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승환 기자] 전기차용 배터리를 두고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미국 내 진흙탕 소송전이 벌어졌다. 제 살 깎아가며 경쟁할수록 웃는 건 해외업체일 뿐, 미국 로펌에 막대한 소송비용만 지급한 채 국제경쟁력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은 30일 “전기차용 배터리 등 2차전지 사업 특허를 침해한 경쟁업체를 제소하면서 사업 가치를 지키기 위한 강력한 법적 조치에 들어갔다”고 밝히며 “LG그룹 계열사 두 곳을 미국에서 동시에 제소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LG그룹 계열사는 LG화학과 LG전자로 보이며, LG화학 미국 자회사(LG화학 미시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 측은 “이번 제소는 핵심기술 및 지적재산 보호를 위한 정당한 소송"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전자가 특허를 침해한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간 선의 경쟁으로 국내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보류해 오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배터리산업 성장을 위해 민관·기업간의 협력, 일본규제 공조대응, 양사간의 분쟁이 초래할 기회손실 등을 경계해 소송사태를 대승적으로 해결하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4월 미국 ITC와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 침해’ 이유로 제소하며 SK이노베이션 셀 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했다.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대거 빼갔고, 이들을 통해 LG화학 기술이 다량 유출됐다는 주장이다.
LG화학이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한데 이어 이번엔 SK이노베이션이 소송을 제기하며 배터리 분야 집안싸움은 강대강 국면으로 돌입했다.
이에 양사간 진흙탕 싸움이 결국 국내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해외 경쟁사들 배만 불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사 중 어느 한곳이 세계 최대 시장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팔지 못하는 사태로 치달을 경우 우리나라 국익 차원에서 손실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집안싸움이 격화되는 와중에 경쟁국 업체들은 글로벌 공조를 강화하며 호시탐탐 시장장악을 노리고 있다.
국제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의 중국 CATL은 지난 6월 전기차 생산을 위해 일본 도요타와 포괄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