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1.22 (목)

  • 맑음동두천 -5.0℃
  • 맑음강릉 -1.6℃
  • 맑음서울 -5.1℃
  • 맑음대전 -1.6℃
  • 맑음대구 -1.4℃
  • 맑음울산 -0.8℃
  • 맑음광주 -1.5℃
  • 맑음부산 0.2℃
  • 구름조금고창 -2.1℃
  • 제주 1.7℃
  • 맑음강화 -4.9℃
  • 맑음보은 -3.6℃
  • 맑음금산 -2.2℃
  • 구름조금강진군 -0.8℃
  • 맑음경주시 -1.4℃
  • -거제 0.6℃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파괴는 때로 건설보다 건강하다

URL복사

일상을 상실한 남자의 파격적 상처치유법 ‘데몰리션’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심리적 내면을 섬세하게 그렸다. ‘와일드’ ‘달라스 바이어스 클
럽’ 등으로 알려진 장 마크 발레의 신작. 제이크 질렌할, 나오미 왓츠가 출연했다. 제 40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아내의 죽음, 눈물이 나지 않는다


성공한 투자분석가 데이비스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아내 줄리아를 잃는다. 아내 사망 소식을 듣고 우두커니 병원에 앉아있던 데이비스는 배고픔을 느끼고 과자 자판기에서 초콜릿을 구매하려 한다. 하지만 포장지가 걸려 나오지 않는 초콜릿에 화가 난다. 아내의 장례식장에서도 눈물이 나지 않는 데이비스는 엉뚱하게도 자판기 회사에 편지를 쓴다. 환불을 요청하는 클레임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는 명분으로 데이비스는 아내의 죽음과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고백,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겠다는 사연을 구구절절하게 편지에 써서 보낸다.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게 회사에 출근한 데이비스를 보고 직원들은 수군거린다. 비서가 위로를 하려하지만 데이비스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사무적인 이야기만 할뿐이다. 데이비드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이기도한 장인은 딸을 잃은 슬픔을 그와 공유하려하지만 그는 슬픔을 공
감하지 못한다. 문득 죽기 전 아내가 차안에서 모든 것에 무심한 그를 책망하며 냉장고를 고쳐 달라고 요청했던 것이 생각난 데이비스.
“뭔가를 고치려면 전부 분해한 다음 중요한 게 뭔지 알아내야 돼”기계치인 그를 위한 장인의 충고도 떠오른다. 냉장고를 산산조각으로 분해한 새벽 2시, 자판기회사 고객센터 직원이라며 캐런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편지를 읽고 그의 슬픔에 마음이 움직인 캐런과 그렇게 인연이 시작된다. 캐런또한 미래를 약속한 좋은 남자친구가 있지만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그녀의 아들 크리스의 삶도 불안정하다. 자신이 누구인지, 진짜 자신을 표현해도 되는지 어려움을 겪는 사춘기 소년이다. 데이비스는 캐런과 남녀관계가 아닌 인간적인 교감을 느끼며 이상한 동거를 시작한다. 그리고 냉장고에서부터 시작된 데이비스의 해체와 파괴는 점차 확장된다. 회사 컴퓨터, 화장실 문짝을 부수던 그는 재건축 인부들에게 돈까지 주면서 집을 부수는 작업에 동참한다. 그리고 크리스와 함께 아내와 함께 살던 자신의 집을 산산조각 낸다.


