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 대표를 불러 지인의 청탁을 해결토록 압박한 혐의로 기소된 박동열(63)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 심리로 열린 박 전 청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박 전 청장 측 변호인은 "박 전 청장은 기본적으로 범행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이어 "박 전 청장은 건설업체 지모 대표와 만난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면서도 "땅 문제를 해결하라 또는 돈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압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뤄진 세무조사 경위, 사건 진행 등에 대해서는 향후 의견서로 자세한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박 전 청장에게 부탁해 지 대표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임경묵(71)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4월 5일 한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구체적인 의견과 신청 증인에 대한 일정 조율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박 전 청장은 임 전 이사장으로부터 'D건설사와 땅값 문제로 갈등이 있는데 이를 해결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지난 2010년 4~5월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실로 지 대표를 두차례 불러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지 대표는 박 전 청장 협박에 겁을 먹고 임 전 이사장 측에 잔금 4억 2800만원과 추가금 2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박 전 청장 재판에 앞서 같은 재판부 심리로 임 전 이사장과 그의 사촌동생에 대한 재판도 열렸다.
임 전 이사장 측 변호인은 지난 14일 열린 재판에서와 같이 "임 전 이사장은 전체적으로 범행을 자백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박 전 청장에게 부탁해 지 대표에게 압력을 가하겠다는 취지는 아니었던 점을 참작해 달라"고 덧붙였다.
임 전 이사장은 지난 2008년 9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사촌동생 임모(66)씨와 함께 세무조사 무마를 명목으로 D건설업체를 압박해 2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임씨는 2006년 임 전 이사장의 지시로 경기도 고양시 소재 토지를 D건설업체에 4억7560만원에 판매했지만 이후 토지를 너무 싸게 팔았다는 생각에 추가 부동산 매매대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평소 친분관계가 있던 박 전 청장(당시 대구지방국세청 조사2국장)에게 부탁한 뒤 임씨가 지 대표를 만나게 해 여러 차례 "세무조사를 받게 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 전 이사장 등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3월31일 오전 10시께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