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화순 칼럼리스트] 일제 강점기였던 1924년 11월 10일과 24일, '동아일보' 에스페란토 고정란에는 괄목할만한 호소문과 선언이 실렸다. ‘조선 에스페란토어 연맹’의 ‘호소문’(“Alvoko” al karaj niaj gefratoj)와 ‘선언’(Deklaro de la Esperantista Federacio Korea)이 그것이다. 그 호소문과 선언문 속에는 ‘일본의 언어제국주의에 반대하고 각 민족은 개개의 자연어를 사용하고, 인류는 에스페란토를 공통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들어 있었다. 일제 강점기였던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인의 글과 말을 쓰지 못하도록 하고 주권마저 빼앗은 일본에 대항하려는 에스페란토협회원들의 독립선언문이었던 셈이다. 한국에스페란토협회(KEA. 회장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조선에스페란토협회가 전신인 한국에스페란토협회는 코로나팬데믹으로 인해 주요 행사들을 온라인 줌(ZOOM)으로 펼치기로 했다.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온라인 줌(Zoom)으로 52차 한국대회와 협회 창립 100주년 행사, 2차 상하이-서울 에스페란토 포럼 관련 15개 행사를 진행한다. 국내외 주요 인사들과 함께
‘반려’의 의미가 중요해졌다. 1인 가구도 늘고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가정도 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도 우리나라 전체의 약 30%에 이른다. 이런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듯, 국립현대미술관이 ‘반려’의 의미를 묻는 최초의 ‘개를 위한 전시’를 기획해 주목받고 있다. 전시명은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29일부터 10월 25일까지 전시된다. 이미 25일 유투브로 선공개하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반려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간 개들의 출입을 금지해온 미술관, 그중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이 반려견을 관람객으로 초대했다. 문호를 ‘동물’에게까지 개방한 것은 흥미롭고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담당 학예사도 기획안을 제출할 당시, 전시 심의를 통과해서 진짜 전시로 실행될 거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성용희 학예사는 “반려동물을 가족이라고 얘기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개를 실제로 데리고 갈 수 있는 장소는 한정적”이라며 “가족이 될 수 없는 반려동물을 생각하면서 미술관이 얼마나 열린 공간이 될 수 있을지 실험해보았다”고 밝혔다. 이는 인간이 아닌 비인간에 대해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이자, 과연 우리 사회
[시사뉴스 이화순 칼럼리스트] 제주 빛의 벙커는 ‘빛의 벙커 : 반 고흐’전을 내년 2월 28일까지 연장한다고 8일 밝혔다. 제주 성산에 위치한 ‘빛의 벙커’는 ‘몰입형 미디어아트’라는 새로운 방식의 체험을 대중적으로 알리며 눈길을 끌어왔다. 제주의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주목받는 이곳은 예전에는 국가기간 통신시설 벙커로 쓰였으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장소를 되살리는 도시재생의 효과도 커서 코로나19속에서도 한여름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문화 피서지로서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반 고흐’전은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 작품을 재해석한 전시. 빛의 벙커 벽면과 바닥을 통해 반 고흐만의 대담한 붓 터치와 화려한 색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2차원의 회화에 동영상을 입히고, 웅장한 음악을 더해 눈과 귀로 관객을 사로잡는 ‘미디어아트’다. 원작의 맛을 그대로 맛볼수는 없지만, 900평 면적에 가로 100m, 세로 50m, 높이 10m, 내부 5.5m의 넓은 빛의 벙커 속 벽면에 투사되는 반 고흐의 대표작과 초기 작품, 풍경화, 야경, 자화상, 정물화 등을 통해 반 고흐의 풍부한 색채와 거칠고 강렬한 표현을 보게 된다. 전시는
