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Sir with LOVE나에게 골프를 지도하는 프로와 나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이나 얼굴을 대한다. 내 쪽에서 보면, 같이 살지 않는 사람 중에서는 제일 잦게 만나는 사람이다. 나도 지겨운데 사부 역시 질리고 물릴 것이다. 나는 그 지옥에서 벗어나 사부를 안 보고 사부의 잔소리도 안 듣는 천국으로 가고 싶다. 그래서 필드에 나갔다가 공이 좀 잘 맞았다 싶으면 탈출을 시도한다.“선생님, 드디어 하산의 날이 왔어요. 앞으론 망 안에서는 안 놀고 들에서만 놀겠어요. 수 년 동안 투자한 자금도 회수해야겠고... 팬들도 관리해야 하니까... 앞으로는 제 얼굴보기 힘들 거에요.”이러면서 연습장 탈의실 옷장에 쑤셔 박아 두었던 헌신발이며 고린내 나는 신던 양말까지 챙겨가지고 나온다. 그런 나를 사부는 붙잡지 않는다. 니 마음대로 하시라이다. 하지만 달포도 못 버티고 다시 망 안으로 돌아온다.“팬 사인회 하시느라 바빠서 닭장은 영영 발 끊은 줄 알았는데, 누추한 곳엔 어인 왕림?”예수님은 아흔아홉 마리의 양보다 한 마리의 잃어버린 양을 더 애타게 찾았다는데, 다시 돌아온 제자에게 따뜻한 위로의 대사라도 읊어주면 좋으련만, 사부는 인정머리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다. 애물단
나는 여고시절에 잠시 기숙사에 들어가 있었다.이불보따리를 풀던, 첫날 저녁이었다. 환영회를 한다고 선배들이 나를 비롯한 신참들을 불렀다. 환영회를 한다는 방으로 내려가니 먼저 입사한 상급생, 동급생들이 방 가장자리에 빙 둘러 앉아있었다. 방 가운데는 한말들이 커다란 주전자와 대접, 새우깡 몇 봉지, 사과 몇 알이 놓여있었다. 환영회라는 이름에 걸맞지 앉게 분위기가 썰렁했다. 우리 신참들이 주눅이 들어 어정쩡하게 서있으려니 왕선배가 우리더러 주전자 옆에 앉으라 했다.“자, 기도 합시다.”환영회는 기도로부터 시작되었다. 성가도 부르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까지 했다.이 즈음에서 경직된 분위기를 풀고 화기애애한 선후배의 상견례가 이루어 질 줄 알았다. 헌데 방 공기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만 있었다.“우리 고참들이 너희들에게 주려고 과자하고 성당 뒷산에서 약수를 길어 왔으니 많이 먹도록 해라.”실내는 바늘 하나만 떨어져도 들릴 만큼 조용한데, 기도를 주선한 선배가 냉면 그릇 같은 대접에 물을 가득 따라 주면서 명령했다. 선배들은 차례대로 대접을 채워서 신참들에게 건네었다. 도저히 빠져나갈 길은 없었다. 그릇을 비울 때마다 선배들
[시사뉴스 김정호 기자] 지하철 분당선 강남구청역에서 폭발물 의심 신고가 접수돼 폭발물처리반(EOD) 등이 동원돼 조사에 나섰으나 폭발물이 아닌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폭발물 오인 신고로 분당선 전구간 열차 운행이 일시 중단되는 등 2시간 여 동안 열차 운행에 차질이 빚어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17일 경찰과 코레일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5분께 한 남성 승객이 비상인터폰을 이용해 강남구청역 분당선 역무실에 "폭발물로 의심되는 검정색 여행 가방을 발견했다"고 신고했다.회색 여행용 가방은 압구정역 방향 4-3 승강장에서 발견됐으며 코레일 측은 안내방송과 역무원의 지시 등으로 승객을 대피시켰다.경찰특공대 폭발물처리반(EOD) 요원과 탐지견 등이 즉시 현장에 출동해 가방에 대한 수색에 나섰고 X-ray 판독 결과 가방내에 폭발물 뇌관과 비슷한 물체가 발견됐다.경찰은 뇌관 1발과 전자식 센서 회로로 구성된 폭발물로 추정하고 장비 등을 동원해 해체 작업을 벌였으나 옷가지와 옷걸이 등으로 확인됐다.이날 신고 접수 후 2시10분부터 강남구청역 승강장이 통제되고 상하행선 열차가 무정차 통과했다.코레일은 이날 오후 공식 트위터에 "오후 2시5분께 분당선 강남구청역에
우리 부부는 골프를 할 때 꼭 내기를 한다.주머닛돈이 쌈짓돈일 텐데 무슨 내기냐고 빈정대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부부가 비정한 도박의 세계까지 도달하게 된 데는 우여곡절이 있다.서양에서도 남편에게 자동차 운전을 배우면 이혼한다고 한다. 남편에게 골프를 배우면 더 그렇다고 한다. 우리도 이혼의 위기까지 갔었다. 그 위기를 극복하게 된 전환점이 내기이다.A부부와 같이 골프를 할 때면 캐디가,“저기 두 분 정말 부부 맞아요?”하고 묻는 일이 왕왕 있다. A는 티잉그라운드에 올라가서 티를 꽂고 공을 놓아준다. 공을 날릴 방향을 잡아 어깨와 발을 정열을 시켜 주고 내려와서는,“치세요”존댓말까지 써준다. A는 아내를 따라다니며 클럽도 골라주고 디봇도 수리해주고 벙커정리도 해준다.또 B부부는 A부부와는 정 반대이다. 아내가 티샷을 하고 공이 제대로 날아가는지 마무리 자세를 잡고 페어웨이를 바라보면,“빨랑 내려오지 않고 머 해!”B는 아내에게 면박을 준다.내 남편은 딱 중간이다. A처럼 살갑게 굴지도 않고, B처럼 뭇 사람들 앞에서 내게 면박을 주지도 않는다.“쳐.”간단한 단어 하나로 절도 있게 명령한다. 그 때문인지 A의 아내의 골프실력은 나보다 못하고 B의 아내는 나보다
