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허필숙 기자]경기도교육청이 학생들 과외도 모자라 과외 중인 특정 학생의 성적 조작을 지시한 현직 중학교 교감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도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직원들을 해당 중학교로 보내 A 교감의 비위 사실을 확인 중"이라고 1일 밝혔다.
도교육청 감사관실 직원 2명은 지난달 말부터 해당 중학교에 상주하면서 A 교감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외를 했는지와 대가가 있었는지, 성적 조작을 지시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들은 A 교감이 자신의 자녀를 매주 토요일마다 불러 과외를 했다는 일부 학부모의 진술과 이에 대한 증거로 수학교사 출신인 A 교감이 당시 문제 풀이했던 학생의 연습장을 확보했다. A 교감은 지난해 4~6월 주말마다 학교에서 1~2학년생 4~5명의 특별 과외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에 앞서 지난해 4월 중순께 진로특강을 한다며 학생과 학부모 150여 명을 학교로 불러 "과거에 1000만원짜리 과외를 했고, 지난해(2014년) 여름방학 때는 한 달 동안 수학 과외 하는 조건으로 골프와 호텔숙박, 500만원 현금 지급 등의 제안도 받았다"는 발언도 했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은 대가와 관련 없이 교원의 과외교습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금고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사관실 직원들은 또 A 교감이 자신에게 과외를 하던 B(당시 1학년)군의 미술과 음악 수행평가(실기) 점수를 고치라고 해당 과목 기간제 교사들에게 지시한 정황도 파악했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A 교감에게서 (성적 조작) 지시를 받은 기간제 교사들의 진술과 이들이 지난해 9월 교장에게 제출한 자필 확인서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감사관실은 이 밖에도 지난해 추석 연휴를 20여 일 앞둔 9월 초 이 학교 행정실에 A 교감 앞으로 골프채가 택배로 배달된 사실과 함께 과외하던 B군이 애초 과학탐구반 합격자 명단에 없다가 뒤늦게 합류한 배경도 파악 중이다.
감사관실은 특히 조사 과정에서 지난해 말 A 교감과 학부모, 교육부 간부, 증권사 간부 등 4명이 함께 골프를 치고 학부모가 계산하게 했다는 학부모들의 진술과 관련한 자료를 추가로 확보해 조사 중이다.
이 학교 C 학부모는 "A 교감이 교장 승진을 위해 접대를 해야 한다며 골프비를 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며 "라운딩을 한 뒤 교육부 간부를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의 값을 치렀다"고 말했다.
A 교감은 지난해 교장 승진을 위한 연수를 다녀왔다. 감사관실은 사건 관련자들의 조사를 마치는 대로 A 교감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A 교감이 민원인을 찾아가 용서를 구하다가 112에 신고된 적도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최대한 빠르게 감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A 교감은 "학생들에게 과외한 것이 아니라 학교를 위해 (특목고 진학) 가능성이 있는 일부 학생들을 상담한 것"이라며 "기간제 교사들에게 B군의 성적을 재평가할 수 있냐고 의향을 물은 것이지 조작을 지시하지는 않았다. 이 과정에서 내 조카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