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70대 노모가 100kg이 넘는 거구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된 노모에 대해 경찰이 사건을 재수사 한다.이영상 인천경찰청장은 6일 "(당시)수사가 미진했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피해자만 있는 상태이기에, 관할 경찰서를 중심으로 단서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2020년 4월21일 새벽 0시57분경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 A씨(당시 76·여)씨의 주거지에서 A씨의 아들인 B(당시 50세)씨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 했다.A씨는 당시 경찰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아들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고 신고했다. 현장에는 A씨와 B씨만 있었고, 결국 A씨는 B씨의 머리를 술병으로 때리고 수건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재판 초기부터 왜소한 70대 노모가 100kg이 넘는 거구의 성인 아들의 목을 수건으로 졸라 숨지게 하는 일이 가능한지 여부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이후 검찰의 징역 20년 구형에도 (아들을 숨지게 했다는) A씨의 진술 신빙성을 의심해 2번의 기일을 추가로 지정해 심리했다.
재판부는 '70대 고령의 작은 체구인 노모가 100㎏ 넘는 거구의 아들을 과연 살해할 수 있을까?' '딸이나 사위 등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은 없는가?' '경찰이 범행 현장에 출동하는 5분 사이에 딸과 여러 차례 통화하고 현장까지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는가?' 등에 의구심을 갖고 A씨를 비롯해 A씨의 딸을 신문하기도 했고 현장검증도 이어졌다.
A씨는 사건 직후 "아들의 목을 졸랐다"며 119에 신고했고 경찰조사 초기부터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평소 아들이 술을 많이 먹고 행패를 부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들을 목을 조른 후 곧바로 112에 신고했으며 소주 병 파편을 치웠다고 진술했는데 아들을 살해한 피고인이 짧은 시간에 바닥을 닦고 파편을 치울 수 있는 지 의문"이라고 판단했다.그러면서 "제3자가 현장에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허위진술을 하고 있다는 여지가 충분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범행 당시를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점, 피고인의 말대로라면 피해자가 유리 파편 위로 쓰러졌을 가능성이 높은데 피해자 몸에서 연관된 상처가 발견되지 않았던 점은 여전히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 직전에 현장을 떠났다고 진술한 피고인의 딸 역시 당시 정황에 대해 일관되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진술을 했다"며 "1심의 합리적 의심을 충분히 해소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경찰은 B씨를 숨지게 한 진범을 찾기 위한 수사를 다시 착수하기로 했다“며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서로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 초기 자료부터 조사에 착수해 진범을 찾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