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1.26 (월)

  • 맑음동두천 -2.6℃
  • 구름많음강릉 4.0℃
  • 구름많음서울 -1.2℃
  • 구름많음대전 0.9℃
  • 구름많음대구 3.3℃
  • 흐림울산 5.1℃
  • 흐림광주 1.2℃
  • 흐림부산 5.1℃
  • 흐림고창 -0.1℃
  • 제주 5.2℃
  • 구름많음강화 -2.6℃
  • 구름많음보은 -0.1℃
  • 흐림금산 0.4℃
  • 흐림강진군 2.3℃
  • 흐림경주시 4.4℃
  • 흐림거제 5.1℃
기상청 제공

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시대 아픔 단색화로 승화시킨 윤형근의 90년대 걸작전 

URL복사

PKM갤러리 6월 20일까지 <윤형근 1989-1999>展 
고유한 본질 위에 원숙한 형식미의 작품들
도널드 저드, 추사 김정희와의 정신적 교류  

 

 

PKM갤러리 <윤형근 1989-1999>展

 

국제 미술시장에서 단색화의 거장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윤형근(1928-2007) 화백의 1989-1999년 작품에 집중한 전시회가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제법 많은 관객이 다녀간 지난 주말, 삼청동 PKM갤러리는 활기를 찾고 있었다. 2001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커미셔너를 지낸 박경미 대표가 준비한 <윤형근 1989-1999>展(6월 20일까지)이 그 현장이다. 

 

이 전시는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9년 베니스 포르투니 미술관의 순회 회고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첫 전시다. 윤형근 화백의 1990년대 주요 작품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는 마포(麻布) 위에 붓으로 힘있게 그어내려간 명상적인 검은 흙빛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품고 있다.

 

윤 화백은 생전에 “오랜 풍상을 겪으면서 썩고 부서져 흙으로 돌아가는 나무를 보고 크게 깨달아 이런 다갈색 단색화를 그리게 됐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는 일생 많은 풍상을 겪으며 작품으로 그 아픔을 승화시킨 사람이었다. 

 

 

시대의 아픔, 몸으로 겪어낸 화가 

 

수화 김환기(1913-1974) 화백의 제자겸 사위인 윤형근 화백은 수화와는 또다른 작품 세계로 국내외 화단에서 인정받아 왔다. 단순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과 통하면서도 검은 먹빛으로 여백의 미를 담았던 전통 서화와 수묵화의 멋과 깊이를 느끼게 하는 그만의 명상적인 작품 세계를 만들었다.    

 

윤 화백이 처음부터 먹빛 작품만 한 것은 아니다. 1966년 숙명여고 미술교사 재직시절 서울 신문회관에서 열었던 개인전 출품작들을 보면, 이번 전시작들과는 달리 서정적인 제목에 푸른 색을 주요색으로 썼던 ‘섬 풍경’ ‘호수’ ‘매화와 달’ 등 스승 김환기의 영향을 반영한 작품들이 많았다. 

 

하지만 1973년 ‘숙명여고 사건’ 이후 그의 작품에서 밝은 색채는 드러나지 않게 된다. 오로지 검은 색으로 보이는 색채만이 남게 된다. 

 

 

시간을 거슬러가보면, 1973년 이전부터 그는 시대의 아픔을 몸으로 겪어냈다. 곧은 성격과 인품 때문이기도 했다. 서울대학 재학 시절, ‘국립서울대학교 설립안’ 반대 시위에 참가해 제적당했는가 하면, 1950년 한국전쟁 중 학창시절 시위 전력 이유로 ‘보도연맹’에 끌려가 학살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전쟁중 피란을 가지 않고 서울에 남았다는 이유로 1956년 서대문형무소에서 6개월간 복역해야 했다.

 

홍익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청주여고 교사가 됐지만 4.19 이후 이승만 정권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가 부당한 전근발령을 받고 사직되기도 했다. 이후 숙명여고에서 미술교사로 일했지만 중앙정보부장의 지원으로 부정 입학했던 학생의 비리를 따져 물었다가 1973년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서대문형무소에 다녀온 후 작업실에서 그림에만 매달렸던 그의 작품에서 청색은 더 이상 청색으로만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 윤 화백은 청색(ultra-marine)과 다색(Umber)을 섞어 검은 빛에 가까워진 물감에 테레빈유와 린시드유를 적당히 섞어 농담을 조절하고 이를 면포나 마포 위에 큰 붓으로 내려 긋는 대표작들을 그려냈다. 오일의 번짐 효과는 물감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만들어주고 작품 속 여백은 또다른 차원을 상상하게 하는 ‘문(門)’이 되었다.  

한국근현대사의 질곡 통해 탄생한 작품세계

 

윤형근 화백은 평소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그윽하고 깊은 신비, 삼라만상의 묘한 이치가 나오는 문(玄之又玄衆妙之門)’를 언급하며 ‘검을 현’에 주목했다고 한다. 

 

그의 그림엔 하늘 색인 청색과 땅의 색인 암갈색이 섞인 오묘한 검정색이 섞인 것이 주를 이룬다. 스승 김환기 화백이 그만의 하늘색을 만들어냈다면, 제자겸 사위인 윤형근 화백은 그만의 땅의 빛깔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의 올곧은 성품과 작품 세계의 뿌리는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선비정신과 맞닿아있다.

