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의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재미가 있고 문체도 경쾌하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 중엔 필자 역시 동감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시장만능주의의 폐해에 대한 지적을 들 수 있다. (시장만능주의를 그는 자유시장주의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라는 좋은 어감의 단어로 나쁜 대상을 지칭하는 것은 언어의 정치적 효과에 둔감한 소치이고, 아울러 시장의 긍정적 기능을 경시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이 글에선 시장만능주의로 쓰기로 한다.)또한 불균형적으로 발달한 금융부문에 대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복지의 중요성에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세탁기 발명의 의의, 탈산업화 신화의 맹점, 과도한 대학교육열에 대한 비판 같은 것들도 흥미로운 대목이다.이처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와 관련, 26일 “복지를 동정심으로 보는 시각, 과거 개발연대 박정희 시대의 시각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정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복지를 소비로, 자선으로 보는 시각을 갖고서는 보편적 복지는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정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가 말한 ‘따뜻한 관심’, 중요하지만 전임 정부들이 따뜻한 관심으로 복지를 할 수 있었다면 이미 대한민국은 복지국가가 됐을 것”이라며 “복지는 돈이고, 복지는 성장기반”이라고 주장했다.또한 박 전 대표가 복지의 비전을 제시하면서도 정치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정 최고위원은 ”저희는 야당이니까 집권하면 이렇게 하겠다 얘기할 수 있지만 이 정권의 2인자인 박 전 대표가 얘기�
지난 1월 8일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신입생 한명이 자살하는 일이 있었다. 이 학생은 국내외 로봇 경진대회에서 상을 휩쓴 젊은이였고, 입학사정관제에 따라 잠재력을 인정받아 전문계고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2009년 이 학교에 입학했다. 일반고를 다니다가 로봇 공부를 위해 전학했을 정도였다니, 마침 새로 생긴 특별전형제도로 합격했을 때 본인과 가족의 기쁨과 기대는 누구나 짐작할 만하다.이 학생은 열심히 공부했지만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기 어려웠다고 한다. 수학과목에서 낙제했고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들이 버거워 학사경고가 나왔다. 언론들은 입을 모아 과학고 출신보다 수학능력이 취약한 일반고·전문계고 출신을 위한 사전교육 프로그램이 미비하다거나 학생상담 등 사후 프로그램이 튼튼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모두 타당한 보도지만, 세심한 학생지�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우리나라 선원들이 우리 해군에 의해 모두 구출됐다.합동참모본부는 “청해부대 구축함인 최영함(4천500t급)이 현지시각으로 21일 오전 작전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합참은 “고속단정을 이용해 피랍된 ‘삼호주얼리호’에 UDT 작전팀이 들어가 총격전 끝에 해적을 제압하고 선박을 장악했다”고 전했다. 합참 이성호 군사지원본부장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우리 청해부대가 현지시각 9시 56분, 우리시각으로 오후 2시 56분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되었던 ‘삼호주얼리호’와 선원 21명 전원을 구출했다”고 밝혔다.합참은 “우리 청해부대 UDT 작전팀은 전혀 피해가 없는 완전작전이었다”며 “작전명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명명된 이번 작전은 아덴만 해역의 여명시간에 맞춰 현지 시각 새벽 4시 58분에 시작되어 4시간 58분동안 작전이 �
북한이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안한지 하루만에 이번 회담에서 남북 모든 군사적 현안들을 해결하자고 밝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남측이 북남 당국간회담 의제로 상정하려는 내용들은 북남 군당국과 관 계되는 군사적 성격의 문제”라면서 “그것을 포함한 모든 군사적 현안 문제들을 북남 고위급 군사회담에서 해결할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조선중앙통신은 “온 세계가 평화와 안정을 지향하는 때 유독 조선반도에서만 반목과 질시, 대결과 충돌의 악순환 속에 군사적 긴장상태가 지속돼, 북남관계가 분열사상 최악의 사태에 처해 있다”면서 “이런 사태 앞에 동족이라면 북에 있든 남에 있든, 정계에서 일하든 군부에서 복무하든 그 책임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어 조선중앙통신은 “과거에 구속되지 않
유엔의 대규모 기후회의가 지난해 12월 11일 멕시코 깐꾼에서 막을 내렸다. 이에 대해 작지만 의미있는 승리였다는 주장들이 제기되었다. 세계 최대의 구호단체 옥스팸(Oxfam)의 팀 고어는 “유엔의 기후 논의는 이제 산소호흡기를 떼었다”고 말했고, 《가디언》은 “2009년 코펜하겐에서 있었던 열차탈선 사고만큼 독기에 찬 분위기는 아니었다”라고 썼다. 최종 합의안을 중재했던 멕시코 외무장관 빠뜨리샤 에스삐노사는 합의안이 “오랜 과정 속의 현 시점에서 우리가 얻어낼 수 있었던 최선”이라고 했다.이번 회의는 몇몇 중요한 쟁점들에 관해 실제로 진전을 이뤄냈다. 개발도상국들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을 돕기 위한 재정지원의 윤곽이 잡혔고, 중국과 인도에서의 온실기체 배출을 어떻게 모니터 할 것인가에 관해 몇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그러나 합의안�
생활물가가 고공행진을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농협은 설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하여 제수용 성수품 45개 품목을 최고 40%가량 할인된 전년 가격 수준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농협의 이번 결정에 따라 제수용 소포장 품목인 사과, 배, 밤, 단감은 오는 24일부터 2월 2일까지 양재, 창동, 고양, 성남, 수원, 목포, 울산 등 전국의 농협유통센터와 관악농협 하나로마트 등 15곳에서 할인판매한다. 특히, 사과와 배는 기존 판매가격보다 30~40%가량 저렴하게 판매한다.또한, 식용유․밀가루․부침가루․튀김가루․간장․당면․고추장 등 설 음식 준비에 많이 쓰이는 주요 45개 품목도 18일부터 설까지 전국 2천여개 하나로마트를 통해 기존 가격보다 20~40%가량 저렴하게 판매한다.최근 폭설과 한파 등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무·배추와 마늘, 사과, 배는 농협 계약재배물
