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9 (월)

  • 구름많음동두천 6.8℃
  • 구름조금강릉 9.6℃
  • 박무서울 8.6℃
  • 대전 9.2℃
  • 구름많음대구 9.5℃
  • 맑음울산 13.1℃
  • 흐림광주 9.5℃
  • 맑음부산 11.4℃
  • 구름많음고창 11.4℃
  • 구름조금제주 15.0℃
  • 구름조금강화 7.4℃
  • 흐림보은 2.9℃
  • 흐림금산 7.3℃
  • 맑음강진군 11.9℃
  • 맑음경주시 12.5℃
  • 맑음거제 12.4℃
기상청 제공

정승안의 풍수의 세계

[풍수인문학] 인간 운명은 '주거'에 달려 있어

URL복사

대들보에 사는 ‘성주’가 길흉화복 관장
집을 설계하고 지을 때 정성 기울여야


[시사뉴스 정승안 교수] 인간의 일상과 삶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식주 세 가지이다. 먹지 않고 입지 않으면 한 시도 사회적 활동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다. 삶의 1/3을 차지하는 잠자리에 해당하는 주거도 일상의 주요한 기반이다.



인간의 역사는 ‘집과 주거’로 읽혀


집은 일반적으로 보금자리를 의미한다. ‘집’이라는 말의 어원은 ‘짓’으로 ‘집을 지은 것’이라는 건축물에 해당한다. 한자로는 ‘家’ 또는 ‘室’, ‘屋’ 등 다양한 용례가 있다. 일반적으로 쓰는 가(家)를 ‘갓머리’에 해당하는 부수와 돼지(豕)를 본 딴 상형문자라는 설도 있다. 외부 침입으로부터의 보호라는 ‘집’의 본래적 기능을 넘어 인간은 주위환경에 대한 시지각적인 인식을 통해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주거 입지나 건축물의 형상, 형태들이 인간의 삶과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검증된 관념이기도 하다. 삶에서 주거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보편적인 문화양식의 하나이다. 인간의 역사는 집과 주거를 통해서도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풍수는 집터를 구하고 건물의 모양과 방향을 정하는 것은 물론 건축물의 모양이나 건축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개입된다. 풍수에는 해당 지역과 문화의 특성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우리 조상들이 집을 대하는 태도에는 최대한의 정성과 믿음이 의례로 반영되어 있었다. 풍수지리라는 음양오행의 체계화된 논리의 이면에는 이러한 전래의 민간신앙과 습속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미신이라는 비판적 언사 이전에 수천 년 동안 생활문화가 체화된 산물이자 사회사상으로 이해할만하다.



사직단은 국가의 최고 상징


집을 짓으려면 먼저 입지를 선정하고 터를 잡는다. 여러 가지의 여건들을 고려한 계획과 설계들이 이루어지면 집터의 안전과  보호를 맡아보는 신인 ‘터주’에게 집 짓는 것을 알리는 ‘고사(告祀)’의 의례가 진행된다. 이 때에는 마을 주민이나 친인척 또는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집의 배치나 터의 유래 등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터주는 국가적인 의례에서도 받아들여졌다. 사직단(社稷壇)이 그것이다. 사직의 사(社)는 터주를 의미한다. 옥편에서는 ‘땅 귀신에게 제사’드린다는 의미도 지닌다. 직(稷)은 농사를 주관하는 신을 의미한다. 사직신은 국가의 영토와 곡식을 주관하는 신이다. 동네마다 ‘사직동’이 있는 것은 그곳에서 국가를 위한 의례를 거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높이 3척에 사방으로 3층의 단을 쌓아 만들어진 사직단은 1393년 태조 2년에 마련되었다. 조선왕조의 건립이 천명에 의해서였다는 점을 입증하는 중요한 상징의례였던 것이다. 종묘가 왕들의 위패를 모신 곳이었다면 ‘종묘’와 ‘사직’은 국가 그 자체를 의미한다.


