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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강우현 대표, 남이섬 이어 제주서 새 성공신화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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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창로 황무지 돌산에 ‘제주탐나라공화국’ 조성  
첫삽 뜬지 5년만에 두 번째 상상나라 개국
멀티그래픽 디자이너 겸 사업가 강우현의 새 도전   
현무암 녹여 만든 야심찬 ‘Volcano’ 제품도 눈길

 

대한민국 안에는 또다른 공화국 2개가 있다. 남이섬의 ‘나미나라공화국’과 제주도의 ‘제주탐나라공화국’. 이 두 상상나라 공화국을 만든 이는 멀티그래픽 디자이너 겸 사업가인 강우현 제주 탐나라공화국 대표이다. 과연 그가 디자인한 새로운 상상나라는 어떤지 찾아가 보았다.  

 

제주공항에서 40여분을 달려 다다른 제주시 한림읍 한창로 897 ‘제주탐나라공화국’. 지난해 5월 개국해 사전 예약한 방문객만 받고 있지만, 일부 미완성으로 여전히 조성중에 있다. 

 

“언제 완성되는가” 묻자 “일단 오픈했지만 돌산을 깎아 만들다보니 아직도 할 일이 남았다. 어쩌면 제가 죽을 때까지 안 될지도 모른다(하하). 만약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누군가가 계속할 거다”라며 웃었다. 하긴 무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상상나라’에 어찌 끝이 있을까. 

 

 

강우현 대표가 5명의 직원들과 중장비로 돌산을 파고 쌓기 시작한 지 6년 여, 15명의 직원들과 함께 가꾸고 다듬은 황무지 돌산은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었다. 일요일 오후 제주탐나라공화국에서 만난 강우현 대표는 “이 땅은 물도 나무도 없는 황무지였다. 온종일 땅만 파고 나무를 심었다”면서 “그러다가 현무암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고 말했다. 가장 흔 것을 가장 귀한 것으로 만들겠다고. 

 

 

구멍 숭숭한 검은 현무암을 1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녹여 용암처럼 흐르는 점액질 현무암으로 돼지 여물통 조명도 만들고, 상패와 다기, 각종 기념품과 액세서리도 만들어 보았다. 

 

강 대표는 이 현무암 상품에 ‘화산’을 뜻하는 ‘VOLCANO’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상품화할 계획이다. 아마존 같은 글로벌한 유통시스템을 통해 독특한 상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 시대에 맞는 방법을 써야 한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시장을 찾아갔지만, 이제는 시장이 우리를 찾도록 해야 한다.” 3만평에 이르는 이 상상나라에는 그가 직접 만들고 그린 그림과 조형물이 가득하다. 

 

강 대표가 제주탐나라공화국의 첫 삽을 뜬 것은 2014년 2월 21일, 그리고 그해 말 남이섬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14년간 나미나라공화국에서 성공신화를 썼던 그가 제2의 신화를 향한 재도전의 첫발을 내딛은 것이었다. 그리고 2015년 2월부터 제주도에서 탐나라공화국 조성에 매진했다.  

 

1998년 서울 종로구 공평아트센터 전관에서 열린 강우현 대표의 첫 개인전 ‘강우현 멀티캐릭터아트전’을 취재한 인연으로 지켜본 강 대표는 그간 디자이너 겸 작가, 스토리텔러, 기획자, 또 사업가 겸 사회활동가로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누구도 흉내내기 힘든 그만의 상상나라를 만들어왔다. 가까이서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그의 뛰어난 입담과 설득력은 최고다. 

 

 

강우현 대표는 “상상은 살 길이고 창조는 갈 길”이라면서 “창조를 하기 위해서는 끝까지 우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남이섬에서 방치되던 인어공주상을 강가에 내다 놓으며 생명력을 불어넣었던 그는, 제주 화산섬에 스토리를 입혀 ‘제주 해녀의 조상은 인어가 아닐까’라고 상상했다. 그가 제주탐나라공화국 안의 바위에는 인어그림도 새겨져있다. 그는 “버려지고 쓰지 않는 물건에도 생명을 불어넣으면 예술적 가치로 격을 달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상상나라 대장으로 유명해진 것은 우연한 기회에 ㈜남이섬 대표가 되어서다. 2001년 9월 평소 작업 구상차 자주 찾던 남이섬에서 장기투숙을 하던 그는, 심심풀이로 땔감용 통나무를 이용해 남이 장군을 기념한 장승을 만들어 세웠다.

 

그런데 이것을 본 남이섬 민웅기사장이  “나 대신 사장으로 이 섬을 가꾸어 달라”고 제안한 것이 인연이 됐다. 첫해 27만5000명의 입장객은 강 대표가 14년간 운영을 맡으면서 연간 300만명으로 늘어났다. ‘남이섬 성공신화’를 일군 것이다. 섬의 분위기가 관람객의 증가만큼 좋아진 것은 당연했다.

