상이 아닌 동이족이었던 복희를 비하해서 부르는 호칭이 ‘복희씨’였다. 그러니 복희‘황제’라 부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복희 황제는 하도를 연구해서 중국역사 최초의 제왕(帝王)이 되었다. 진(陳)에 도읍을 정하고 150년 동안
[시사뉴스 정승안 교수] 영화나 작품들에 대한 비평이 지식인의 유희가 아니라면, 이미 만들어진 작품에 대한 평가나 지적과 같은 다양한 의견들은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더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작품에 대한 비평들은 그 안에 숨겨진 가치와 의미를 드러내는 데에도 기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영화비평가인 크리스티앙 메츠(Christian Metz, 1931~1993)가 “우리는 모든 영화를 이해한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답을 내리기란 의외로 쉽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작품으로서의 영화를 더 잘 즐기기 위한 작업의 연장 선상에 비평이 자리 잡고 있다. ‘술수의 학문’의 확장 오늘날의 영화시장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자랑하는 고액의 ‘스타’ 연예인들과 왜곡된 시장구조로 인해 수많은 비정규직을 포함하여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명당>의 영화제작자인 주피터필름 대표의 언급은 주목된다. “영화는 감독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라 출연하는 배우와 시나리오 작가, 촬영, 조명, 미술, 분장 등 각 분야를 책임 있게 수행하는 제작진과 전체 스태프, 투자자 등 모든 관계자들의 협업이자 공동 작품”
[시사뉴스 정승안 교수] 자고나면 올랐다는 말처럼 서울 집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이른바 아파트공화국시대를 맞아 집값폭등의 춘추천국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사회심리적인 상대적 박탈감의 심화는 사회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은 강남에 이어 강북지역까지 집값의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다. 충청도나 경상도에서는 매매가뿐만 아니라 전세가격도 하락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이상 현상임에 틀림없다. 부동산가격이 떨어지는 지역의 주민들이 느끼는 상실감만큼이나 올라가는 집값에 비례하는 전월세부담은 세입자와 내집없는 서민들에게는 이중의 고통으로 일상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공기업의 지방이전으로 서울 집을 팔고 지방으로 내려간 사람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도 들려온다. 서울에서는 3억~4억씩 올랐는데 직장 근처에서 구입한 집은 분양 당시의 그대로라는 것이다. 집값이 상승하면 집 없는 사람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 주식이나 펀드는 없어도 되지만 집이 없으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 집에 대한 관심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사회적 대립 심화되면 사회혁명 가능성 물론 부동산가격은 너무 낮아도 문제다. 그렇지만 일부 지역의 부동산가격 폭등은 전사회적인
[시사뉴스 정승안 교수] 백두대간은 남쪽 끄트머리에서 발을 버티는 모양으로 지기(地氣)를 응축하고 있다. 유달산(鍮達山)은 문학과 예술적으로 탁월한 인재를 배출한다. 지역마다 큰 산의 상징에는 문학과 예술 그리고 역사가 함께 스며들어있다. 근대화 및 개항과 더불어 등장하는 근대도시들은 모두 항구를 중심으로 발달한다. 경상도에서는 부산이 전라도에서는 목포나 군산이 대표적일 것이다. 문화사의 측면에서 해당 지역의 상징과 신화와 이야기들을 놓치기 아쉬울 것이다. 이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산과 봉우리들과 관련한 이야기들이다. 한반도 지형에서 특이한 것은 북에서 남으로 뻗어 내린 거대한 백두대간의 산줄기들이 바다로 바로 빠져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바닷가 끄트머리지역에서 마치 발을 뻗대는 모양처럼 산줄기들이 일어서며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금수강산이자 명당으로서의 풍수지리에 대한 고유한 관념들이 한반도에서 형성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반대로 끝에서 치솟아 오르는 모양들은 하극상이나 혁명과 저항의 모습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근대성의 형성과정이나 이후의 시대적 흐름에서 저항과 반항의 역사들이 대부분 한반도의 남쪽지역에서
