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여)씨와 공범 조현수(30)씨가 사건 발생 2년10여개월 만에 모두 구속된 가운데 사건 당일 이씨의 남편이자 피해자인 윤모(사망 당시 29세)씨는 절벽에서 이씨의 강요를 이기지 못해 다이빙을 한 것으로 검경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인천지검 형사2부(김창수 부장검사)는 20일 오전 10시부터 살인 및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미수 혐의로 구속 된 이들을 구치소에서 불러 조사 중이다.
이씨는 구속 전 검찰 조사에서 변호사 조력권 행사를 주장하며, 변호사 입회 하에 입을 열겠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또 조씨 역시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검찰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법원이 이들에게 논스톱 국선 변호사를 지정했기 때문에 이날 이씨와 조씨가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진술 태도를 바꿀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이씨 등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휴대폰 등 압수물 분석 자료와 참고인 진술 등을 통해 살인의 고의가 있었음을 상당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와 조씨가 윤씨를 여행에 데려가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사건 당일인 지난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경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구조요원이 없는 틈을 타 절벽에서 다이빙을 하라고 윤씨를 압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사망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윤씨가 다이빙을 한 절벽의 높이는 4m, 수심은 3m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씨는 여행에 함께 한 다른 남성 일행들에게 “한 번씩 물속에 다이빙하라”고 제안했으나, 윤씨는 이 제안을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공범인 조씨가 절벽에서 물 속으로 뛰어 들었고, 이때 이씨는 윤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씨는 지난 2019년 1월 조현수씨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로 “이씨에게 쓰레기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등의 고민을 털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정신병자라는 소리 안 듣고 존중받고 싶다”, “은해가 짜증내고 욕할까 봐 무섭다”는 등의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윤씨가 이은해로부터 정신적 학대 행위의 한 유형인 가스라이팅을 당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윤씨는 대기업 연구원 출신으로 6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제권을 이씨에게 모두 넘겨 생활고를 겪었고, 신혼집을 마련하고도 함께 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소병진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이씨와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날 이씨와 조씨는 법원이 지정한 국선 변호인과 함께 영장실질심사장에 출정했다. 또 심사에는 유가족 측 대표로 피해자 윤씨의 누나와 그의 남편 등이 참석해 “가족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고, 유족들은 이씨의 살인미수 등 여러 범행을 나중에야 알고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심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미안하지 않나","계획적 살인을 인정하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씨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로, 이씨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심사장으로 들어갔다.
이후 이은해씨는 영장심사를 마친 후에도 양손을 얼굴에 감싸고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이들은 지난해 12월14일 검찰 조사에 불응해 도주했다. 검찰은 지난 3월30일 이들을 공개수배했다. 이후 공개수배 18일째, 도주 124일째 이들을 경기 고양시 덕양구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