 

이런 성공에는 남이섬이 한류드라마의 대표작이었던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장소로 유명해진 까닭도 있지만, 각국의 국기와 문화를 수용한 나미나라공화국이라는 독특한 운영 양식에 다양한 전시콘텐츠와 볼거리를 끊임없이 탄생시킨 덕분이었다.   

 

하지만 남이섬과 제주탐나라공화국은 큰 차이가 있다. 강 대표는 “남이섬에는 나무가 있고 자연 풍광이 아름답지만, 제주 탐나라공화국 땅은 애초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돌산”이라고 말했다. 돌산이어서 나무 심기도 무진 애를 먹었다고 한다. 

 

돈 보다 사람을 벌어라

 

“타지에서 질시받지 않고 없는 살림에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후원자가 필요해요. 열 명 남짓한 직원들과 3만평의 돌산을 조성하고 성과를 얻으려면 지역민들의 도움이 절실했죠. 그리.고 환경단체나 시민단체, 지역언론과 공무원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죠.” 

 

강 대표는 멀티 디자이너이면서도 사업가의 면모도 강하다. 아이디어도 뛰어나고 사람들과의 친화력, 추진력도 뛰어나다. 그는 돈 벌기보다 사람 얻기에 먼저 힘썼다고 말했다. 

“돈을 벌면 사람으로 인해 망하게 돼요. 그래서 ‘돈 보다는 사람을 벌자’ 싶었지요."
정부 지원이나 투자와 융자르 ㄹ일체 받지않고도 현재 회사에는 빚이 없다면서, 덕분에 탐라공화국은 중국 자본에 팔릴 뻔한 위기를 넘겼다고 말했다. 한 달 중 마지막 토요일에는 이곳을 지역주민들에게 무료 개방해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인심을 얻었다. 황무지에 있는 2만 그루의 나무 중 2/3인 1만5천 그루의 나무가 지역민들이 나눠준 나무이고, 꽃도 꽃씨를 가져다준 내방객들도 그에게 호응했다.    

 

남이섬에서의 경험은 큰 도움이 됐다. 가급적 폐품과 재활용품을 이용한 자원 활용으로 빚지지 말고 돈 쓰지 말자는 목표로 진행해 왔어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는 그의 신념은 나무 한그루 없던 황무지 돌산이던 이곳에 숲을 만들었다.

 

또 80개의 연못과 마실 물을 얻고, 또 돌을 이용한 다양한 조형물과 도서관 조성도 가능케 했다. 연못 중 가장 큰 연못인 인당수는 300평쯤 되는 크기다. 깊이도 1.5m나 된다. 

 

강 대표는 1.5km 떨어진 마을에서 물을 끌어오는 돈이 15억원이나 든다고 해, 아예 빗물을 받기로 했다. 물의 부패는 화산송이가 해결해 주었다. 빗물을 지하에 깊숙히 저장한 후 전기 장치를 통해 거르고 돌려서 식수부터 연못 물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식수를 위한 빗물 연구는 서울대학교 빗물연구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탐나라공화국에는 폭포도 있다. 알고보니 땅의 깊이를 알기 위해 파다가 생긴 절벽에 물을 흐르게 한 ‘나이야~가라 폭포’ (‘나이를 먹지 않는 폭포’란 뜻)를 비롯해 종을 치면 소원을 이루는 용성각도 만들었다. 마치 용이 용트림하듯 휘감은 이 곳은 ‘와룡(臥龍)’으로 탄생했다. 또 물레방아와 분수도 있고, 연못에 따라 연꽃과 물고기, 오리와 새들이 노닌다. 탐나라공화국의 마스트플랜은 있지만 모든 것이 강 대표의 상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어서 최종 변신은 아무도 모른다.  

 

 


재활용품들, 작품과 생활용품으로 변신

 

재활용품들도 이곳에서 생명을 얻었다. 멀티디자이너인 강 대표는 빈 소주병들도 녹여 벽면의 예술 재료로 썼고, 녹슨 쇠판도 색종이처럼 오려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었다.  
“아마 현무암 속에는 이런 무늬가 숨어있지 않을까요?” 발상의 전환,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펴보면 닿을 수 있을까. 마치 색종이를 오린 듯 쇠판을 오려내 작품으로 만든 강우현 대표의 작품도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다.

 

 

폐철근으로 조형물을 만드는가 하면, 당구대에 사용했던 화강석은 훌륭한 정원 바닥재로 사용했다. 폐캔은 의자로 만들었고, 버려진 식당 테이블은 건물 안 마루로 새 생명을 얻기도 했다. 국내외 도예 작가들을 초대해 현무암으로 도자기를 만드는 실험도 계속하고 있다. 산이었던 동산을 깎은 ‘호롱궁’에는 유리가마에 800도의 열을 가해 압착시킨 폐소주병을 활용해 벽의 작품을 완성했다. 또 폐기처분 직전인 월드컵 저금통, 볼링핀, 케이블 케이스 등도 멋진 작품으로 사용했다. 