‘비대면’의 코로나 상황이 미술전시 문화도 바꾸고 있다. 대규모 공공미술전시들이 기존의 오프라인 전시 외에 온라인 중심의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준비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가장 눈에 크게 띄는 것이 9월 ‘비엔날레의 계절’을 맞은 각종 비엔날레들의 변신이다. 올해처럼 짝수 해에는 광주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대전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등이 열려 왔다. 비엔날레(Biennale)란 2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국제 전시회를 일컫는다. 1895년 시작된 베네스 비엔날레가 유명세를 타면서 최근에는 각양각색의 비엔날레가 지자체마다 열릴 정도가 됐다. 그러나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 서울미디어시티바엔날레와 대구사진비엔날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등은 개최를 포기하고 내년으로 행사를 연기했다. 하지만 2년마다 열려야 하는 비엔날레의 정체성을 위해 부산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 대전비엔날레,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등은 용감하게 올해 전시를 이미 열었거나 곧 연다. 이들은 비대면이 강화된 최근의 심각한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야외 전시를 제외한 실내 전시와 컨퍼런스는 ‘온라인’용으로 다시 제작하는
대한민국 안에는 또다른 공화국 2개가 있다. 남이섬의 ‘나미나라공화국’과 제주도의 ‘제주탐나라공화국’. 이 두 상상나라 공화국을 만든 이는 멀티그래픽 디자이너 겸 사업가인 강우현 제주 탐나라공화국 대표이다. 과연 그가 디자인한 새로운 상상나라는 어떤지 찾아가 보았다. 제주공항에서 40여분을 달려 다다른 제주시 한림읍 한창로 897 ‘제주탐나라공화국’. 지난해 5월 개국해 사전 예약한 방문객만 받고 있지만, 일부 미완성으로 여전히 조성중에 있다. “언제 완성되는가” 묻자 “일단 오픈했지만 돌산을 깎아 만들다보니 아직도 할 일이 남았다. 어쩌면 제가 죽을 때까지 안 될지도 모른다(하하). 만약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누군가가 계속할 거다”라며 웃었다. 하긴 무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상상나라’에 어찌 끝이 있을까. 강우현 대표가 5명의 직원들과 중장비로 돌산을 파고 쌓기 시작한 지 6년 여, 15명의 직원들과 함께 가꾸고 다듬은 황무지 돌산은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었다. 일요일 오후 제주탐나라공화국에서 만난 강우현 대표는 “이 땅은 물도 나무도 없는 황무지였다. 온종일 땅만 파고 나무를 심었다”면서 “그러다가 현무암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고 말했다. 가장
2020창원조각비엔날레(총감독 김성호) 개막일이 한달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9월 17일부터 11월 1일까지 46일간 성산아트홀, 용지공원(포정사)에서 개최되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비조각-가볍거나 유연하거나’. 지금까지 조각에 대해 3차원적 입체 형상, 조형 예술, 단단한 돌, 거대한 동상으로 봐왔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가볍거나 유연한’ 재료를 활용한 다양하고 확장된 개념의 조각을 펼쳐보인다. 김성호 감독은 ‘비조각’이라는 개념을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논문 ▲이승택 조각가 ▲동양 철학을 통해 풀이한다. 첫째, 미국의 미술사가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의 논문 「확장된 영역에서의 조각(Sculpture in the Expanded Field)」(1979)이다. 이 미술사가는 풍경과 건축이 조각과 만나는 경향을 설명하기 위해 ‘비’풍경, ‘비’건축이라는 기호학적 방법론을 제시했다. 둘째, 원로 조각가 이승택(88)의 「내 비조각의 근원」(1980)이라는 에세이에 나오는 ‘조각을 향한 비조각적 실험’이다. 이승택 작가는 서구 근대 조각의 유산에 저항해 ‘비조각’이라는 개념을 계승했다. 1950년대 말~1960년대 단색조 회화가 주류를
