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학교 교수가 교내 부설 연구원장 재직 시절 연구비 수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빼돌린 연구비는 직원 격려금이나 차량 구입비 등으로 사용됐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허위 전자세금계산서로 정부 지원 연구비를 편취한 A대학교 산하 연구원 전 원장 김모(69)씨와 이 대학 교직원인 총무부장 최모(59)씨 등 7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김씨는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이 추진 중인 HK(인문한국) 연구지원 사업을 수주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총 2억13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HK연구는 2007부터 10년간 총 150억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김씨는 총무부장 최씨에게, 최씨는 다시 총무과장에게 거래 업체에 허위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받도록 지시했다. 대학 산학협력단에는 허위 계산서대로 업체에 결제했고, 업체는 세금과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김씨에게 입금시켰다.
이런 수법으로 김씨는 퇴직하기 전인 2015년까지 8년 간 총 2억1300만원을 챙긴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빼돌린 연구비는 김씨가 직접 관리하며 직원들의 연말 격려금으로 나눠주거나 회식비, 행사비 등으로 사용했다.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들의 어학연수비, 항공료로 6000만원 상당을 지원한 사실도 밝혀졌다.
김씨가 퇴직한 뒤에는 총무부장 최씨가 직접 주도해 차량 구입비로 1500만원을 사용했고, 다시 총무과장이 주도해 1100만원을 개인계좌로 이체해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거액의 정부출연금이 소위 '눈먼 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며 "보다 체계적인 감사를 통해 경각심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정부보조금을 지원받아 연구사업을 진행하는 다른 기관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