사직신을 위한 제사의 규모나 절차는 공자의 문묘제례나 종묘제례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2월, 8월, 동지 그리고 섣달그믐에 제례를 올린다. 나라에 큰 일이 있거나 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에도 거행했다. 풍년을 위한 기곡제(祈穀祭)도 지냈다. 또 각 지방관아에도 사직단을 세우고 나라의 태평과  풍년을 빌었다. 우리의 사직단을 일본의 ‘신사’로 대체하려는 일제의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사직신을 없애지는 못했다. 사직단의 의례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터주는 일어날 재앙 미리 알려줘


터주는 앞으로 일어날 재앙을 미리 알려준다는 믿음은 삼국유사에서도 나타난다. 국가의 정신을 사직신에서 찾아내는 것처럼, 집 만들기의 시작을 터주에게 올리는 고사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지역마다 의례의 양식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토지지신에게 올리는 제문에는 “땅을 파헤치고 집을 지으니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도와주소서”라는 내용들이 반영된다. 집터 가운데에 흙을 적당히 모으고, 집터의 네 귀퉁이에 술을 조금씩 붓고, 사방의 신들을 위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또 집터를 지켜주는 터주는 집 뒤쪽이나 장독대에 모셔진다. 작은 항아리에 ‘쌀(햅쌀)’을 담고 비가 들이치지 않도록 고깔모양을 씌우기도 한다. 또 무속의 논리와 결합하면서 ‘터신단지’, ‘지신단지’와 같이 오곡을 넣고 땅에 넣어 목만 나오게 묻어두거나, 안방의 장롱위에 ‘신주단지’의 형태로 모셔지는 경우들은 오늘날에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들보, 집안 상서로움의 상징적 존재


건물이 자리를 잡아가게 되면 상량식과 같은 의례를 거행한다. 건물의 가장 중요한 뼈대를 완성하는 절차이다. 기둥에 보를 걸고 나서 그 위에 들보를 올리는 것을 ‘상량(上梁)’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상량하는 날이 목수의 생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목수들은 돈을 받아낼 욕심으로 ‘그네 태우기’를 했다.  건축과정의 중간점검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겠다.


마룻대(들보)에는 집을 지은 해, 달, 날, 시, 좌향, 축원문을 적은 ‘상량문(上梁文)’이 들어간다. 또 상량에 강태공의 이름을 적는 경우도 있는데 이 이름을 빌어 잡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는 상량문의 좌우 양 끝에 ‘용(龍)’과 ‘구(龜)’자를 서로 마주대하도록 써 둔다. 용과 거북이는 물의 신에 해당하므로 수(水)의 기운이 강하므로 화재를 막아주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조상들은 상량문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모든 것을 다 갖추었지만 막상 중요한 것을 빼먹었을 때를 지칭하는 속담에 ‘귀한 것은 상량문’이라는 말도 있다. 민간신앙의 관점에서도 집안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대들보에 거처하는 신을 ‘성주(成造)’라고 불렀다. 집안의 길흉화복을 관장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대들보가 부러지면 집안이 망한다’, ‘대들보가 울면 가장이 죽는다’와 같은 말은 들보가 지붕을 받치는 중요한 건축재료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들보나 기둥이 한쪽으로 쏠리면 집안에 시비가 많다’는 속담에서처럼 들보만이 아니라 기둥과 함께, 안전을 위한 조화와 균형미를 매우 중시하고 있는 우리의 생활문화의 단면들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대들보의 가운데를 기준으로 집의 좌향을 선정한다는 것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들보는  집안에서 상서로움의 상징적 존재인 셈이다.


땅을 선택하고 집을 짓는 전 과정에는 이렇듯 주변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진행되었다. 우리의 일상과 운명을 결정하는 집은 공동체의 한 부분이기도 하기에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정성을 다해 짓는 과정에 다양한 통과의례가 진행되었다. 인간이 사는 집과 주거에 의해 우리의 삶과 운명이 한 묶음으로 이어진다는 민간의 신앙과 믿음은 풍수적 논리에서도 하나의 원리로 관통된다. 집을 설계하고 건축하는 과정에서 현대인들의 전문적인 능력과 더불어 정성(精誠)을 다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수많은 건축물과 관련한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는다. 한번쯤은 곱씹어볼 전통의 지혜는 오직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2025 서울아트쇼’ 개막...국내 미술작품 한자리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제 14회 '2025 서울아트쇼’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A홀에서 진행된다. 국내·외 150여 갤러리가 소장한 전시는 제프쿤스 알렉스카츠 등 해외 작가 작품을 포함해 약 3000여점 규모로 전시한다. 한국미술 오리지널리티 특별전과 한일수교 60주년 기념전 등 다양한 기획전도 함께 마련된다. 특별전으로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김환기, 박서보, 백남준, 이우환, 이중섭, 천경자) ▲김창열에서 하태임까지(이배, 이건용 외 18인) ▲한일수교 60주년 기념전(쿠사마 야요이 외 19인) ▲스컵처가든(광화문을 그리는 고흐 등 대형조각전)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도 구성돼 있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행사를 주최한 서울아트쇼 운영위원회는 "그동안 '서울아트쇼'는 타 아트페어와 차별화를 하고자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를 위시해 다양한 특별전을 기획하여 보다 폭 넓은 문화 향유를 관람객과 공유하고자 노력했으며, 그 결과 매년 크리스마스 미술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운영위원회는 "서울아트쇼는 소수의 전유물로서의 예술이 아닌 모두를 위한 예술을 모토로 시작된 아트페어이며, 앞으로도 더욱 과감하게