 

생전의 윤 화백은 추사를 흠모하며 일체의 작위와 기교를 배제하며 추사의 선비정신을 따르고자 했다. 서화를 고매한 인격의 자연스러운 발현으로 여겼던 추사를 존경해 생전에 “내 그림은 조선 말기 추사 김정희의 쓰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선비정신의 먹빛만 남은 명상적 작품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1989-1999년 시기에 윤형근 선생님 작품은 그 이전보다 더 단순하고 수수한 미학의 결정체를 보여준다”며 “한국적이고 현대적인 면들이 꽃을 피우는 중요한 시기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출품작은 수묵화 같은 번짐 기법과 양 기둥 형상이 특징을 이루는 초기 작업에 비해 보다 구조적이면서도 대담한 형태로 진화하기 시작한 작업으로 암갈색이 완전 검정색으로 변화된 그림이다. 마치 한국 전통의 ‘먹’으로 글씨를 쓴 듯 검은 빛이 화폭 위에서 흡수되고 번지는 정도가 서로 미묘한 차이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한편 윤 화백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친 추사 김정희의 글과 미니멀 아트의 대가 도널드 저드(1928-1994)의 소품 한점도 전시장 한켠에 자리했다.

 

 

도널드저드와의 인연 

 

동갑내기 미국인 화가인 도널드 저드는 1991년 인공갤러리 국내 첫 개인전을 앞두고 1990년 내한해 윤형근의 단색화가 지닌 이런 절제미와 서예 방식을 첫 눈에 발견했다.

 

윤 화백의 화실을 찾아 교유하며 그의 작품에 매료됐던 도널드 저드는 1994년 자신이 설립한 미국 텍사스 마르파의 치나티 파운데이션(The Chinati Foundation)에 윤 화백을 초대해 개인전을 열어주는 등 국경을 뛰어넘는 예술가로서 교분을 나누었다. 한편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PKM갤러리는 관람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온라인 뷰잉 룸을 개설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이해찬 전 국무총리 별세에 “민주주의 역사의 큰 스승 잃었다”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해찬 전 국무총리 별세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주의 역사의 큰 스승을 잃었다”며 애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해찬 전 국무총리 별세에 대해 “대한민국은 오늘 민주주의 역사의 큰 스승을 잃었다”며 “고인의 별세 소식에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님은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 일생을 바치셨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던 청년의 기개는 국정의 중심에서 정교한 정책으로 승화됐다. 시대적 과제 앞에서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안정과 개혁을 조화롭게 이끌어 내는 탁월한 지도력을 보여주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새로운 국가 비전을 제시하며 수도권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혁신적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며 “통일을 향한 확고한 신념으로 평화의 길을 모색하셨던 수석부의장님의 뜻을 되새겨본다. 함께 이루고자 했던 꿈을 완성하지 못한 채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은 말로 다할 수 없다

경제

더보기
이혜훈 후보자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에 다른 시각 조화롭게 접목할 수 있다”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자신이 보수 정당 출신이지만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에 다른 시각을 조화롭게 접목할 것임을 밝혔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23일 국회에서 개최된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해 “진영정치에 발목 잡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에 새로운 길을 여는 일에는 돌을 맞더라도 동참하겠다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저는 보수 진영에 속해 있었을 때도 꾸준히, 그리고 가장 열심히 경제민주화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주권 정부의 국정운영에 다른 시각을 조화롭게 접목할 수 있는 접점이 많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이혜훈 장관 후보자는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고 양극화와 K자형 회복을 완화하기 위해선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기에 재정의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주의와 관심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그동안 지출효율화를 일관되게 주장해 온 사람으로서 중복은 걷어내고 누수를 막아내는 일에 성과를 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정이 필요한 시점에 제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도 데이터와 성과 분석에 기반한 재정 운영을 통해 예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똑똑한 재정을 하자는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다채로운 신라 이야기... 국립경주박물관, '큐레이터와의 대화' 프로그램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은 관람객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26년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시작한다. ‘큐레이터와의 대화’는 국립경주박물관에 근무하는 연구관과 연구사가 관람객을 직접 만나, 박물관 소장품과 전시에 담긴 이야기를 나누는 전시 해설 프로그램이다. 2026년 ‘큐레이터와의 대화’는 국립경주박물관을 대표하는 신라 황금 문화, 불교미술 관련 문화유산을 비롯해, 오는 6월 개막하는 <황룡사 목탑 사리장엄구> 특별전, 10월 재개관 예정인 어린이박물관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소장품을 연구하고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의 시선을 따라가며, 전시품에 담겨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특히 올해 첫 번째 ‘큐레이터와의 대화’는 1월 28일(수) ‘한국의 가장 큰 무덤, 황남대총’을 주제로 윤상덕 관장이 문을 연다. 이어서 2월 25일(수)에는 신라미술관에서 김윤이 연구사가 ‘중생을 살피는 열한 개의 얼굴’이라는 주제로 신라 관음보살상 이야기를 전하며, 3월 25일(수)에는 신라역사관에서 이지은 연구사가 ‘새로운 소재, 철을 부리다’를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한 올해 ‘큐레이터와의 대화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새해에도 계속 목도하는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세상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혜성처럼 나타난 대통령이 되었으나 2년10개월여의 재임기간 동안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린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선고가 어떻게 날 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무기징역은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무너진 ‘공정과 상식’은 추악한 과거로 돌리고 병오년 새해에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희망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터져 나온 한 장관 후보자의 갑질, 폭언, 투기 등으로 인한 자질 논란과 정치권 인사들의 공천헌금과 관련한 수많은 의혹, 대장동 일당들의 깡통 계좌 등을 지켜보며 우리는 깊은 회의감과 자괴감에 빠진다. 평생을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등불 삼아 살아온 이들이 “불법과 비리를 멀리하고 공명정대하게 살라”, “과유불급을 가슴에 새기고 욕심내지 마라”, “남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보다 자존감을 키워라”라고 강조해 온 말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법을 만드는 이들과 나라를 이끄는 이들이 정작 그 법과 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