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1990년대 가요계를 뜨겁게 달궜다가 병역기피로 국내 입국이 영구 금지되는 듯 했던 스티브 승준 유(Steve Suengjun Yooㆍ유승준ㆍ43)의 입국길이 열렸다. 스티브 유가 한국 영사관을 상대로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낸 것과 관련해 7월 11일 비자 거부는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리고 소송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그에 대한 비자 발급은 ‘정당’하다는 판단이었다. 1976년생으로 중학생 때 부모를 따라 미국 LA로 이민을 떠난 스티브 유는 1997년 앨범 ‘웨스트 사이드(West Side)’로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사생활도 반듯해 ‘모범청년’으로 사랑받았다.
그는 자신이 한국인임을 강조하면서 군복무도 약속했다. 격렬한 댄스 실력을 자랑함에도 2001년 병무청에서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아 공익근무요원 복무가 결정됐지만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적었다.
악어의 눈물은 통하지 않았다
스티브 유는 한동안 중국 등에서 연예계 활동을 성공적으로 이어나갔다. 중국에서 한국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으며 그 과정에서 상당한 재산도 벌어들였다.
그런데 그는 어느 순간부터 한국 입국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는 ‘나 자신도 모르게 미국 시민권 신청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앨범 계약이 있었는데 입대 시 계약위반이 돼 엄청난 배상을 물어야 했다’ 등 해명을 내놨다.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버지이고 싶다’ 등 감성에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티브 유의 한국 입국 시도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파다하게 퍼졌다.
미국 세법 개정으로 중국에서 번 소득에 막대한 세금이 물려질 상황에 처하자 세금을 줄일 목적으로 한국행을 노린다는 의혹이었다. 구체적으로 미국인이 해외에서 돈을 벌면 중국에서 세금을 떼고 미국에서 다시 세금을 떼 결론적으로 소득의 절반 정도를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이 돈을 한국으로 모두 옮기면20~25% 정도의 세금만 내면 된다는 주장이다. 스티브 유 측은 이를 부인했다.
번 돈 한국에 가져오면 세금 반으로?
이러한 소문이 나돌 정도로 입국 금지로부터 17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스티브 유에 대한 대중적 감정은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7월 11일 대법원발(發)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스티브 유’는 자신의 병역기피를 ‘오해’라고 주장하는 등 반성 기미조차 없던 터라 충격은 더욱 컸다.
여론은 악화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7월 5일 CBS 의뢰로 전국19세 이상 성인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8일 발표한 여론조사(신뢰수준95%에 표본오차 ±4.4%p. 상세사항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에서 응답자의 68.8%는 “입국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허가해야 한다”는 23.3%에 그쳤다. 모름·무응답은 7.9%.
“평생 반성하는” 부자로 살 생각인가?
같은 달 11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스티브 유의 입국 허가는 부당하다는 청원이 올랐다. 이 청원에는 16일 낮 12시 50분 기준으로 무려 20만 명이 서명했다. 청원인은 “병역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돈 잘 벌고 잘 사는 유명인 한 명의 가치를 수천만 병역의무자들의 애국심과 바꾸는 이런 판결이 맞다고 생각하나”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스티브 유 측은 “평생의 한을 풀게 됐다”며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그의 변호인은 16일 SBS <본격 한밤 연예’ 인터뷰에서 “유승준 씨와 가족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한을 풀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돼 진심으로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며 “평생 반성하는 자세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병역기피에 대한 직접적 사과는 마찬가지로 없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병역기피를 해도 시간만 지나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그릇된 풍조가 사회에 퍼지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국민 시선은 서울고법의 입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