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성완종 리스트’로 재판에 넘겨진 홍준표(62) 경남도지사 공판에서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윤승모에게 2011년 1억원을 줬다”는 육성이 공개됐다. 여기서 '윤승모'는 경남기업 전 부사장을 말한다. 윤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에게 1억원을 받아 홍 지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열린 홍 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5차 공판에서 지난해 3월 검찰의 경남기업 수사 당시 성 전 회장과 한장섭(51) 경남기업 전 부사장의 대화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당시 해외자원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하던 검찰이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하는 등 압박하자 성 전 회장과 비자금을 관리하던 한 전 부사장이 대책을 논의하던 내용이다.
녹음파일에서 성 전 회장은 “2013년과 2014년 돈을 안 가져갔는데 누가 쓴 거냐. 2012년도도 (한 전 부사장이) 준 돈이 3억~3억5000만원인데 7억이 나갔다”며 캐물었고, 한 전 부사장은“옛날에 윤승모, 김근식(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한테 준 돈은 안 들어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성 전 회장은 “윤승모에게 1억 줬는데. 그건 2011년에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과 윤 전 부사장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한 전 부사장은 “당시 성 전 회장이 준비한 것을 가져오라고 불렀다”며 “윤 전 부사장이 성 전 회장과 같이 앉아있었고 들어가서 (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검찰 측이 “윤 전 부사장에게 개인적으로 사용하라고 준 돈이 아닌가”라고 묻자, 한 전 부사장은 “그렇진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이 원래 검소하고 20여년간 함께 일했지만 제게도 한번 그런 적이 없다”며“윤 전 부사장에게 개인적으로 쓰라고 돈을 준 것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1억원을 윤 전 부사장에게 건넨 것을 먼저 진술했다.
한 전 부사장은 “비자금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성 전 회장이 제게 책임을 지라는 식으로 말했다”며“성 전 회장이 자꾸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하는데 당시 검찰에서 압수수색을 이미 했고 비자금 사실을 아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사무실에서 직접 돈을 가져간 사례는 많지 않다”며“성 전 회장은 돈이 필요하면 직접 가져갔다. 당시 윤 전 부사장이 회사에 정식 출근을 하지 않을 때인데 돈을 받아간 것에 대해 기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한 전 부사장에 대한 변호인 측 신문과 비자금을 조성, 전달해온 계열사 자금팀 차장 김모씨 등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된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현금 1억원이 든 쇼핑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