최소한의 합리성이라도 있다면 기껏해야 한두개 종합편성채널(종편)사업자를 선정할 것이라는 예상은 역시 보기좋게 빗나갔다. 조·중·동 가운데 한 신문사라도 탈락시켰다간 그 보복이 이만저만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여러 사업자를 좁은 시장에 한꺼번에 집어넣으면 권력의 특혜적 지원 없이는 사업의 성공은커녕 생존마저 난감한 지경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니 권력의 비위를 맞춰주는 댓가로 얻는 먹잇감이나 챙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노린 결정이라고 해석된다.방송은 기본적으로 공적규제 시장이다. 신문시장에는 정부가 규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지만 방송은 프로그램 내용과 편성을 비롯하여 정책적인 규제수단이 널려 있다. 시장에서 자생력이 없어 정책의 특혜에 기대야 하는 사업자는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정권에 발목을 단단히 �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후보자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정 후보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부족한 사람이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돼 각종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 그 진상이야 어떻든 간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말씀을 드린다”며 “오늘 감사원장 후보자 지위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그는 “저는 단 한 분의 청문위원이라도 계신다면 끝까지 청문회에 임해 제 진정성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대통령께 누를 끼치고 향후 초래될 국정의 혼란을 감안하니 차마 이를 고집할 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정 후보자는 이날 회견에서 자신에 대한 정치권의 잇단 의혹제기와 한나라당의 사퇴 촉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그는 "이번 감사원장 후보자 지명을 �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소셜미디어’란 말이 익숙해지면서 전에는 볼 수 없던 변화가 우리 주변에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서울지역에 물난리가 났을 때 트위터의 타임라인에는 연이은 수재상황에 더해 심지어 대피하라고 호소하는 메시지도 올라왔다. 이 메시지들은 동부간선도로, 광화문 등지의 소식으로 이어지고 있었지만 TV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로부터 한시간이 지나서야 TV는 관련 뉴스를 전하기 시작했다. 수재 현장에 있는 사람이 현장 사진을 찍어 보내면 다른 사람은 그것을 모아 자기 블로그에 속보와 함께 포스팅했다. 그것이 모이자 TV보다 훨씬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뉴스가 만들어졌다. 조국 교수는 지난해 김태호 총리 임명에 관한 논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할 일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 조 교수의 이 포스팅에 수
건설현장식당(함바집)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10일 검찰에 출두했다.함바집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여환섭)는 이날 오후 2시5분께 강 전 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검찰이 구랍 24일 강 전 청장에 대한 출국 금지 조치를 내린지 17일만이다. 강 전 청장은 검찰 조사에 앞서 '혐의 사실을 인정 하는가'란 기자들의 질문에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고 답했다.이어 '지금 심정은 어떤가', '유모씨와 아는 사이인가', '집무실에서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있나', '경찰조직에 한마디 해달라' 등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어두운 표정으로 급하게 청사안으로 들어갔다. 강 전 청장은 2009년 함바집 브로커 유모씨(65·구속)로부터 경찰관 승진 인사 청탁 명목 등으로 1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강 전 �
구제역(口蹄疫)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연일 확산되는 추세와 더불어 매장되어 목숨을 잃어가는 많은 동물들의 참혹한 광경이 이제 일상적인 것인 듯 여겨질 정도다. 질병확산 방지라는 명목으로 방역당국에 의해 희생되는 동물의 수도 하루에 몇만 단위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당연히 여러 의문을 지니게 된다. 정리해보면 크게 둘이다. 과거에는 못 보던 이런 험한 모습이 어째서 자주 등장하는 것일까? 과연 이런 식의 대량학살만이 유일한 선택인가?사실 구제역 발생이 동물의 대량학살로 이어지는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구제역의 치사율이 성체(成體)에서 낮아도 어린 동물에게서는 높게 나타나고 전염력 또한 매우 강하다는 것 말고도, 질병에서 회복된 동물은 성장이나 사료 효율 등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질병 확산을 막는 �
한나라당 공천개혁특별위원회(공천특위)가 9일 객관적인 평가지수를 만들어 점수에 따라 공천을 받도록 하는 공천 개혁안을 발표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여야 동시경선이 제안됐고, 공천심사위원회의 폐지 및 공천관리위원회의 신설이 개혁안으로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공개특위 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객관적인 평가지수 개발을 통한 공천 외에도 ▲선(先)심사 후(後)경선 ▲공천심사위원회 폐지 및 공천관리위원회 신설 ▲여야동시경선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천 개혁안을 발표했다. 심사항목으로는 현역의원의 경우 ▲교체여부 ▲경쟁력 ▲적합도 ▲의정활동평가 등이 들어가고, 신인의 경우에는 ▲경쟁력 ▲인지도 ▲지역기반 ▲지역구 활동 ▲지역 평판 등이 심사된다. 비례대표의 경우에는 ▲전문성 ▲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