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햇볕이 사라질 위기다. 북 핵실험 ‘그 날 이후’ 대북투자 전선엔 연일 엇박자가 그칠 줄 모른다. 개성공단을 휘감고 있는 불안감과 절박함.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가입 여부에 따라 언제든 불거질 공단 중단 가능성에 숯가슴이 된 사람들은 그나마 믿었던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 일행의 공단방문 의미 마저 ‘핵 춤 사태’로 축소되자 그만 아연실색한 모습이다. ‘정부방침인만큼 동요 없이 계속 간다’는 39개 입주업체의 힘겨운 토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로에 선 개성공단의 불투명한 미래를 점검했다.
대북 포용정책 ‘와글와글’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 관광사업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지속돼야 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이 더 이상 지속되는데 반대한다. 언제까지 북에 핵개발 밑천을 제공해선 안된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나라를 절반으로 가르더니 이제는 대북 포용정책의 지속여부를 놓고 전현직 대통령이, 또 여야 정치권이 절반으로 쪼개진 모양새다. 와글와글 들끓는 개성공단의 불투명한 미래는 처음 공단이 생산한 ‘냄비 뚜껑’을 온통 한 곳에 모아논 듯 불길한 잡음으로 가득찬 모습이다.
햇볕 사라진 개성공단. 김근태 열린우리당 당의장 일행의 지난 10월20일 개성공단 방문이 ‘핵 춤 사태’로 일파만파 하면서 39곳 공단입주 업체들은 연일 ‘새가슴’을 앓고 있다. 이미 14개 공장이 가동 중이고 속속 공단입주를 채비중인 여타 업체들은 개성공단의 불길한 미래를 정치권에 맞춰놓고 있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사업으로 대변되는 대북 투자정책. 하지만 이 포용정책의 기조가 정치권을 반으로 가른다. 공단을 방문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 관광사업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여당의 이같은 입장을 국제사회에 명확하게 알리기 위해 개성공단을 방문했다”는게 그의 투철한 대북포용관이다. 김 의장은 “무엇보다 핵개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평화적 목적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중단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금강산관광사업과 개성공단사업은 철저히 경제,상업적 목적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민간사업이고 우리가 북한을 돕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철저한 경제상업적 목적’ vs ‘북에 핵개발 밑천 제공’하지만 북 핵실험후 개성공단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렸다.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강력히 반대하는 여론은 무엇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이 단적으로 북에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주목한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집권 6년간 대북 지원 규모가 3조2000억원에 이르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통해 북한으로 흘러들어간 현금이 10억 달러가 넘는 현실에서 북한이 이 돈을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전용하거나 김정일의 비자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내내 한나라당은 혹독한 대북 포용정책의 실효성을 따져묻는 송곳 질의타를 늦추지 않았다. 국회 산자위 소속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북측 근로자의 임금 절반이상이 북한 노동당에 유입됐다고 주장했다. 산자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북측 인력이 당초 알려진 월 57.5달러와 달리 실제로 수령하는 금액은 불과 월 10달러에 불과하며 이를 정부가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북측 근로자들은 월 10달러를 실제수령했을뿐 명목월급 57.5달러중 30달러는 북한 노동당에 유입됐다”며 “정부가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국민을 속이고 나아가 국제사회를 속여 왔다. 이제 개성공단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수 밖에 없는 시점이다”고 말했다.
국민부담 가중 개성사업 전면재검토 국감서 촉구
김 의원은 또 통일부가 공기업과 재정경제부 등 16개 유관기관으로 ‘개성공단입주기업 지원기관 협의회’를 만들어 무리한 사업을 추진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의원은 “통일부가 임의로 협의회를 구성해 해당기관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채 무조건 개성공단사업지원실적을 내라고 사실상 강요했다”며 “공기업 실정을 무시하고 과도한 대출,신용보증지원을 강요해 해당기관부실화는 물론 국민부담까지 가중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은 정부와 신용보증기금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특례보증 방안을 추진중인 것과 관련 ‘개성공단에 무리한 신보동원’의혹을 강력 제기했다. 임 의원은 “지난 6월말 재경부와 신보간 회의에서 일반보증 재원으로 특례보증을 실시키로 잠정 결정됐다”며 “이는 국회심의 부담이 큰 남북협력기금을 증액하느니 신보 보증을 동원해보자는 발상이지만 이같은 조치는 손실 및 미회수가능성 증대가 예상돼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상대로 신보가 보증을 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재경위 소속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북한산 모래 대금이 북한 군부로 흘러들어갔다”고 의혹을 제기했으며 급기야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개성공단 사업 자금의 노동당 유입설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벌어진 혼선과 관련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대북 포용정책 큰 틀 안바뀐다?
짙게 드리운 개성공단의 그림자에도 불구, 아직까지 참여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은 그 틀과 기조에 대한 전면 변화를 유보해 논 상태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사퇴에도 불구 청와대는 일단 “통일 외교안보 분야의 정책기조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다.대북 포용정책이 거둔 성과가 확실한만큼 사람이 바뀐다고 기조가 변하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북한의 정권붕괴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따라서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우선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북 핵실험 사태이후 전국 성인남녀 800여명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한의 핵실험 발표로 인한 유엔의 대북 제재가 가시화되면서 북한의 체제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실제 조사응답자의 67.1%는 북한의 현정권이 붕괴할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고,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4.3%에 그쳤다. 또 대북 포용정책 기조의 수정 여부와 관련해서도 전체응답자의 67.1%가 포용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고, 응답자의 23.9%만이 대북 포용정책 유지에 찬성 포용정책에 대한 재검토 의견이 3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일단 정부의 개성공단 사업 지속에 대한 의지 표명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지만 잇단 북한의 2차 핵실험 징후 등이 보도되면서 불안감을 삭히지 못하는 개성공단. 햇볕은 과연 포용안에서 온기를 내뿜을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