정치

더보기
여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김범석 첫 사과 맹비난...“변명문이자 셀프면죄부 자기 복제”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쿠팡 주식회사 창업주인 김범석 Coupang, Inc. 이사회 의장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사과한 것에 대해 정치권은 일제히 강하게 비판했다. 김범석 의장은 28일 사과문을 발표해 “쿠팡에서 일어난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고객과 국민들께 매우 큰 걱정과 불편을 끼쳐드렸다”며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의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많은 국민들이 실망한 지금 상황에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다”며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김범석 의장은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들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셨다”며 “또한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무엇보다도 제 사과가 늦었다. 저는 모든 자원과 인력을 투입해 상황을 해결하고 고객 여러분께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전적으로 지원했다”며 “말로만 사과하기보다는 쿠팡이 행동으로 옮겨 실질적인 결과를 내고 대한민국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서울특별시의회, 폐교 활용계획에 특수학교 설치 우선 검토 의무화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박상혁 위원장(국민의힘, 서초 제1선거구)은 특수학교가 없거나 부족한 지역의 폐교 발생 시 특수학교 설치를 우선으로 고려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교육청 폐교재산 관리 및 활용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지난 23일(화) 본회의에서 의결되었다고 밝혔다. 박상혁 위원장이 발의한 해당 개정조례안은 교육감이 특수학교 설치가 필요한 지역의 폐교재산 활용계획을 수립할 때 특수학교 설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덧붙여 조례안은 “특수학교 확충이 필요한 지역”을 교육감이 지정·고시하도록 하여 폐교재산의 특수학교 전환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지역을 시민들이 사전에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였다. 이번 조치는 특수교육대상자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특수학교나 특수학급 신설 등은 지지부진해 학생의 교육권이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었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평가된다. 특히, 금번 조례 개정은 2025년 서울시의 특수교육대상자와 특수학교 재학생이 각각 14,909명과 4,502명으로, 2021년 대비 15.1%와 11,4% 증가한 데 반해 같은 기간 관내 특

문화

더보기
청춘의 도전과 성장 서사 ‘카타르 월드컵 그날의 추억’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카타르 월드컵 그날의 추억’을 펴냈다. 이 책은 저자 황선재가 12년 동안 품어온 월드컵 직관의 꿈을 실현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작품으로, 카타르 월드컵 현장의 열기와 한 청년의 성장 서사가 함께 어우러진 에세이다. ‘카타르 월드컵 그날의 추억’은 러시아 월드컵 직관을 놓친 아쉬움에서 출발한다. 군 복무와 학업, 아르바이트와 대외활동을 병행하며 차곡차곡 준비해온 ‘카타르 월드컵 4년 프로젝트’는 단순한 여행 계획을 넘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치열한 시간의 기록으로 이어진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 세계 팬들과 경쟁하고, 코로나19로 일정이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과정은 책 전반에 긴장과 몰입을 더한다. 카타르 현지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은 탁월한 현장감을 지닌다. 경기장 주변 전시와 팬 문화, 세계 각국의 축구 팬들과 나눈 대화, 거리와 광장을 가득 채운 응원의 소리까지 모든 장면이 마치 독자를 현장 한가운데로 데려다 놓는 듯한 생생함으로 묘사된다. 특히 한국이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진출하던 그날의 광장 분위기가 이 책의 정점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월드컵 직관기’에 머물지 않는다. 꿈을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