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김수남 검찰총장이 취임 이후 음주운전 등에 대한 양형 강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구형 봐주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은 6일 교통사고 후 음주측정을 거부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조원동(60)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며 “검찰이 구형을 낮게 했다”는 비판을 빼놓지 않았다. 이 사건은 검찰이 조 전 수석에게 벌금 700만원의 약식 기소를 하자 법원이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검찰은 정식 재판에서도 조 전 수석에게 종전과 같이 벌금 700만원을 구형했다. 도로교통법 위반과 범인도피교사 혐의가 병합된 조 전 수석의 경우 징역 1년~4년6개월 또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환승 부장판사는 “조 전 수석은 교통사고를 내고도 정당한 이유없이 음주측정을 거부했고 범행을 숨기고자 대리운전기사에게 허위진술을 하게 해 국가 형사사법 작용에 지장을 초래한 책임이 가볍지 않다”며“검찰의 양형은 너무 약하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 같은 구형은 김수남 총장이 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예로 들며 국민의 법감정에 맞는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사실 상충하는 것이다.
김 총장은 지난달 8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음주운전 사망 사고는 적어도 살인죄에 준하는 처벌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음주운전 사망사고 형 선고 현황을 보니 평균 1년~1년6개월 정도고 그마저도 대부분 집행유예로 석방됐다”고 말했다. 당시 구형을 높이고 사건 처리 기준을 강화하라는 취지의 김 총장 발언은 양형 기준이 너무 약하다는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검찰은 또 지난 1월 열린 대법원 양형위원회 회의에서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위험운전치사상'과 관련해 별도의 가중요소를 반영하자는 양형기준 강화 방안을 내기도 했다.
이 안은 당시엔 부결됐지만, 지난달 28일 양형위에서는 음주·난폭 운전과 관련해 별도의 특별가중인자를 추가해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통과됐다. 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 상한의 절반까지 가중할 수 있으며 교통사고 치상과 치사, 치상 후 도주하는 경우도 형량범위를 올렸다. 교통범죄 관련 새로운 양형기준은 5월15일부터 시행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수뇌부와 현장 판단이 따로 가는 것인지, 아니면 조 전 수석에 대해서만 검찰 내부 판단에 따라서 봐주기로 한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