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통합진보당 국회의원단은 21일 국회의원직 박탈을 결정한 헌법재판소 판결의 무효를 주장하고 ‘국회의원 지위 확인의 소’ 제기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내란선동 등의 혐의로 구속수감 중인 이석기 전 의원을 제외한 김미희, 김재연, 오병윤, 이상규 전 의원 등 진보당 의원단은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의 의원직 상실 결정은 '권한 없는 자의 법률행위'로서 당연무효”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국회의원은 유권자의 투표행위로 이뤄지는 '선거'에 의해 선출돼 입법권을 담당하는 지위를 가진 헌법기관”이라며 “정당기속성을 근거로 정당 소속 국회의원직을 '상실'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명문의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4년 헌법재판소가 발간한 책자에서도 정당해산 시 '원칙적으로 국회의원의 자격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검토돼 있다”며“(의원단은) 권한이 없는 헌법재판소의 자격상실 결정으로 공무담임권을 위법 부당하게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정희 정권의 군사쿠데타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1962년 12월26일 개정한 헌법에는 '소속정당이 해산된 때 그 자격이 상실된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87년 6월 항쟁 이후 개정된 현행 헌법에서는 이와 같은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결국 박근혜 시대의 헌법재판소가 박정희 때의 헌법 규정으로 국회의원직 상실을 결정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당해산을 하면서 의원직을 박탈한 1950년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사회주의제국당 금지 판결과 터키 복지당 판결에 대해서도 “독일과 터키의 경우 정당을 해산하면 의원직 상실관련 법적 근거가 있었다”며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 봐도 터무니없는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의원직 상실 결정이 내려진 이들이 국가를 상대로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도 실제 법원이 이를 인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해산된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한 의원직 상실과 관련한 규정이 명시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재판을 통해 이를 다툴 여지는 있다”면서도 “헌재가 정당 해산을 결정하면서 정당해산심판제도의 본질적인 효력과 의원직 상실의 여부도 함께 판단한 만큼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헌재가 진보당 해산과 함께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까지 함께 결정한 것은 정당해산제도가 갖는 헌법 수호 기능에 따른 것”이라며 “진보당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공격해 그 근간을 훼손했다는 점이 인정된 상황에서 소속 의원들이 의원직을 다시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해봤자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명분이나 논리는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의원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4월 실시되는 보궐선거 출마 여지도 남겼다. 이상규 전 의원은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어떤 것도 논의된 바 없다”면서도“헌재 판결에 의하면 우린 출마할 수 있다. 어떤 범법 행위도 저지른 적 없다”고 강조했다. 향후 계획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지만 진보당 해산판결에 반대하는 재야세력을 규합해 여론전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오병윤 전 원내대표는“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저희와 다른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지만, 김미희 전 의원은 “가장 중요한 계획은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빼앗는 잘못된 권력에 대해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국민과 함께 힘을 모아 맞서나가고 싸워나가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