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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영혼이 깃든 고양이, 이웃집 남녀… 이들의 사랑과 이별 ‘어떻게 헤어질까’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사랑과 이별, 그리고 반려동물과의 교감에 대한 소소하고 따뜻한 드라마.
‘내가 고백을 하면’ ‘산타바바라’ ‘두 개의 연애’의 조성규 감독 작품이며, ‘카라’ 멤버로 알려진 박규리 주연의 두 번째 영화다. 제 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부문 초청작이다.


고양이들의 다채로운 매력


스시 장인 밑에서 열심히 일하며 스시 셰프의 길을 가고 있는 나비. 어느 날, 고양이와 함께 사는 여행잡지사 기자 이정의 옆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털털하면서도 매력적인 이정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건, 함께 사는 고양이 얌마였는데, 나비에게는 남모를 비밀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고양이 안에 살고 있는 영혼을 보고 고양이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이 기르던 고양이 얌마에게는 마장순이라는 중년의 아줌마가 살고 있었고, 마장순 역시 남다른 사연을 가지고 얌마의 몸 속에 들어가 있었다. 여행 기사 취재를 위해 집을 비워야 하는 이정을 위해 얌마를 돌봐주다가 나비는 이정과 점점 가까워지게 되고, 어느덧 연인 사이가 된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영원히 함께일 것만 같던 그들에게 어느 날, 얌마가 암에 걸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영화의 매력은 고양이와 소통한다는 점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원초적 로망인 동물과의 대화와 교감이라는 판타지는 이 영화의 핵심이다. 인간의 영혼이 깃든 얌마는 고양이 안에 들어간 영혼을 보고 대화할 수 있는 이웃집 능력자 나비와 얌마의 주인인 이정 사이에 오작교 역할을 한다. 영화의 전반부는 이웃의 두 남녀가 고양이를 통해 가까워지는 소소한 로맨스를 아기자기하게 그린다.


영화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로맨스를 압도하는 달콤함을 선사한다. 주인공 얌마 역의 고양이는 강렬한 아이라인과 뾰족한 귀와 턱이 매력적인 아비시니안이다. 고양이는 다채로운 모습으로 관객의 마음을 흔든다. 이외에도 나비의 친한 형 병일이 키우는 보헤미안 스타일의 스코티시 고양이 잠만이, 오프닝에서 포착된 길냥이, 국수집에서 등장한 아비니시안 블루, 일러스트로 등장하는 고양이까지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보는 재미가 풍부하다.


볼거리는 고양이만이 아니다. 빈티지 가구들과 소품, 미니멀한 디자인의 가전제품 등도 눈길을 끈다. 특히 영화에서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 빈티지 식기와 찻잔 등은 추억과 그리움을 아름답게 시각화시킨다.


이별 후에 남는 작지만 빛나는 순간들


귀엽고 유머러스한 고양이 얌마와 얌마를 매개로 풋풋한 로맨스를 만들어가는 두 남녀의 잔잔하고 소소한 드라마가 영화의 전반부라면, 가족이 된 이들이 이별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 후반부다. 얌마가 암에 걸리면서 그들의 숨겨진 사연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어떻게 헤어질까’에 대한 감독의 고민과 해답이 제시된다.


영화는 사랑하고 헤어지는 삶의 순환 중 가장 묵직한 이별이라 할 수 있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부터 행복하게 이별하는 법을 제안한다. 조성규 감독은 이 영화에 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느낀 그리움과 솔직한 감정들을 담았다고 밝혔다. 영화는 소중한 이를 잃은 후에 찾아오는 상실감과 깊은 슬픔에 치우치기 보단 그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에 집중한다.


갑작스런 죽음 앞에 남겨진 자들의 몫이 결코 누군가의 부재에 따른 슬픔만이 아닌 함께했던 추억과 흔적, 예전엔 미처 몰랐던 것들을 발견하는 행복한 이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정이 엄마에게 물려받은 그릇들로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엄마의 비법으로 만든 밀크티를 나비와 나눠 마시는 것은 그녀와 엄마만의 것이었던 추억이 다른 이들에게까지 이어지며 늘 그녀의 곁엔 엄마의 흔적이 함께임을 보여준다. 엄마가 만들어준 것 같은 맛있는 국수 한 그릇, 늘 내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사랑하는 사람, 이렇게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작지만 빛나는 모든 순간들은 어쩌면 먼저 떠난 이가 우리들을 위해 남겨둔 선물이 아니겠냐고 영화는 나지막히 말한다.


이 영화의 미덕은 모든 면에서 과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일본영화를 연상시키는 감성이 강하지만, 최근 하드한 액션물에 질린 관객이 소소한 힐링 영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지친 관객의 피로감을 씻어주기에 괜찮은 감성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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