#변시지 생애 첫 대형 화집 <바람의 길, 변시지> 세계 최대 박물관인 미국 스미소니언이 10년간 상설전시했던 ‘폭풍의 화가’ 우성(宇城) 변시지 화백(1926-2013) 재조명 바람이 거세다. 이 강풍은 지난 3월 변시지 화백의 대다수 미공개 작품과 작가노트 등을 기록한 첫 화집 출판을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까지 제주와 서울에서 계속될 전망이다. 변시지 화백의 화집은 아트누보(대표 송정희)가 펴낸 <바람의 길, 변시지>로, 70년에 이르는 작가의 작품세계, 그 변화와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을 망라한 첫 화집으로 화제가 됐다. 특히 20대 일본 시절을 비롯해 ‘비원파’로 알려진 30대 서울시절, 작고하기까지 제주시절 등 미공개 작품을 다수 포함한 180여점의 그림이 실렸고, 작가의 목소리와 작가노트, 채록 등 자전적 성격이 짙어 변시지 화백의 육성을 듣는 것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변시지 화백진면목을 볼 수 있는 전시는 송정희 대표 기획, 아트시지재단(이사장 변정훈) 후원으로 지난 6월부터 두차례에 걸쳐 제주돌문화공원 내 공간 누보에서 진행되고 있다. 1차 <변시지> 특별전은 6월4일~7월25일 미국 스미소니언박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미술시장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었다. 17~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회 조형아트서울2020(Plastic Art Seoul·PLAS2020)에 약2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출품 갤러리들이 크고 작은 희망적인 성과를 내고 성료됐다.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를 주제로 올해 5회째를 맞는 PLAS2020에는 86개 갤러리가 참가해서 2000여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지난해에 비해 7개 화랑이 적게 참가했고 해외 화랑들이 참가하지 못했지만, 코로나19로 개점휴업 상태이던 화랑들은 오랫만의 춘풍에 미소지었다. 판매가 절실했던 화랑들은 대형 작품 보다는 실제 판매할 수 있는 중소형 사이즈 작품을 선보였다. 관람객들도 대략 100만원 이하, 300만~400만원, 1000만원 이상의 작품들을 선호도와 가격대를 고려해 구매하는 모습을 보였다. 화랑주들은 예년보다 구매자들의 나이가 젊어져서 이번 전시회에는 40대가 많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판매 작품을 보면, 전시장 문쪽에 설치된 김성복 교수(성신여대)의 대형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는 2억원대로 판매됐다. 또 엠지에프에스백(MGFS100)은 보통 사람
반세기 동안 한국현대미술사를 함께 써온 갤러리현대가 <현대 HYUNDAI 50> 1부에 이어 2부 특별전을 열었다. 특별전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에 이어 50주년 특별전의 완결판을 7월 19일로 마무리짓는다. 갤러리현대는 이미 2차례 특별전을 통해 많은 작가와 컬렉터, 관람객들의 축하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가 중요한 것은 박명자 회장의 2세 경영인인 도형태(51) 사장의 꿈과 포부, 미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다른 의미를 갖는다. 갤러리현대 50주년 특별전으로 지난해 연말 첫테이프를 끊은 특별전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2019.12.18.-2020.3.1.)이 한국에 최초로 서양화가 도입된 시기에 제작된 구상회화부터 한국근현대미술사를 ‘인물화’로 압축해 보여준 전시였다면, <현대 HYUNDAI 50> 특별전 1부 <갤러리현대 반백년의 역사를 돌아보다> 전시(4.22-5.31)는 화려했다. 지난해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132억원(88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된 김환기의 ‘우주’를 비롯해, 갤러리현대와 함께 성장해온 국민화가 이중섭, 박수근의 작품, 김환기 유영
한국채색화가 이해경(63)이 7년만의 개인전 ‘초록서정’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가이아에서 14일까지 연다. ‘초록 서정’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전시장에는 조용하고 서정적이며 내면적인 그림들이 걸려있다. 야생화가 만발하고 곤충과 새들이 어우러진 ‘초록 서정’의 출품작들은 멀리서 얼핏 보면 사실적인 회화 같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의도된 환상인 것을 볼 수 있다. 작품 속에는 뭔가 감춰진 이면 또는 내면을 가장한 환상이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작가가 질감이 도드라진 석채와 분채를 혼용해 자신의 삶의 일상을 기록하듯 꼼꼼하게 성실하게 그려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그의 그림들은 바늘로 한땀한땀 면을 이루고 색을 올리는 자수처럼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지난한 작업들을 통해 여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는 자아 성찰의 과정을 내포한다. 이해경 작가는 “여성의 속성 중 하나인, 입으로 말해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몸으로 말하기의 오랜 기억을 그림 그리기를 통해 되살려낸다”고 한다. 그는 작품을 통해 짧고 반복적인 고요한 붓질이 이끄는 삶에 대한 사유와 '나’라는 주체로의 회귀, 내면 깊이 감춰두었던 심리적 표정을 그려낸다. 작가는 이화여대 미술