[시사뉴스 정승안 교수] 인간의 일상과 삶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식주 세 가지이다. 먹지 않고 입지 않으면 한 시도 사회적 활동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다. 삶의 1/3을 차지하는 잠자리에 해당하는 주거도 일상의 주요한 기반이다. 인간의 역사는 ‘집과 주거’로 읽혀 집은 일반적으로 보금자리를 의미한다. ‘집’이라는 말의 어원은 ‘짓’으로 ‘집을 지은 것’이라는 건축물에 해당한다. 한자로는 ‘家’ 또는 ‘室’, ‘屋’ 등 다양한 용례가 있다. 일반적으로 쓰는 가(家)를 ‘갓머리’에 해당하는 부수와 돼지(豕)를 본 딴 상형문자라는 설도 있다. 외부 침입으로부터의 보호라는 ‘집’의 본래적 기능을 넘어 인간은 주위환경에 대한 시지각적인 인식을 통해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주거 입지나 건축물의 형상, 형태들이 인간의 삶과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검증된 관념이기도 하다. 삶에서 주거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보편적인 문화양식의 하나이다. 인간의 역사는 집과 주거를 통해서도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풍수는 집터를 구하고 건물의 모양과 방향을 정하는 것은 물론 건축물의 모양이나 건축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개입된다. 풍수에는 해당 지역과 문화의 특성이
[시사뉴스 정승안 교수] 최근 들어 가장 자주 등장하는 뉴스 중 하나는 ‘원도심활성화’ 또는 ‘도시재생’이다. 2013년 12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시재생법)’이 시행된 이래,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는 각각 지원 조례를 만들어 나름의 대책을 수립해오고 있다.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 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쇠락한 지역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활력을 불어넣고, 다시 자생력을 갖추게 하여 다시 활동적인 지역으로 재생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것일까? 다양한 기획들과 전문가들이 등장하고 여러 정책들이 제시된다. 결과적으로는 ‘수많은 마을활동가들의 활동과 지원금들을 어떻게 집행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되고 만다. 그리고 남는 것은 ‘벽화’들과 자연스럽지 않은 ‘스토리’들이다. SNS의 날개를 타고, 곳곳에서 찾아오는 순례객들의 물결은 ‘성공사례’라는 이름으로 확대 재생산된다. 대부분의 원도심 지역에서 반복되고 있는 현상들이다. 그리
[시사뉴스 정승안 교수] 세계적으로도 그 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들은 그 나라 화폐의 표지 얼굴로 채택된다. 율곡과 그의 어머니 신사임당은 오천원권과 오만권을 차지할 정도로 한국사회의 상징적인 민족지성을 대표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 급진전되고 있는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와 대화무드는 북미간의 관계개선과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대화 국면의 도래는 통일이 임박했음을 느끼게 한다. 통일시대에는 공통의 정서와 사회사상에 기반한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교류와 소통을 통한 공통된 사회의식과 공감을 위한 다양한 방식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하나의 민족이라는 공통분모와 뿌리를 찾아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한 민족으로서의 역사성을 공유하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사회사상적 조명을 통해 공통의 사유방식을 살펴보고, 오늘날의 삶과 생활의 지혜로 재조명하는 일이 더욱 요청되고 있다. 조선 중기 임진란을 전후한 시기는 조선에서의 사회사상의 춘추전국시대였다고 칭할 정도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했다. 또 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공론장을 형성했는데, ‘삼현수간(三賢手簡)’으로도 널리 알려진 ‘율곡 이이’, ‘우계 성혼’,
[시사뉴스 정승안 교수] 오늘날에는 존경하는 사람들에 대한 언급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적인 역할모델이 없다는 것은 그 사회의 ‘정체성’이 혼란스럽다는 말이다.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을 본보는 것은 혼란한 시대에서 새로운 길 찾기가 될 수도 있다. 조선 중기는 이른바 이인(異人)이나 술객(術客)들로 불리며 천문·역학·점복이나 풍수지리의 사상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던 뛰어난 선비들이 활동하던 조선사상의 황금기였다. ‘사랑채에는 정감록, 안채에는 토정비결’ 한해가 저물어갈 때나 새해가 되면 한 해의 신수를 점치며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토정비결이다. 토정비결은 길흉화복을 내다보는 ‘비결서’라고도 하지만, 맞는 것도 틀린 것도 있다. 오늘날에도 가족들 간의 담소와 재미거리로서 활용되는 풍습의 하나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조선후기까지만 하더라도 ‘사랑채에는 정감록, 안채에는 토정비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정감록이 사회정치적인 예언이나 변화에 대한 기록이 많았다면 토정비결에는 사소한 일상의 변화에 대한 기록들이 많아서일 것이다. 고증에 의하면 토정비결이 등장한 시기와 토정의 유고와 관련해 살펴보면 토정 이지함이 지은 것은 아니라고 알려져 있다.
