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외환은행의 대출 가산 금리를 편법으로 인상해 300억원대 이자를 부당하게 챙긴 임직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강남일)는 25일 대출 가산금리 편법 인상을 통해 303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컴퓨터등사용사기)로 권모(59) 외환은행 전 부행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같은 혐의로 외환은행 전 기업마케팅부장과 전·현직 영업점장 5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현재 외국에 체류중인 리처드 웨커 전 은행장은 기소 중지했다.
권 전 부행장 등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 321개 영업점의 내부 전산시스템에서 총 1만1380건의 대출 가산금리를 무단 인상하는 방식으로 303억원의 대출이자를 과다수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외환은행은 약정 대출기간 중에는 임의로 가산금리 변경이 불가능하지만, 대출기간 중 여신에 대해 은행 본점의 무리한 금리인상 정책 추진으로 이자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자들과 체결한 대출약정에서 대출 만기 전 가산금리를 임의로 인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본래 은행은 대출금 증액, 담보·보증 변경, 포괄여신 한도 변경, 대출자 신용등급 변경 등의 사유가 없는 경우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대출약정의 금리를 변경할 수 없다. 금리를 변경하려면 추가 약정을 맺어야 하지만 외환은행은 규정을 무시하고 가산금리를 임의로 인상해 부당이득을 얻은 것이다.
외환은행은 본점 차원에서 총여신이익율 및 수익성 개선 일환으로 목표마진율보다 가산금리를 낮게 적용한 기존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 일정 시점까지 가산금리를 인상토록 영업점에 지시했고, 만약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영업점 성과 평가시 불이익을 줬다.
외환은행은 또 각 영업점에서 가산금리 임의 변경이 가능한 전산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별도의 승인절차나 통제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방식으로 대출이자를 불법 수취한 외환은행 영업점장은 총 675명에 달했지만 검찰은 범행 가담 경위와 위반 건수, 금액 및 동종사건 처리 전례 등을 고려해 사법처리 대상자를 선별했다.
대신 범행에 가담한 은행 직원 가운데 기소 대상에서 제외한 영업점장 등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에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통보했다.
검찰은 또 금리조작을 통해 불법 수취한 부당이득은 피해 기업들에게 모두 반환될 수 있도록 금감원에 요청했다.
외환은행은 검찰수사 이후 전산시스템상 무단 금리변경을 방지하고, 금리변경시 차주로부터 약정서를 징구하는 절차를 의무화하는 등 관련 시스템을 개편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로 고객이 자산에 대한 금리를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금리체계를 투명화하는 등 고객 중심의 금융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금감원으로부터 외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이율 편법 인상 의혹에 대한 수사 의뢰를 받고, 지난 3월19일 외환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