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적 보복이 노골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현지 진출 기업은 물론, 중국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한 업계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항공업계는 중국노선 일부를 한시적으로 감편하기로 결정했다. 사드 배치가 속도를 냄에 따라 중국 측의 사드 보복 등의 여파로 예약이 줄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6일부터 4월23일까지 중국발 예약 부진 8개 노선 항공편을 총 79회 감편한다. 아시아나항공도 15일부터 26일까지 총 90편의 중국노선 운항을 일시적으로 줄인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현지 여행사의 한국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중국발 한국행 예약률은 3월7일부터 4월30일까지 지난해 대비 약 10%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은 3월15일부터 31일까지 예약이 9.4% 줄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측은 “사드 배치 영향으로 인해 중국발 수요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복 표적된 롯데
사드 부지를 제공해 중국 보복의 주요 표적이 된 롯데의 경우, 롯데마트를 비롯해 롯데칠성, 롯데제과 등 다수의 계열사에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내에 99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마트는 55곳이 한달간 영업정지를 당했다. 영업정지는 중국 당국의 소방·위생 점검에 따라 내려진 것으로, 롯데가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불시 점검이기 때문에 지금도 현지 롯데마트에 대한 소방·위생 점검이 모두 끝났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영업정지 조치를 받게 되는 곳이 더 발생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으로 수출되는 롯데칠성의 제품 수출도 현지 통관이 지연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칠성에 따르면 롯데칠성의 과실 및 탄산음료는 지난 2일부터 서류 미비 등의 이유로 통관 절차가 중단됐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과거에는 서류 미비일 경우 관련 서류를 추가해 제출하면 통관이 가능했으나 최근 통관 및 검역이 강화돼 현재까지도 통관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초콜릿 회사인 미국 허쉬와 합작해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을 설립한 롯데제과도 최근 중국 정부의 소방안전점검을 받고 소방안전시설 미흡으로 1개월 생산정지 처분을 받았다. 중국이 롯데가 참여한 합작사에까지 보복 조치를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발길 끊은 관광객, 빠져나가는 자본
롯데 외에도 중국 현지에는 수많은 한국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진출해 있어 사드 배치에 따른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은 한국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가장 많이 진출한 나라로, 전체의 75.4%를 차지한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사드 배치가 확정된 후 중국 시장에서 진행하는 모든 프로모션을 중단했다”며 “최근 같은 상황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추진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내 관광 업계의 피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제주도가 발표한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에 따른 일일동향’에 따르면 12일까지 제주 여행을 취소한 중국인 관광객은 11만7708명에 달한다. 중국 정부가 자국 여행사를 상대로 방한 단체 관광을 취소 또는 다른 곳으로 목적지를 변경하도록 하는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인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중국 자본은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국계 자금은 지난 2월 123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 지난해 8월부터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중국인의 주식 투자는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십억달러 손실 가능성
IBK경제연구소는 ‘중국 내 反韓 감정 확산과 영향’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반한 감정이 확산될 경우,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대(對)중국 수출, 관광산업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기업 수는 총 3582개로, 내수를 목적으로 진출한 기업이 많아 반한 감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우려가 높다는 것.
또, 우리나라는 수출에 대한 경제 성장 의존도가 45.9%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중국에 대한 교역의존도(2015년 기준 26.0%)가 높아 대중국 수출 둔화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산업의 경우 2015년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45.2%를 자치하고 있어 타격이 큰 업종으로 꼽힌다. 특히 면세점은 전체 매출의 62.5%인 5조353억원이 중국인에 의해 발생해, 다른 외국인에 비해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장우애 IBK경제연구소 경제분석팀 연구위원은 2012년 9월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 사례를 들면서 “중국의 일방적인 경제 보복으로 일본에서 약 1년간 중국인 관광객수가 급감했다”며 “일본의 사례와 같이 관광객 감소가 1년 정도 지속될 경우, 수십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도 3~4개월간의 여파로 전년 대비 15억달러의 관광수입이 감소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IBK경제연구소가 일본의 사례를 참고로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수출과 관광·콘텐츠 산업이 타격을 받으면 한국의 경제 성장에 0.59~1.07%포인트 감소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위의 산업이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 외에도 고용창출, 신규 투자, 연관 산업의 부가가치 감소까지 범위를 확장할 경우 영향은 더욱 커진다. 장 연구위원은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수출과 관광·콘텐츠 산업이 위축되면 고용 및 투자가 줄어들어 궁극적으로 민간소비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과 일본의 관계 악화로 얻은 반사이익에 대한 기저효과까지 감안하면 그 영향은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