가장 고차원적인 학문이 고천문학 영역 오늘날의 천체망원경이나 천문관측을 통해 우주를 인식하는 것처럼 우리 문명사에서도 천문관측기록이 전래되어왔다. 고려 때의 서운관이나 조선의 관상감이 그 것이다. 여러 분야의 ‘박사’들을 중심으로 하늘 무늬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자 노력해 온 역사가 여러 문헌에 남겨 있다. 선사시대의 고인돌에 새겨진 별자리의 기록까지 고려한다면 우리는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관측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오래된 역사의 기억만큼이나 우리 문화사는 서구 중심주의에 기울어져 있다. 이로인해 고천문학영역은 실증주의적 역사관에서 주된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비과학적인 미신이라는 영역으로 치부되기까지 했다. 최근 들어 새로운 연구자들의 등장과 함께 뒤늦게나마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실상 하늘별자리의 기록에 대한 실증적인 관심만으로는 설명되지 못하는 영역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대부분의 기록이 한문으로 되어있다는 점도 커다란 장벽이다. 천문역법의 이해에는 태양태음력을 활용한다. 그러니 십간과 십이지를 활용한 음양오행학에도 조예가 깊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첨단 물리학적인 지식과 천체관측이라는 복잡한 영역을 통섭
[시사뉴스 정승안 교수] 최근 들어 다양한 형태의 ‘도시재생’사업들이 활기를 띄고 있다. 기존의 도시재개발과정에서 진행됐던 대부분의 사업들은 낙후지역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철거’와 ‘재개발’을 통한 부동산개발정책으로 귀결됐다. 지역의 유력자들과 건축개발업자들 간의 결탁은 부동산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져왔다. 도시재개발에서 도시재생으로 서울에서 대표적이었던 ‘난곡’에서의 재개발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래, 결과적으로 지역 공동체를 해체시키고 도시 거주민들의 삶의 질을 하락시켜왔던 주범은 기존의 부동산과 재개발관련 정책들이었다. ‘도시재생’은 이러한 개발지상주의를 넘어서 공공성에 주목하고자 한다지만 기존의 도시계획을 중심으로 하는 개발논리에 ‘공공임대’아파트를 더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획기적인 대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간을 대하는 원리, 풍수지리에서도 도시계획의 지혜를 찾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죽은 정승보다는 살아 있는 개가 낫다’ 난개발의 표상이 되고 있는 마을들은 아직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전쟁을 통해 전국에서 피난민이 몰려들었던 부산지역에는 아직도 ‘돌산마을’, ‘무덤마을’, ‘벽화마을’
[시사뉴스 정승안 교수] 일촉즉발의 전쟁위협과 수많은 위기들이 일상화된 현대사회에서는 합리성과 효율성을 핵심원리로 하는 현대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논리들이 지닌 생활세계에 대한 설명력들은 이미 한계상황에 봉착한 지 오래이다. 다양한 영역들에서 허구적 합리성들이 민낯으로 드러나고 있다. ‘빨리 빨리’의 속도전으로 압축적인 근대화와 자본주의 발전을 경험한 한국사회에서는 이러한 위험사회의 양상은 더욱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인다. ‘동방의 등불’, 코리아는 다시 빛을 발하리라 동양인 최초로 1913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인도, 1861-1941)는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다. 한국을 방문하지 못한 대신에 써주었다는 시가 ‘패자의 노래’와 ‘동방의 등불’ 두 편 이었다. 동방의 등불에 여러 행이 덧붙여져 원작보다 더 유명해졌지만 원래의 시는 다음의 4줄이었다. 동방의 등불(The Lamp of the East) In the golden age of Asia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Korea was one of its lamp – bearers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And that lamp is waiting t
[시사뉴스 정승안 교수] 개화기에는 수많은 선교사들이 한국사회에 안착한다. 이들이 한국사회에 뿌리내리는 방식은 학교를 건립하는 것이었다. 학교 교육을 통해 ‘계몽(啓蒙)’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훈육의 기반을 확보하고 자리 잡았다.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선택한 입지는 미국이나 유럽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부드럽고 완만한 능선을 낀 평지지역을 선호하였다. 자신들이 자라며 보았던 서구적인 공간관념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결과라고 봐야할 것이다. 풍수의 ‘지배 사회학’의 논리 오늘날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부분의 학교들은 선교사들의 시선과 눈으로 선택된 곳들이 많다. 또 다른 학교들은 일본제국주의가 지배하는 동안에 영구집권을 꿈꾸며 자신들의 자녀들을 교육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건립한 학교들이다. 이들 학교설립과정에서는 풍수적 고려를 하지 않았던 경우를 찾아보기가 더 어렵다. 식민지배의 공고화를 위한 인력양성이 목적이었던 ‘경성제국대학’이나 지역의 이름난 중고교들은 단 하나의 예외 없이 풍수적 고려위에 자리 잡았다. 교지선정과정에서의 풍수적 입지선정은 필수적인 과정이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제국주의자들의 자녀들의 교육과 우호적인 친일파들을 재생산하기 위한 지배전략으로
[시사뉴스 정승안 교수]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껭(E.Durkheim)은 사회나 집단 안에는 그 구성원들만이 공유하는 고유한 사고방식, 규범, 가치관들이 있는데 이것은 개인적인 속성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렇듯 한 사회에서의 공통된 의식이나 생각들을 ‘집합의식(Collective consciousness)’이라고 한다. 집합의식에는 그들이 공유하는 규범과 가치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된다. 인간을 둘러싼 ‘공간’에 대한 인식이나 ‘상징’을 둘러싼 해석에도 이러한 집합의식은 자연스럽게 반영되기 마련이다. 최남선, “한반도는 호랑이 형국”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 그런데 그때 한국의 상징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호랑이를 상징으로 한 ‘호돌이’였다. 한국에서 호랑이라는 상징은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풍수지리뿐만 아니라 산군(山君)으로서의 호랑이에 대한 관념은 민간신앙에서도 한국사상의 원천에 자리 잡아 왔다. 일본제국주의가 강제로 합병을 전후한 시기에 일본인 지리학자 고토 분지로(小藤文次郞)는 1903년에 한반도를 토끼에 비유하면서 반도국가로서의 숙명론적인 침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