상류층 주류적 삶의 허구성


배우자의 죽음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 그 이상, 일상을 잃는 것이다. 무심했던 일상의 작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일상의 중심을 잃고 균열을 경험했을 때다. 표면적 스토리는 아내를 잃은 주인공의 심리와 사랑을 깨닫고 치유한다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그 방법이 파괴라는 것은 파격적이다.
‘와일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등 전작에서도 상실과 치유에 탁월한 감성을 보여줬던 장 마크 발레 감독은 뛰어난 연출력으로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주변인들의 오열과 위로가 유리창 밖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느껴진다거나, 직접적인 대사나 설정 없이도 그 넓고 멋진 집에서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남자의 모습이 한없이 고독하고 공허하게 보이는 것은 연출의 힘이다. 무표정하게 일상을 살고 마구잡이 부수는 작업에 몰두하는 남자의 모습은 아내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흐느끼는 식의 상투적 장면보다 더 깊은 상처를 공감하게 한다.
흥미로운 점은 전반에 계층 대립적인 요소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일상의 균열은 데이비스의 성공과 부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데이비스는 장인과 공감하지 못하지만 비주류 계층인 캐런과 크리스와는 소통한다. 이전에는 말조차 섞고 싶지 않았던 하층 계급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한다. 출근을 하지 않고 양복을 입지 않으며 수염도 다듬지 않는 삶은 껍데기만 남은 자신의 삶을 깨부수는 작업이다. 상실은 그에게 본질을 다시 보는 깨달음을 준 것이다.
일상의 공간을 해머로 깨부수는 데이비스의 행동은 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장학재단을 만드는 장인과는 대조적인 상처 치유 방식이다. 상류층의 우아함과 설립과 건설이라는 주류적 행동을 상징하는 장인의 장학 사업이 가진 허구성을 후반부에서 가볍지만 강렬하게 드러냄으로써 데이비스의 파괴적 행동이 오히려 진정한 치유법이며, 보다 삶의 본질에 가까운 것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크리스 또한 폭행을 당하면서도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해방감을 느낀다. 자신을 알기 위해,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한 크리스의 자기 파괴는 데이비스와 일맥상통한다. 파괴는 때로 건설보다 건강하다.
이 해괴한 논리가 자연스럽고 잔잔하게 설득되는 영화다. 연출만큼이나 배우들의 연기도 모두인상적이다. 주인공의 연기가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영화인데 제이크 질렌할은 기대만큼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캐런역의 나오미 왓츠의 매력도 새롭다. 장인역을 맡은 크리스 쿠퍼의 연기 또한 상당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음악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조국, 정청래의 합당 제안에 “국민의 마음과 뜻이 가리키는 방향 따라 결정”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의 합당 제안에 대해 조국혁신당 조국 당대표는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할 것임을 밝혔다. 조국 당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제 늦은 오후 정청래 대표님을 만나 오늘의 발표 내용을 전달받았다. 갑작스럽지만 제안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기에 최고위원들과 함께 숙고했다”며 “조국혁신당은 정 대표님이 언급한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 당과 민주당은 일관되게 그 길을 함께 걷고 있다”고 밝혔다. 조국 대표는 “동시에 조국혁신당은 ‘정치개혁과 개헌’, ‘사회권 선진국 실현’과 ‘토지공개념 입법화’ 등 민주당이 말하지 않는 진보적 미래 과제들을 독자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며 “이 두 시대적 과제를 모두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 이를 위해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의 조속한 개최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국혁신당은 국민의 마음과 뜻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논의하고 결정할 것이며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민께 보고 올리겠다”며 “저는 이 모든 과정에서 당대표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국 당대표는 이날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박홍배 의원,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안’ 대표발의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일하는 사람의 최소한의 권리를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비례대표,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성평등가족위원회, 초선, 사진)은 20일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률안 제2조(정의)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일하는 사람’이란 고용상의 지위나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일하고 이를 통해 보수 등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2. ‘사업자’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가.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하는 자로서 일하는 사람에게 직접 보수를 지급하는 개인, 단체, 법인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 나. 다른 사람에게 일하는 사람을 소개·알선하는 사업을 하는 자로서 일하는 사람의 보수 결정, 노무제공 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단체, 법인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 3. ‘일터’란 업무와 관련한 모든 물리적·사회적 공간과 장소(온라인 환경을 포함한다)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조(다른 법률과의 관계)제1항은 “일하는 사람과

문화

더보기
소통이 잘되는 조직을 만드는 요령... 성과·권한·책임이 얽힌 구조적 소통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많은소통 관련 책은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제 직장 현장에서는 말을 잘해도 조직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이 질문에서 출발한 책이 바로 ‘직장인 소통의 마력’(저자 화담 김해원, 출판 바른북스)이다. 이 책은 일상적 대화나 관계 중심의 일반 소통과 달리 직장 소통은 성과·권한·책임이 얽힌 구조적 소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저자는 36년간의 직장 생활과 조직 경험을 통해 직장에서의 소통 문제는 개인의 화법이나 성격이 아니라 조직 시스템과 말의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직장인 소통의 마력’이 기존 소통서와 다른 지점은 명확하다. 공감, 경청, 배려 같은 미덕을 강조하는 대신 이 책은 회의가 왜 실패하는지, 지시가 왜 왜곡되는지, 상사의 말이 왜 조직 분위기를 무너뜨리는지를 현장 사례 중심으로 해부한다.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성과가 멈추는 지점에서 소통을 바라본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책에서는 소통이 잘되는 조직을 만드는 핵심 요소로 △사람의 힘 △시스템의 힘 △조직문화의 힘이라는 세 가지 축을 제시한다. 이는 개인의 말버릇이나 태도 교정을 넘어 조직 전체의 소통 구조를 점검하는 프레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새해에도 계속 목도하는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세상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혜성처럼 나타난 대통령이 되었으나 2년10개월여의 재임기간 동안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린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선고가 어떻게 날 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무기징역은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무너진 ‘공정과 상식’은 추악한 과거로 돌리고 병오년 새해에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희망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터져 나온 한 장관 후보자의 갑질, 폭언, 투기 등으로 인한 자질 논란과 정치권 인사들의 공천헌금과 관련한 수많은 의혹, 대장동 일당들의 깡통 계좌 등을 지켜보며 우리는 깊은 회의감과 자괴감에 빠진다. 평생을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등불 삼아 살아온 이들이 “불법과 비리를 멀리하고 공명정대하게 살라”, “과유불급을 가슴에 새기고 욕심내지 마라”, “남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보다 자존감을 키워라”라고 강조해 온 말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법을 만드는 이들과 나라를 이끄는 이들이 정작 그 법과 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