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6 (금)

  • 맑음동두천 -13.0℃
  • 맑음강릉 -8.1℃
  • 맑음서울 -11.4℃
  • 맑음대전 -8.9℃
  • 맑음대구 -6.9℃
  • 맑음울산 -6.4℃
  • 광주 -5.6℃
  • 맑음부산 -5.3℃
  • 흐림고창 -6.8℃
  • 제주 2.3℃
  • 맑음강화 -11.5℃
  • 맑음보은 -9.5℃
  • 맑음금산 -8.6℃
  • 맑음강진군 -4.5℃
  • 맑음경주시 -7.2℃
  • 맑음거제 -4.3℃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구제역 확산을 바라보며

URL복사

우희종 -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구제역(口蹄疫)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연일 확산되는 추세와 더불어 매장되어 목숨을 잃어가는 많은 동물들의 참혹한 광경이 이제 일상적인 것인 듯 여겨질 정도다. 질병확산 방지라는 명목으로 방역당국에 의해 희생되는 동물의 수도 하루에 몇만 단위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당연히 여러 의문을 지니게 된다. 정리해보면 크게 둘이다. 과거에는 못 보던 이런 험한 모습이 어째서 자주 등장하는 것일까? 과연 이런 식의 대량학살만이 유일한 선택인가?
 
사실 구제역 발생이 동물의 대량학살로 이어지는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구제역의 치사율이 성체(成體)에서 낮아도 어린 동물에게서는 높게 나타나고 전염력 또한 매우 강하다는 것 말고도, 질병에서 회복된 동물은 성장이나 사료 효율 등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질병 확산을 막는 안전지대 확보를 위해 일정 거리 내에 있는 대상 동물들을 살처분(殺處分)하는 것이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특징과 살처분의 실효성

그런데 구제역 바이러스는 특정 기후환경에서 공기를 타고 가깝게는 10km, 멀게는 60km까지 전파된다고 알려져 있다. 살처분 조치는 초기 발생상황에서 유효할지 몰라도 이미 도처로 확산된 마당에는 별로 유효한 방법이 되지 못한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자연계 외부상태에서 그다지 생존력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최근 급증하는 야생돼지를 감염시킬 수 있다. 야생동물에 의한 구제역 확산 가능성이 상존하는 셈이다. 따라서 가축의 대량 살처분 및 매몰만이 아니라 질병의 발생규모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이 준비되어 현장에 적용되어야 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단순하고 획일적인 살처분 방식만이 쓰이고 있어 안타깝다. 백신 접종을 포함해 질병 발생 규모에 따른 다양한 방역 및 방제 대책이 준비되지 못한 정부 탓에 심지어 동물을 산 채로 매몰하는 잔인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수많은 동물을 일시에 매몰하는 방식은 여러모로 걱정스럽다. 동물 생명권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는 차후로 한다 해도 우선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 치료 불가능한 인수공통(人獸共通)전염병인 광우병에 대처하기 위해 약 200만마리 정도의 소를 도축해야 했던 영국에서 대다수의 사체를 소각 처분했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내의 좁은 국토와 밀집된 생활환경을 고려한다면 동물 매몰이라는 방식은 방역 차원에서 질병 발생의 규모와 확대 정도에 따라 검토됐어야 한다.

전염병의 사회문화적 요인
 
잘 알려진 바대로 질병의 발생과 유행은 단순히 생물학적 이유뿐 아니라 사람이나 동물의 생활 및 사양(飼養) 방식과 더불어 당시의 사회문화적인 요소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동일한 질병도 국가나 문화권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로 유행한다. 지구에 인류가 등장한 이래 특히 산업사회 이후 인구 증가와 식생활 변화는 매우 급속도로 이루어졌다. 특히 개발국가의 동물성 단백질 소비 증가를 뒷받침하기 위해 가축사육이 산업화되고, 이를 단시간에 정착시키기 위해 인위적 사육환경이 도입되었다. 이는 긴 시간에 걸쳐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온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니 질병의 발생과 유행 형태가 과거와 달라진 것은 결코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세계화와 그에 따른 나라 간 교통망의 발달로 유동인구의 수와 이동범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확대되고 있고, 음식이나 사료 외에도 동물성 재료가 포함된 다양한 제품의 국제교역량이 그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 만큼 세계는 좁아졌다. 구제역을 비롯해 조류독감 등 여러 질병들이 요즘처럼 전사회적 관심을 끌 정도로 일상화된 데는 인간 위주의 시각에 더해 오직 생산성과 효율을 추구하는 산업구조 및 경제논리가 바닥에 깔려 있다.

이번 구제역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근시안적인 단순 방역대책도 지적해야겠지만, 생물권(biosphere)을 기반으로 하는 생태계에 무신경한 인간 위주의 시각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동물에게 좋은 환경이 인간에게도 좋은 환경'이라는 인식 전환이 있어야 한다. 언제 질병 창궐을 부를지 모르는 비윤리적 밀집형 공장식 사육에 대한 재검토, 생태지향적 산업구조로의 재편, 그리고 전염병에 대한 단계별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위생에 대한 과도한 집착의 결과

