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검찰의 대한수영연맹 비리 수사가 22일 대한수영연맹 이모 홍보이사를 기소한 것을 포함해 총 14명을 재판에 넘기는 것으로 사실상 일단락 됐다. 수사 결과 소문으로 떠돌던 수영계 전반의 상납 문화는 사실로 확인됐고, 선수 선발 과정에 오간 뒷돈의 실체도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기소된 강원수영연맹 이모 총무이사는 2008년 11월~2014년 2월 사이 강원도 교육청으로부터 초·중생 전국소년체육대회 훈련을 위탁받아 지급받은 훈련비 중 6억8970만원을 빼돌렸다.
그는 훈련비로 나온 8억8200만원을 전액 차명계좌로 받아 현금으로 인출한 뒤 이 중 1억9200여만원만 실제 훈련비로 사용했고 나머지 돈은 자기 주머니에 챙겼다.
이 총무이사는 같은 수법으로 2007년 9월과 지난해 2월 사이 강원도청에서 지원받은 훈련비 5억여원도 챙겼다.
그는 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숙박업소와 식당 업주의 통장을 차명계좌로 이용했고, 심지어 자신을 믿고 따랐던 선수들의 통장마저도 범행에 악용했다.
이 총무이사는 2014년 1월 강원도 수영실업팀 선수 입단 계약시 이중계약서를 작성해 우수 선수 유치비(계약금) 1억원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영연맹 간부들은 수영장 시설 인증을 해주는 과정에도 검은 손을 뻗쳤다.
수영장 인증 분야에서 전권을 지녔던 대한수영연맹 이모 시설이사는 공사업체 위에 군림하며 편의를 봐주는 조건으로 4개 업체로부터 총 4억2950만원을 챙겼다. 그는 업체에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쓸 도박자금 2억6000만원까지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설이사는 업체로부터 뜯은 돈을 수영연맹 정모 전무에게 재차 상납하는 등 범행 후 윗선과 공생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수영 국가 대표 선발 과정에서 검은 돈이 오간 사실도 밝혀냈다.
2004년~2014년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대한수영연맹 박모 총무이사의 경우 자신이 운영하는 사설팀에서 지도하는 선수를 국가대표 및 후보선수로 선발해 달라며 정 전무에게 청탁하고 2억3557만원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처와 자녀 명의 통장으로 뒷돈을 받았던 정 전무는 실제 박 총무이사 요구대로 선수를 선발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수영 국가대표 및 후보 선발과 관련한 명확한 세부 기준이 없고 선발시 전무이사가 제시하는 기준에 따라 선수를 선발하는 등 절차 자체가 투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영계의 상납 관행은 지도자간에도 벌어졌다. 박태환 선수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노민상 감독마저도 서울시청 수영팀 감독 급여 중 1억원 가량을 정 전무에게 건넨 사실을 검찰은 밝혀냈다.
이 밖에도 지역 실업팀 선수 선발 과정에도 수천만원의 돈이 오갔고, 국제대회 조정관 자리를 두고도 급여의 일부를 떼어 건네는 조건의 거래가 있었음도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대한수영연맹은 부회장과 전무이사, 총무이사, 시설이사, 홍보이사, 수구이사, 생활체육이사 등 주요 임원 대부분이 비리혐의에 가담해 조직 전체가 문제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수영계 내부의 비판적 의견에 대해서는 징계 등으로 배척해 (수영연맹은) 자정 기능을 상실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