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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김영두 골프이야기] "풀이 너무 길면 무기와 엉기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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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홀. 파4. 288미터. 핸디캡15. 핸디캡이 말해주듯이 만만한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180미터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며 그린까지는 내리막.  200미터 지점의 페어웨이 좌측부터 한가운데까지 커다란 벙커가 누워있음. 티샷의 슬라이스는 소나무 숲이, 훜은 벙커가 공을 기다리고 있음.***


[신이 내린 스포츠, GOLF & SEX. 풀이 너무 길면 무기와 엉기는 수가 있다. 초보자는 풀숲에서 헤맨다.]


이제 두 홀 밖에 남지 않았다. 승헌씨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골프에 매료되고 미치면 골프가 삶의 축이 된다. 처음 골프를 배웠을 때는 나는 여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숙녀회에 가입해서 필드에 나갔었다. 그러다가 집안 사정으로 아이들은 서울로 보내고 남편은 D시에 남았다. 나는 일주일을 서울에서 4일, 지방에서 3일로 쪼개서 살아야만 했다. 자연히 골프 동반자들이 다 떨어져 버렸다. 서울에 부킹이 있을 때 나는 지방에 있었고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한 달에 겨우 한번이나 라운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낮에도 밤에도 꿈에서도 골프가 그리웠다. 하던 운동을 안 하니까 변비도 생기고 근육도 탄력을 잃었다. 신체의 어디랄 것도 없이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골프만이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활력소였다.  

나는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동반자 없이 나 혼자라도 운동을 하는 방법을 궁리했다. 퍼블릭코스이든, 회원제 골프장이건 누가 끼워만 준다면 쑤시고 다니게 되었다. 그렇게 서울과 D시 사이의 골프장을 들쑤시고 다니다가 만난 사람이 승헌씨이다. 

그날 그는 동반자 두 사람과 라운드를 할 작정이었는데 내가 합류하게 된 것이었다. 나는 그들과 말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오로지 내 공만 쳤다. 세 명의 남자 중에 누군가가 아주 울림이 좋은 목소리였다는 것만 기억 속에 있다. 

18홀 라운드를 마치고 내가 그늘집에서 먹은 음식값을 지불하려고 식당으로 갔는데, 이미 계산이 끝났다고 했다. 

나는 그 울림이 좋던, 골프가방에 매달린 이름표에서 익혔던 문승헌을 찾았다. 낯선 여자를 팀에 끼워준 것만으로도 나는 그들의 경기를 방해한 꼴인데, 내가 먹은 음식값까지 얹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찍 가버리고 없었다. 라운드 도중에 그가 회원이라는 말을 얼핏 들은 것 같았기에 그의 연락처를 물어 볼 생각도 했었지만 숫기가 없어서 그만두었다. 

인연이 있었던 것일까. 

일년 쯤 후에 그를 다시 만났다. 바로 이 골프장에서였다. 

골프의류가게를 하는 고향 언니와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다가와 언니에게 아는 척을 했다. 언니는 그를 내게도 인사를 시켰다. 

"함께 라운드를 한 적이 있죠?"

그는 나를 기억해 주었다. 

"그늘집 음식값을 지불하려고 클럽하우스에 올라왔을 땐 벌써 계산이 되어있었어요."

"아는 사이였어?"

언니의 물음에 그는 짓 적은 듯 담배를 빼어 물었다. 

"제 연극을 보러 오신다면 빚진 음식값은 안 받겠습니다."

그가 품에서 봉투를 꺼내더니 연극표 두 장을 언니에게 건넸다.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저녁에 눈 감을 때까지 정신질환자들만 상대하니까 일주일에 한번은 이렇게 맑은 바람을 맞아야지 아니면 같이 미쳐요.”

그는 정신과의사였고 사이코드라마 연출자이기도 했다. 사이코드라마를 통해서 정신질환 환자들을 치료한다고 했다. 나는 그가 드라마 연출자라는 사실에 끌렸다.

"문박사, 사이코는 여기도 있어요. 골프에 미친 사이코, 문학에 미친 사이코...."

언니는 나를 사이코라고 소개했고, 그는 흥미롭다는 듯이 내게 관심을 보였다. 연극 공연장에서 한번, 그리고 희곡을 감수해주기 위해서 한 번 더 만나서 저녁을 먹었다. 

그윽한 조명 아래서 그는 희망을 품은 청춘처럼 생기가 있었다. 그는 튤립처럼 생긴 잔에 백포도주를 부어주며 자신의 희곡을 감수 해준 대가로 골프에 초대하겠다고 했다. 물기를 머금은 눈빛으로 꼭, 이라고 다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의 초대를 기다리다가 지쳐서 이제는 거의 포기하고 있다. 

"둘이 사귀나보네..."

꺽정씨의 생게망게한 너스레에 나는 기겁을 하게 놀랐다. 꺽정씨가 어떻게 내 마음을 투시하고 있단 말인가. 

"제가 마크를 하고 줍겠습니다. 공을 열 개를 더 쳐도 이렇게 나란히 정렬하긴 어렵죠. 이건 사귀는 관계보다 더 친밀한 겁니다."

발밑에 민호씨와 내 공이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 민호씨의 티샷은 하늘 높이 솟아서 수직 강하했다. 그래서 거리가 짧은 내공과 나란히 풀밭에 누워있었던 것이다. 나는 엉너리치면서 내 공을 주웠다. 

"하긴 머 이렇게 같이 공을 친다는 것만으로도 우린 좋은 인연 아니겠어요?"

어깨부들기를 움찔대며 민호씨가 거쿨지게 다가왔다. 

꺽정씨가 두개의 공을 지나쳐 숲으로 가고 있다. 꺽정씨는 벙커를 피하느라 약간 오른쪽으로 친 공이 비탈을 따라 흘렀을 것이다. 구릉에 막혀 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보지는 못했다. 깊은 러프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숲은, 나무는  듬성듬성 서 있지만 그 밑의 풀은 잎이 길고 검세다. 날을 세워서 치지 않는다면 빨판 같은 풀들이 헤드에 들러붙어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꺽정씨는 트러블 샷의 기술자니까 위기에서 쉽게 탈출하리라. 

캐디의, 공 보세요, 라는 말과 동시에 숲에서 하얀 물체가 툭 튀어나온다. 공은 그린 옆의 벙커에 푹 파묻히고 만다. 

"그 풀 한번 질기네. 멱차게 파묻히니까 찍을 수가 있어야지. 헤드를 착 감고서 놓아주지를 안잖아."

꺽정씨가 풀물이 배인 아이언 헤드를 닦으며 허텅지거리를 늘어놓는다. 

"꺽정씨는 뒷심이 부족한가 봐."

경희가 꺽정씨의 화를 돋우려고 약을 올린다. 

나는 두 번째 샷을 토핑하고 겨우 어프로치로 그린에 올렸다. 꺽정씨는 이번에도 역시 모래를 비산하며 가볍게 벙커에서 탈출하여 투 펏으로 마무리 한다. 

깊은 러프에 빠져 헤맨 꺽정씨나 맨땅에서 푸덕거린 나나 똑같은 타수이다. 꺽정씨는 전 홀의 더블보기에 이어 보기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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