과거에는 볼 수 없던 참혹한 동물 대량학살의 모습이 매일 안방에까지 전해지는 현실은 그동안 자연과 단절된 인간의 생활방식을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는 시선이 얼마나 왜곡된 것이었는지 말해준다. 그리고 이런 잘못된 시각이 인간의 먹을거리의 과도한 위생상태로 이어지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 추구와 지나친 위생개념이 산업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 현상이 더욱 인간 중심으로 진행되어 결과적으로 작은 외부요소의 개입으로도 막대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취약한 방향으로 스스로를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물의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이라는 개념도 마냥 환영할 것만은 아니다. 먹을거리를 안전하게 지키자는 취지에는 동감이지만 그런 체제가 확립될수록 우리는 자연과 동떨어져 고립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과거와 달리 작은 외부작용에 의해 급속히 무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구제역 발생과 방역에 대한 언론의 보도행태도 아쉽다. 잘못된 대처나 문제점에 대한 생생한 보도는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생명존중과 생태적 삶의 모습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 건강한 생명체를 대량 매몰하는 현장이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인수공통전염병처럼 모든 개인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이런 현장을 반복 전달함으로써 생명에 대한 무감각을 확산시켜야 할까. 당장 그 효과가 드러나지 않을지는 몰라도 이런 것을 태연히 보고 듣게 되는 어린 미래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마음이 무거워진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2025 서울아트쇼’ 개막...국내 미술작품 한자리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제 14회 '2025 서울아트쇼’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A홀에서 진행된다. 국내·외 150여 갤러리가 소장한 전시는 제프쿤스 알렉스카츠 등 해외 작가 작품을 포함해 약 3000여점 규모로 전시한다. 한국미술 오리지널리티 특별전과 한일수교 60주년 기념전 등 다양한 기획전도 함께 마련된다. 특별전으로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김환기, 박서보, 백남준, 이우환, 이중섭, 천경자) ▲김창열에서 하태임까지(이배, 이건용 외 18인) ▲한일수교 60주년 기념전(쿠사마 야요이 외 19인) ▲스컵처가든(광화문을 그리는 고흐 등 대형조각전)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도 구성돼 있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행사를 주최한 서울아트쇼 운영위원회는 "그동안 '서울아트쇼'는 타 아트페어와 차별화를 하고자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를 위시해 다양한 특별전을 기획하여 보다 폭 넓은 문화 향유를 관람객과 공유하고자 노력했으며, 그 결과 매년 크리스마스 미술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운영위원회는 "서울아트쇼는 소수의 전유물로서의 예술이 아닌 모두를 위한 예술을 모토로 시작된 아트페어이며, 앞으로도 더욱 과감하게

정치

더보기
【특집】 시사뉴스·수도권일보 선정 2025 국정감사 우수의원
[시사뉴스 박성태, 강민재, 홍경의, 이광효, 김세권, 우민기, 양용기 기자] 이재명 정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이번 국감은 17개 상임위가 총 834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실시했다. 올해 국감은 ‘내란청산’과 ‘민생회복’을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정치적 공방과 민생 현안이 교차한 가운데 치열한 질의가 이어졌다. 정치·행정 분야에서는 사법개혁 논의와 행정부 권한 남용 논란이, 산업·경제 분야에서는 도심 지반침하 및 산업안전 이슈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유독 특정 인물들이 주목을 많이 받은 2025 국감은 초반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가 하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증인 채택 여부는 국감기간인 한달 내내 이어졌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는 정책 검증과 정치적 공방이 병행된 채 막을 내렸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실태를 분석하고 시정을 촉구한 의원들도 있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재난에 대한 질의가 이뤄졌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화려한 한류 문화에 감춰진 어두운 이면에서 고통받고 있는 약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쿠팡 “유출자 3천개 계정 이름과 전화번호 등 고객정보 저장 후 모두 삭제...외부전송 無”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유출자는 약 3천개 계정의 고객정보를 저장하고 이후 모두 삭제했고 외부 전송은 없었음을 밝혔다. 쿠팡은 25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쿠팡은 유출자를 특정했고 고객 정보 유출에 사용된 모든 장치가 회수됐음을 확인했다”며 “현재까지 조사에 의하면 유출자는 3300만 고객 정보에 접근했지만 약 3000개 계정의 제한된 고객 정보만 저장했고 이후 이를 모두 삭제했다. 외부 전송 등 추가 유출은 없다”고 밝혔다. 쿠팡은 “쿠팡은 디지털 지문(digital fingerprints) 등 포렌식 증거를 활용해 고객 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했다. 유출자는 행위 일체를 자백하고 고객 정보에 접근한 방식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며 “유출자가 쿠팡 고객 정보를 접근 및 탈취하는 데 사용된 모든 장치와 하드 드라이브는 검증된 절차에 따라 모두 회수돼 안전하게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은 지난 12월 17일 유출자의 진술서 제출을 시작으로 관련 장치 등 일체 자료를 확보하는 즉시 정부에 제출해 왔다”며 “쿠팡은 현재 진행 중인 정부기관의 관련 조사에도 성실히 협조해 왔다”고 밝혔다. 쿠팡은 “사건 초기부터 쿠팡은

문화

더보기
군복을 입은 음악가의 일상 기록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나의 군악대 이야기’를 펴냈다. 이 책은 저자가 20대 초반, 용인경찰교향악단에서 군악병으로 복무하며 보낸 2년 2개월의 시간을 바탕으로, 군 생활과 음악가로서의 성장기를 진솔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클라리넷 전공자로 음악적 역량을 한창 키워가야 할 시기에 군 입대를 맞이한 저자는, 군복을 입은 음악가로 살아가며 느낀 복합적인 감정과 현실적인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음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실력이 퇴보하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불안,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연주자로서의 감각을 유지하려 했던 치열한 시간들이 담담한 문체로 펼쳐진다. ‘나의 군악대 이야기’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은 군악대라는 특수한 공간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이다. 일반 병영과는 다른 군악대의 일상, 훈련과 연주가 공존하는 생활, 각종 국가 행사와 공연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장면들은 기존의 군대 서사와는 다른 결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 한국 군악대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으로 읽힌다. 또한 ‘사라진 다롱이 일경’, ‘전설의 고향’과 같은 에피소드는 군대 특유의 긴장감과 허무함, 그리고 웃음을 절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