***19홀. 파(?). 핸디캡(?). 오직 신(神)만이 설계할 수 있는 홀이라고 일컬어짐. 골프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기술이 없더라도, 시각 청각 후각 촉각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홀. 페어웨이는 구릉과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음. 그린은 초봄의 갓 돋아난 풀잎같이 향긋한 내음을 풍기며, 누르면 즙이 흘러나올 것처럼 촉촉함. 특히 홀인되는 순간은 현악기의 현이 울리는 듯, 파르르 떠는 소리가 남.***[신이 내린 스포츠, GOLF SEX. 자주해도 질리지 않으므로 체력이 허락하는 한 죽는 날까지 한다.]"생맥주....한 잔해야죠?"입가의 거품을 혀로 핥으며 꺽정씨가 말한다. 18홀 라운드를 마쳤고 샤워까지 마쳤는데 어찌 생맥주로 목을 축이지 않을까 보냐. 클럽하우스의 식당에 들어와 의자를 당겨 앉기도 전에 흰 거품의 모자를 쓴 생맥주가 탁자에 놓인다."민호씨, 오늘은 도망 안 가나요?"경희가 민호씨를 놀리느라 하는 말이다. 민호씨는, 지금은 재혼을 해서 라운드 후에 느긋한 시간을 즐기지만, 데이트에 열을 올리던 지난해에는 급한 약속을 핑계로 사라져버리고는 했다.그런 민호씨를 볼 때마다 어느 골프광의 일화가 떠올랐다. 그 남자가 골프라운드를 마치고 애인과
***18홀. 파4. 340미터. 핸디캡1. 페어웨이는 좁고 길며 오르막 구릉임. 페어웨이 중간에 우람한 소나무가 버티고 있으며 좌우 모두 벙커. 좌측 벙커는 오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함. ***[신이 내린 스포츠, GOF SEX. 정복이 힘들수록 더욱 매력을 느끼며,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내가 골프코스를 설계한다면 절대로 난이도가 높은 홀은 마지막에 놓지 않겠다. 공략하기 어려운 마지막 홀은 골퍼들의 희망을 깬다.나는 아직 싱글타수를 쳐보지 못했다. 최고기록이 82타이다. 물론 최고기록도 나의 홈구장인 이 골프장에서 이룩한 타수이다. 마지막 홀이자 핸디캡이 1인 홀에서 적어도 파를 잡아야만 싱글타수를 칠 수 있다고, 자주 함께 라운드를 하는 친구들은 단언했다.핸디캡 1이라고는 해도 특별히 골퍼를 골탕 먹이는 함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페어웨이가 좁고 가파른 비탈의 오르막이며 파4홀로써는 다른 홀보다 길뿐이다.나는 82타를 비롯하여 83, 84, 85타의 기록은 스무 번 쯤 된다. 82를 치던 날도, 83을 치던 날도 17홀까지는 9오버 파였었다. 18홀에 와서 보기나 더블보기를 해서 꿈에도 그리는 싱글타수의 문턱에서 무릎을 꿇은 것이다.코스설계를
***17홀. 파4. 288미터. 핸디캡15. 핸디캡이 말해주듯이 만만한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180미터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며 그린까지는 내리막. 200미터 지점의 페어웨이 좌측부터 한가운데까지 커다란 벙커가 누워있음. 티샷의 슬라이스는 소나무 숲이, 훜은 벙커가 공을 기다리고 있음.***[신이 내린 스포츠, GOLF SEX. 풀이 너무 길면 무기와 엉기는 수가 있다. 초보자는 풀숲에서 헤맨다.]이제 두 홀 밖에 남지 않았다. 승헌씨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골프에 매료되고 미치면 골프가 삶의 축이 된다. 처음 골프를 배웠을 때는 나는 여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숙녀회에 가입해서 필드에 나갔었다. 그러다가 집안 사정으로 아이들은 서울로 보내고 남편은 D시에 남았다. 나는 일주일을 서울에서 4일, 지방에서 3일로 쪼개서 살아야만 했다. 자연히 골프 동반자들이 다 떨어져 버렸다. 서울에 부킹이 있을 때 나는 지방에 있었고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한 달에 겨우 한번이나 라운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낮에도 밤에도 꿈에서도 골프가 그리웠다. 하던 운동을 안 하니까 변비도 생기고 근육도 탄력을 잃었다. 신체의 어디랄 것도 없이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골프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