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1.26 (수)

  • 흐림동두천 4.1℃
  • 흐림강릉 7.5℃
  • 흐림서울 5.4℃
  • 흐림대전 6.6℃
  • 맑음대구 7.2℃
  • 맑음울산 6.9℃
  • 흐림광주 8.1℃
  • 맑음부산 7.4℃
  • 흐림고창 8.1℃
  • 흐림제주 10.5℃
  • 흐림강화 5.0℃
  • 흐림보은 5.6℃
  • 흐림금산 6.5℃
  • 흐림강진군 8.7℃
  • 맑음경주시 7.2℃
  • 맑음거제 8.1℃
기상청 제공

정승안의 풍수의 세계

[풍수인문학] 인간 운명은 '주거'에 달려 있어

URL복사

대들보에 사는 ‘성주’가 길흉화복 관장
집을 설계하고 지을 때 정성 기울여야


[시사뉴스 정승안 교수] 인간의 일상과 삶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식주 세 가지이다. 먹지 않고 입지 않으면 한 시도 사회적 활동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다. 삶의 1/3을 차지하는 잠자리에 해당하는 주거도 일상의 주요한 기반이다.



인간의 역사는 ‘집과 주거’로 읽혀


집은 일반적으로 보금자리를 의미한다. ‘집’이라는 말의 어원은 ‘짓’으로 ‘집을 지은 것’이라는 건축물에 해당한다. 한자로는 ‘家’ 또는 ‘室’, ‘屋’ 등 다양한 용례가 있다. 일반적으로 쓰는 가(家)를 ‘갓머리’에 해당하는 부수와 돼지(豕)를 본 딴 상형문자라는 설도 있다. 외부 침입으로부터의 보호라는 ‘집’의 본래적 기능을 넘어 인간은 주위환경에 대한 시지각적인 인식을 통해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주거 입지나 건축물의 형상, 형태들이 인간의 삶과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검증된 관념이기도 하다. 삶에서 주거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보편적인 문화양식의 하나이다. 인간의 역사는 집과 주거를 통해서도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풍수는 집터를 구하고 건물의 모양과 방향을 정하는 것은 물론 건축물의 모양이나 건축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개입된다. 풍수에는 해당 지역과 문화의 특성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우리 조상들이 집을 대하는 태도에는 최대한의 정성과 믿음이 의례로 반영되어 있었다. 풍수지리라는 음양오행의 체계화된 논리의 이면에는 이러한 전래의 민간신앙과 습속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미신이라는 비판적 언사 이전에 수천 년 동안 생활문화가 체화된 산물이자 사회사상으로 이해할만하다.



사직단은 국가의 최고 상징


집을 짓으려면 먼저 입지를 선정하고 터를 잡는다. 여러 가지의 여건들을 고려한 계획과 설계들이 이루어지면 집터의 안전과  보호를 맡아보는 신인 ‘터주’에게 집 짓는 것을 알리는 ‘고사(告祀)’의 의례가 진행된다. 이 때에는 마을 주민이나 친인척 또는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집의 배치나 터의 유래 등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터주는 국가적인 의례에서도 받아들여졌다. 사직단(社稷壇)이 그것이다. 사직의 사(社)는 터주를 의미한다. 옥편에서는 ‘땅 귀신에게 제사’드린다는 의미도 지닌다. 직(稷)은 농사를 주관하는 신을 의미한다. 사직신은 국가의 영토와 곡식을 주관하는 신이다. 동네마다 ‘사직동’이 있는 것은 그곳에서 국가를 위한 의례를 거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높이 3척에 사방으로 3층의 단을 쌓아 만들어진 사직단은 1393년 태조 2년에 마련되었다. 조선왕조의 건립이 천명에 의해서였다는 점을 입증하는 중요한 상징의례였던 것이다. 종묘가 왕들의 위패를 모신 곳이었다면 ‘종묘’와 ‘사직’은 국가 그 자체를 의미한다.


사직신을 위한 제사의 규모나 절차는 공자의 문묘제례나 종묘제례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2월, 8월, 동지 그리고 섣달그믐에 제례를 올린다. 나라에 큰 일이 있거나 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에도 거행했다. 풍년을 위한 기곡제(祈穀祭)도 지냈다. 또 각 지방관아에도 사직단을 세우고 나라의 태평과  풍년을 빌었다. 우리의 사직단을 일본의 ‘신사’로 대체하려는 일제의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사직신을 없애지는 못했다. 사직단의 의례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터주는 일어날 재앙 미리 알려줘


터주는 앞으로 일어날 재앙을 미리 알려준다는 믿음은 삼국유사에서도 나타난다. 국가의 정신을 사직신에서 찾아내는 것처럼, 집 만들기의 시작을 터주에게 올리는 고사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지역마다 의례의 양식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토지지신에게 올리는 제문에는 “땅을 파헤치고 집을 지으니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도와주소서”라는 내용들이 반영된다. 집터 가운데에 흙을 적당히 모으고, 집터의 네 귀퉁이에 술을 조금씩 붓고, 사방의 신들을 위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또 집터를 지켜주는 터주는 집 뒤쪽이나 장독대에 모셔진다. 작은 항아리에 ‘쌀(햅쌀)’을 담고 비가 들이치지 않도록 고깔모양을 씌우기도 한다. 또 무속의 논리와 결합하면서 ‘터신단지’, ‘지신단지’와 같이 오곡을 넣고 땅에 넣어 목만 나오게 묻어두거나, 안방의 장롱위에 ‘신주단지’의 형태로 모셔지는 경우들은 오늘날에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들보, 집안 상서로움의 상징적 존재


