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누구나 ‘나’에 대해 알고 싶어 하며, 내 주변의 ‘타인’과 ‘환경’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 한다. 나와 우리의 마음과 사고가 어떻게 작동하고 행동하는지, 세상은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우리 뇌에 대한 과학적 이해에서 찾는 책이다.
해마의 ‘패턴완성’과 ‘패턴분리’
이 책은 뇌의 거대한 작동 원칙 ‘맥락적 추론’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는 각자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내용에 따라 뇌의 작동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 있어도, 작동의 기저에 흐르는 기본적인 원칙은 같다고 설명한다. 우리 뇌가 외부로부터 들어온 복잡하고 애매한 정보를 맥락적 추론을 통해 가장 완벽에 가깝게 매 순간 문제를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 뇌는 맥락의 학습과 활용 없이는 거의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즉 나에게 일어나는 일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타인의 행동과 복잡한 세상도 더 잘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비밀이 바로 우리 뇌 안에 있다고 말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살인> 같은 추리소설의 스토리텔링 기법에서 뇌의 추론 활동에 대한 두 가지 핵심적인 기능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뇌에서 맥락 정보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영역인 해마의 ‘패턴완성’과 ‘패턴분리’가 그것이다. 저자는 뇌의 깊은 부위에 위치한 해마가 우리를 둘러싼 환경, 즉 바깥세상에서 들어온 정보를 시각, 청각, 미각 등 각각의 개별 감각과 지각을 통해 파편화해서 처리한 후 마치 뜨개질을 하듯 순간적으로 엮어 실제에 가깝게 복원해낸다. 블록처럼 쪼개진 개별 정보를 3차원의 구조물로 만드는 작업, 바로 이것이 ‘맥락’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패턴완성’된 맥락은 머릿속에 저장되어 새로운 사건과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맥락의 힘으로 완벽하게 추론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반면, 우리는 종종 이미 학습된 맥락과 완전히 다른 새롭고 낯선 상황에 부딪히는 딜레마를 겪게 되는데, 이때 뇌는 ‘패턴분리’를 통해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내야 한다. 추리소설을 읽으며 몰입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맥락적 뇌 활동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해마가 특정 맥락 속에 빠져 있을 때, 맥락을 벗어나는 반전을 통해 주의를 끌어내고 새로운 맥락을 학습하려고 더 노력하게 만들어 몰입으로 이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최적의 뇌를 설계하라
이 책은 ‘패턴완성’과 ‘패턴분리’의 경계가 삶의 경험이 많고 적음에 따라, 나이가 많고 적음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상황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강력한 맥락 정보를 활용해 정밀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역동적인 맥락적 정보 처리로 새로운 맥락 정보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울증이나 PTSD 같은 정신 질환과 치매 같은 뇌 질환뿐만 아니라, AI와 인간, 꼰대 논쟁, 뇌의 노화를 둘러싼 진실과 오해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중요하고 흥미로운 문제들을 통해 맥락의 뇌과학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마침내 패턴완성과 패턴분리를 오가며 생존과 적응에 유리한 최적의 뇌를 설계하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우리 뇌의 잠재력을 깨울 수 있는 힌트를 얻게 될 것이다.
저자는 뇌라는 공간에 무엇을 넣는지에 따라 나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배치된 세상 하나뿐인 아름다운 정원이 될 수도 있고, 천편일률적이고 그저 단조로운 공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지금 이 순간의 경험 하나하나를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선택해 나간다면 마침내는 나만의 멋지고 독특한 맥락을 갖는 뇌로 새롭게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