 

무심코 뿌린 꽃씨들이 바람에 날려 돌산에 생기를 주고, 새가 새를 부르고, 또 사람을 부른다. 제주에서 발에 채이는 돌들을 모아 돌담을 조성하는 등 조형물 제작도 한창이다. 

 

 

노자 사랑으로 얻은 노자예술관 

 

“무(無)와 유(有)를 연결하니 길[道]이 생겼다.” 강 대표는 도덕경과 노자(老子)를 이야기 했다. “없는 것은 생겨나고 있는 것은 사라진다”는 그는 노자의 고향인 중국 허난(河南)성 낙양사범대학의 양중유 노자연구원장을 찾아갔다. 양 원장이 ‘노자 도덕경 5천자를 다 외우는 학자들도 한 글자를 못써먹는데 노자를 모르는 강 선생은 세 글자나 쓰고 있다’고 놀라더라”고 말했다.

 

강 대표의 노자 사랑은 2015년 7월 ‘노자예술관’과 ‘노자서원’으로 결실을 보았다. 노자예술관에는 중국에서 보내온 노자 서적이 500권, 낙양의 돌맹이와 항아리, 토우 등이 콘테이너 1박스로 왔다. 또 버리는 책들을 기증받은 ‘책골방’에는 30만권의 장서가 모여있다. 이 장서는 은퇴 교수들과 기자들, 집을 이사하는 이들에게 책을 기증받았다. 디지털 세상에서 책이 사라질 때가 오면 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보물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 진행됐다.

   

 

노자예술관에서는 한중국제노자학술대회도 열렸다. 강 대표는 이전의 학술대회가 너무 재미없어서 본인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했다고 말했다. 노자 도덕경의 ‘상선약수(上善若水: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를 주제로 논문도 펴냈다. 헌데 그 논문 안은 백지였단다. 논문을 펴보고 모두 기절 초풍을 했다. 하지만 모두 미소를 짓고 말았다.

 

강 대표는 “‘무소유’를 말한 노자에 대해 뭘 더 말할 게 있겠느냐”고 웃었다. 참가자들의 식사도 10만원대로 준비를 끝냈다. ‘2500년전 노자가 먹었던 걸 생각해보는 식사’로 나물, 옥수수, 감자, 야채 그리고 죽을 준비시켰다.

 

결과는 대성공. 다들 “이런 건강식을 어떻게 준비했냐”고 화답했다 한다. 지난 7월7일에는 제주노자포럼을 예술관에서 열기도 했다. 

 

예술관 주변에는 중국 진흙예술가 위칭청의 작품 등 낙양에서 온 토우와 돌멩이, 항아리들도 있다. 심지어 주변 큰 바위에는 그림과 글들도 있다. ‘놀고 까불어라. 그래야 예술이 나온다’는 글귀가 보인다. 탐나라공화국엔 조형실험과 문화상품을 만드는 ‘보세구역’도 있고, 야외무대인 ‘엘리시안 19 스테이지’도 있다. 

 

 

황무지에서 옥토로 향하는 길

 

돈도 없고 물도 없고 나무도 사람도 없던 황무지 돌산은 상상나라 답게 크게 변화됐다. 기발한 상상력과 끼로 뭉친 강 대표는 관람객에게 입장료 대신 꽃씨와 책들을 받기도 했다. 

 

 

“일단 해봐!” 강 대표가 “힘들다” “안될거다”라는 직원들에게 하는 말이다. 직원들은 1인 3역을 해야 한다. 그런 노력 덕에 탐라공화국은 빚도 없고, 정부지원금도 받지 않았다 남이섬 경영할 때 빚 갚느라 한참 고생했던 경험 때문에 제주탐라공화국은 ‘빚 내지 않고, 없으면 안쓴다’는 정신으로 운영했다.

 

지인 찬스도 많이 썼다. 강우현 대표 본인이 디자이너여서 손대면 작품을 만들어서 해결했다. 직원들도 필요하면 배워서라도 일을 해내고 있다. 

 

‘제주탐나라공화국’에 가기 위해서는 단체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도착하면 일단 문화청에서 여권을 만들어주고 입국 도장을 찍어준다. 걱정은 붙들어 매시라. 여권은 금방 만들어준다.  

 

강우현 사장은 충북 단양 출신이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산업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 디자이너, 그림동화작가, 캐릭터 디자이너, 서예가, 경원대학교 시작디자인과 겸임교수 및 한국종합예술학교 강사,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연구소 소장, (주)남이섬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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