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롯데그룹이 복잡한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에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공개(IPO)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 4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5년도 하반기 그룹 사장단회의'에 참석해 "기업의 투명성 강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호텔롯데와 롯데정보통신을 내년에 우선 상장하고 점차 기업공개 비율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기업공개 작업을 통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약화시킨 뒤 원톱 체제를 굳히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순서는 호텔롯데와 롯데정보통신 순으로 정리된 모습이다.
호텔롯데의 경우 최근 롯데월드타워점 면세점 수성 실패로 인해 기업가치가 소폭 하락하는 등 기업공개 작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
더욱이 광윤사를 통해 호텔롯데 지분 5.45%를 보유하고 있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보호예수에 반대할 경우 상장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현행 규정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컸다.
신동주 회장이 호텔롯데의 상장은 반대하지 않지만 경영권 분쟁 과정이 끝난 뒤에 상장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이 같은 어려움은 최근 한 방에 해결됐다.
한국거래소가 호텔롯데 상장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의무보호예수 요건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 측에서는 신동주 회장의 동의 없이도 상장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또 일본 롯데홀딩스의 약 60%에 해당하는 주주들이 신동빈 회장의 경영활동에 대한 지지 확인서를 전달한 것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롯데홀딩스의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 등은 확인서를 통해 "호텔롯데의 한국거래소 상장을 포함한 신 회장의 모든 의사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의 19.0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들이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만큼 호텔롯데 상장작업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정보통신 상장 작업도 최대한 빠르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롯데정보통신은 전날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 청구서를 거래소에 냈다.
롯데정보통신에 대한 상장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추진됐다 롯데그룹 결정이 미뤄져 보류됐다.
여기에 롯데정보통신 상장 작업에 발목을 잡아왔던 현대정보기술의 올해 실적도 개선되고 있어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현대정보기술은 올 상반기에 722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영업손실 10억원, 단기순손실 26억원을 기록했다.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보다는 분명 실적 개선을 이뤘다.
현대정보기술의 호실적은 롯데정보통신의 재무지표에도 큰 영향을 준다. 롯데정보통신은 실적만 증명될 경우 거래소 상장 심사 승인에 있어서 호텔롯데보다 유리한 면이 많다는 것이 대체적 견해다.
특히 2년 전 이미 이사회에서 상장을 결의했고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신격호 총괄회장,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만큼 상장에 걸림돌은 거의 없다.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이 롯데정보통신 지분을 4%가량 가지고 있지만 이는 상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준이 아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의 상장 작업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한 뒤 롯데정보통신,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등에 대한 상장 작업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 작업이 완료될 경우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의 롯데그룹에 대한 지배력은 약화된다"며 "신동빈 회장의 경우 호텔롯데 상장 작업을 주도한 만큼 향후 주주들로부터의 지지를 얻어 원톱 리더 경영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