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연말은 증권사 리서치센터에겐 심판의 시간이다. 1년여 전 쯤 내놓은 주식시장 전망들이 적중했는지, 아니면 빗나갔는지를 채점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이 미래의 일을 정확하게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예상치 못했던 돌발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래를 정확히 맞추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증시와 환율, 유가 등의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돈 버는 것은 식은 죽 먹기가 될 것이고, 세상엔 투기가 만연할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 통계학을 전공하고 증권사에서 수십년간 증시를 분석해 온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매번 엉뚱한 예측을 내놓는 것도 문제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전망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투자 참고지표로 사용되는 만큼 예상이 반대로 갔을 때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국내 증권사들의 올해 증시 예측은 거의 낙제점 수준이다. 작년 말 증권사 리서치센터 대부분은 올해 증시를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예측했었다.
미국의 출구전략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상반기에는 조정 양상을 보이다가 하반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토대로 반등 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는 미국금리 인상이 상반기 중 있을 것이란 전망에 기초한 것이었으나, 금리 인상 시기 예측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구체적으로 삼성증권. 현대증권, KDB대우증권, 하나금융투자, KB투자증권 등이 올해 주식시장 흐름을 '상저하고'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실제 올해 주식시장은 뚜렷한 '상고하저' 분위기였다. 코스피는 4월 24일 장중 2189.54로 고점을 찍은 뒤 약세를 나타내며 8월 24일 1800.75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고하저'를 예상했었던 증권사는 NH투자증권 정도가 전부다. NH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초 "성장률과 정책효과를 감안할 때 올해 주식시장 흐름은 상고하저(上高下低)의 형태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 예상 밴드도 1870~2180을 내놔 결과적으로 증권사들 가운데 가장 실제와 가까운 전망을 제시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증권사들은 내년 증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말 코스피가 2000선을 사이에 두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낙관론' 보다는 '신중론'에 무게가 실린다.
이달 실시한 미국 금리인상 여파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데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부진과 본격적 구조조정 등도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예상한 내년 코스피 하단은 1800~1900선, 상단은 2150~2250 선이다.
증시 흐름과 관련해선 '상고하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증권,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 신영증권, 동부증권, 교보증권 등의 증권사들이 '상고하저'로 예상했고,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LiG투자증권 등은 '상저하고'로 예상했다. 올해 구긴 체면을 명예회복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