미술품 수집, 전시, 보존·복원이 궁금하다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하 청주관)을 찾으라. 청주관은 보존과학을 소개하는 상반기 기획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Conservator C’s Day)》를 지난달 26일 개막, 10월 4일(일)까지 개최한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는 미술품의 생애주기 중 ‘보존·복원’에 대해 소개하는 전시다. 이 전시는 미술관의 주요 업무 가운데 잘 드러나지 않았던 보존과학의 이야기를 전시를 통해 소개한다. 전시제목의 ‘C’는 ‘컨서베이터(Conservator)’와 ‘청주(Cheongju)’의 ‘C’를 가리키기도 하고 동시에 삼인칭 대명사 ‘-씨’를 의미하기도 한다. 미술작품은 탄생의 순간부터 환경적, 물리적 영향으로 변화와 손상을 겪지만 보존과학자의 손길을 거쳐 재탄생한다. 탄생과 소멸이라는 일반적인 생로병사 과정에서 보존·복원을 통해 생명을 연장하게 된다. 기획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보존과학자의 일상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하여 작가와 작품, 관객 등 다양한 관계 안에서 보존·복원을 수행하는 한 인물의 일상과 고민 등을 시각화한다.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의 보존·복원이라는 측면에 집중하여 보존‘과학’을 문화와 예술의 관점으로 들여다보려
고야, 르누아르, 클림트, 앵그르의 명작 속 여인들이 왕눈이 소녀 캐릭터로 거듭났다. 고려 불화의 변신도 눈길을 끈다. 한국의 대표적 팝아티스트인 마리킴(43)의 개인전이 열리는 가나아트센터 갤러리에서 관람객들은 만화에나 나올법한 크고 반짝이는 큰 두 눈, 아이돌(Eyedoll)을 가진 명화 속 주인공을 만나는 체험을 하게 된다. 전시는 31일까지. 아이돌(Eyedoll)은 유난히 강조된 두 눈을 통해 현대인의 내면, 다양한 심리를 꿰뚫어보는 것 같다. 화려하고 밝은 색채와 굵은 선, 강렬한 형상의 개성적인 얼굴로 바뀐 명화들과 고려 불화들은 마치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것 같기도 하다. 전시회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켜온 마리킴이 이번엔 세계적 명작을 차용한 오마주(hommage) 작품들을 내걸었다. 프랑스 인상파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 그림 '물 조리개를 든 소녀'를 비롯해, 르네상스 대표 작가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흰 담비를 안은 여인', 프랑스 신고전주의 초상화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1780~1867)의 '오송빌 백작부인의 초상',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의 ‘이상적 여인의 초상’ 등 명화 15점과
PKM갤러리 <윤형근 1989-1999>展 국제 미술시장에서 단색화의 거장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윤형근(1928-2007) 화백의 1989-1999년 작품에 집중한 전시회가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제법 많은 관객이 다녀간 지난 주말, 삼청동 PKM갤러리는 활기를 찾고 있었다. 2001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커미셔너를 지낸 박경미 대표가 준비한 <윤형근 1989-1999>展(6월 20일까지)이 그 현장이다. 이 전시는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9년 베니스 포르투니 미술관의 순회 회고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첫 전시다. 윤형근 화백의 1990년대 주요 작품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는 마포(麻布) 위에 붓으로 힘있게 그어내려간 명상적인 검은 흙빛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품고 있다. 윤 화백은 생전에 “오랜 풍상을 겪으면서 썩고 부서져 흙으로 돌아가는 나무를 보고 크게 깨달아 이런 다갈색 단색화를 그리게 됐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는 일생 많은 풍상을 겪으며 작품으로 그 아픔을 승화시킨 사람이었다. 시대의 아픔, 몸으로 겪어낸 화가 수화 김환기(1913-1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