건물이 자리를 잡아가게 되면 상량식과 같은 의례를 거행한다. 건물의 가장 중요한 뼈대를 완성하는 절차이다. 기둥에 보를 걸고 나서 그 위에 들보를 올리는 것을 ‘상량(上梁)’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상량하는 날이 목수의 생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목수들은 돈을 받아낼 욕심으로 ‘그네 태우기’를 했다.  건축과정의 중간점검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겠다.


마룻대(들보)에는 집을 지은 해, 달, 날, 시, 좌향, 축원문을 적은 ‘상량문(上梁文)’이 들어간다. 또 상량에 강태공의 이름을 적는 경우도 있는데 이 이름을 빌어 잡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는 상량문의 좌우 양 끝에 ‘용(龍)’과 ‘구(龜)’자를 서로 마주대하도록 써 둔다. 용과 거북이는 물의 신에 해당하므로 수(水)의 기운이 강하므로 화재를 막아주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조상들은 상량문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모든 것을 다 갖추었지만 막상 중요한 것을 빼먹었을 때를 지칭하는 속담에 ‘귀한 것은 상량문’이라는 말도 있다. 민간신앙의 관점에서도 집안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대들보에 거처하는 신을 ‘성주(成造)’라고 불렀다. 집안의 길흉화복을 관장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대들보가 부러지면 집안이 망한다’, ‘대들보가 울면 가장이 죽는다’와 같은 말은 들보가 지붕을 받치는 중요한 건축재료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들보나 기둥이 한쪽으로 쏠리면 집안에 시비가 많다’는 속담에서처럼 들보만이 아니라 기둥과 함께, 안전을 위한 조화와 균형미를 매우 중시하고 있는 우리의 생활문화의 단면들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대들보의 가운데를 기준으로 집의 좌향을 선정한다는 것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들보는  집안에서 상서로움의 상징적 존재인 셈이다.


땅을 선택하고 집을 짓는 전 과정에는 이렇듯 주변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진행되었다. 우리의 일상과 운명을 결정하는 집은 공동체의 한 부분이기도 하기에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정성을 다해 짓는 과정에 다양한 통과의례가 진행되었다. 인간이 사는 집과 주거에 의해 우리의 삶과 운명이 한 묶음으로 이어진다는 민간의 신앙과 믿음은 풍수적 논리에서도 하나의 원리로 관통된다. 집을 설계하고 건축하는 과정에서 현대인들의 전문적인 능력과 더불어 정성(精誠)을 다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수많은 건축물과 관련한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는다. 한번쯤은 곱씹어볼 전통의 지혜는 오직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국민의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헌법 대놓고 위반...더불어민주당은 사법파괴 멈춰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25일 국회에서 논평을 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헌법 제27조 ‘법률이 정한 법관’ 규정과 제101조 ‘법원의 각급 법원 조직’을 대놓고 위반하고 있다. 또한, 오직 군사법원만을 특별법원으로 둘 수 있다고 명시한 헌법 110조와도 충돌한다”며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의 뜻에 따라 이미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정치권이 요구한다고 임의의 특별재판부가 만들어진다면 그 자체가 사법의 정치화이고 헌법이 보장한 재판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권력자의 요구에 따라 답을 정해 놓고 원하는 판결을 내놓으라는 협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 제27조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1조제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제2항은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고, 제110조제1항은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에 충고한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

경제

더보기


문화

더보기
타악그룹 언락, 역사 연희극 ‘낙향’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타악그룹 언락은 오는 11월 30일(일) 오후 4시 안성맞춤랜드 반달마당에서 역사 연희극 ‘낙향 : 희망의 꽃을 피우다’ 공연을 무료로 선보인다. ‘낙향 : 희망의 꽃을 피우다’는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시대 속에서도 역사와 전통을 지켜낸 선조들의 용기와 투쟁을 담아낸 작품이다. 일제의 억압과 문화 말살 정책에 맞서 정체성과 문화를 지켜내려 했던 이들의 삶을 생생히 무대화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해당 작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기예술지원 모든예술31’ 사업에 선정되며 작품성을 다시 인정받았다. 주최·주관을 맡은 타악그룹 언락은 작년보다 한 단계 더 완성도 높은 무대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지난해 실시된 관객 만족도 조사에서도 전 세대를 아우르는 긍정적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폭넓은 연령대가 작품의 메시지와 구성에 공감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학부모는 공연을 관람한 자녀가 ‘저 삼촌들은 아리랑 불렀다고 잡혀가는 거야? 저 삼촌들이 나쁜 사람이야?’라고 묻는 등 작품 속 역사적 상황을 스스로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역사를 처음 접하는 어린 관객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