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예능이나 드라마에서 자유로운 삶으로 자주 묘사되는 청년 1인 가구의 삶. 과연 현실에서 그들의 삶은 그토록 행복하거나 평탄한 것일까? 흔히 1인 가구 청년들이 대학이나 직장 취업 준비 등을 위해 독립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가정의 빈곤과 불화 혹은 불안정에 의해서 불가피하게 독립하게 된 생계형 독립도 적지 않다. 문제는 생계형 독립 청년들은 노동환경과 의식주의 질이 심각하게 낮아 청년세대의 빈곤을 대표하는 계층이라는 점이다.
‘생계형 알바’ 우리는 소모품이다
지난 3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간하는 보건복지포럼에 따르면 19~24세 1인 가구가 빈곤에 더 취약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위소득 50% 미만의 비율이 부모동거 청년가구나 청년부부와 자녀 등으로 구성된 경우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사회적 협동조합 ‘일하는 학교’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실태가 잘 나타난다. ‘일하는 학교’는 작년 9월부터 3개월간 경기 성남에 사는 250명의 ‘독립생활청년’을 만나 실태를 조사하고 이 중 20명을 심층 면접했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10대에서 20대 초반 독립생활을 한 청년들 대부분이 부모의 사망이나 이혼 등을 사유로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환경에서 생계유지를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일터에 뛰어든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저학력으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월 ‘일하는 학교’가 발표한 ‘생계형 알바 실태 조사’에 의하면 생계형 아르바이트 종사자 대다수가 낮은 시급을 극복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20대 알바노동자 전체의 1일 평균 근로시간이 4.4시간인데 비해 생계형 알바는 9.37시간이었다. 1일 12시간 이상 일하거나 휴일 없이 노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교육이나 경력개발의 기회에서 멀어지는 악순환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구조다.
노동시간에 비해 급여는 낮았다. 주5일 근무를 기준으로 했을 때 대부분의 청년들이 120만원 이내의 급여를 받고 있었다. 이들은 일반적인 알바와 달리 중간관리자 급의 직원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추가 근무도 잦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불안정한 형태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생계형’이라는 부분이 사업주와의 관계에서 약자로 작용해 부당대우가 더 많다는 점이다. ‘생계형 알바’ 종사자들은 잠시라도 일을 그만두면 생계가 위협받기 때문에 고용인의 일방적인 근무시간 변경이나 추가 근무, 임금체불 등에 대해서 항의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없거나 일이 많지 않을 경우 몇시간씩 쉬게 하거나 일찍 퇴근하게 하는 일명 ‘꺾기’로 인한 임금삭감은 가장 치명적인 문제로 드러났다. 한 21세 ‘생계형 알바’ 종사자는 페밀리레스토랑에서 일할 때의 ‘꺽기’ 경험을 토로했다. 그는 “예를 들면 원래는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8시에 끝나 10시간을 일한다. 그런데 한가해서 낮에 3시간을 쉬면 그날은 7시간 일한 알바비만 준다. 어떤 날은 10시에 출근했는데 11시에 오픈 작업을 끝내면 1시간을 쉬고 오래서 쉬고 왔더니 한가하다고 그냥 집에 가라고 하더라. 그러면 그날은 돈도 못 벌고 그냥 가야 한다”고 털어놨다.
월세 부담 가난 악화... 주거 빈부격차 심각
주거빈곤율도 청년 1인 가구는 2015년 14.8%로, 기타 청년가구(6.4%)의 2배로 조사됐다. 주거빈곤율은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30%를 넘는 가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월 소득 대비 임대료가 20% 이상의 주거비 부담만 기준으로 보면 전체 청년가구 대비 청년 1인 가구의 부담 비율도 5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청년 1인 가구가 월세로 인한 부담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더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 전체 가구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42.4%에서 14.4%까지 꾸준히 감소한 반면, 청년가구로 한정하면 1995년 51.4%에서 2005년 16.6%까지는 서울의 전체 가구와 비슷하게 감소하다가 2010년에는 오히려 18.5%로 증가했다.
청년층 내에서도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가구 유형별 빈곤한 청년가구주 가구와 빈곤하지 않은 청년가구주 가구의 임대료 비율은 각각 18.54%와 36.19%로 약 2배 가까운 차이를 나타냈다. 다수의 청년들이 주거 자립의 어려움을 경험하지만 부모의 ‘자산 사다리’를 얻은 청년층의 삶은 또 다르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청년층 672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에서 부모로부터 독립한 청년가구는 64.9%(436명)이고, 이들 중 49.4%(214명)는 부모가 임차료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의 경우는 80.7%가 부모가 임차료를 부담하고 있었으며, 상용 근로자와 임시 일용직 근로자도 각각 29.8%, 35.0%의 경우 부모가 임차료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진 한국보건사회연구위원은 “청년 주거 빈곤층은 저축을 어렵게 하고 가구 부채를 유발하는 등 재정적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식료품비 의료비 교육비 등에 대한 지출도 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빈곤 청년층에 대한 지원은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에서 20~34세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 7.6%(11만8580명)에 불과하다. 이는 주민등록인구 약 1100만명의 약 1% 수준이다. 또 청년층에 대한 정부 복지정책이 고용 지원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위원은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빈곤과 더불어 주거 빈곤 및 불안정 고용 상태도 중요한 생계상의 문제가 되고 있다”며 “청년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긴급 구호망을 제공하고, 월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청년층 주거급여제도, 주택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