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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쟁이 인간에게 남긴 상처와 희망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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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임란, 삼백 감꽃’을 펴냈다.
 

 

역사의 한 페이지가 인간의 숨결로 되살아날 때, 우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닌 오늘의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임란, 삼백 감꽃’은 임진왜란의 작원관 전투를 배경으로, ‘삼백 용사’의 숨결을 따라 조선의 절박한 항전과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역사 판타지 소설이다. 작가 이준영은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강의하며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고대 스파르타의 테르모필라이 전투와 조선의 작원관 전투를 한 축으로 잇는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작원관의 벼랑 끝에서 싸운 삼백 용사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전쟁사가 아니다. 그것은 신념과 두려움, 희생과 연대가 교차하는 인간의 초상이며, 한 시대를 지탱한 마음의 기록이다. 작품 속 아몽 군관과 소년 민기의 여정은 전장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인간이 끝내 지키려 한 ‘꿈’과 ‘사랑’을 상징한다. 전투의 비명과 침묵 사이에서 울려 퍼지는 감꽃의 이미지는, 피와 흙, 그리고 희망이 어우러진 시대의 숨결을 떠올리게 한다.

이준영 작가는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력을 교차시키며,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서사를 완성한다. 액자식 구조와 꿈의 장치를 통해, 독자는 한 편의 전쟁 서사시를 읽는 동시에 인간 내면의 성장 서사를 함께 경험한다. 작가가 직조한 이 ‘이중의 현실’은 전쟁이 인간에게 남긴 상처와 희망의 잔향을 한층 더 짙게 만든다.

‘임란, 삼백 감꽃’은 또한 세계사적 시야로 조선의 항전을 재조명한다. 스파르타의 ‘삼백’과 조선의 ‘삼백’이 만나는 순간, 전쟁은 국가의 비극을 넘어 인간 보편의 이야기가 된다. 그 속에서 작가는 ‘용기란 무엇인가, 인간의 존엄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역사적 전투의 재현이 아닌, 인간의 선택과 책임에 대한 탐구로서 이 작품은  사유를 남긴다.

벼랑 끝에서도 감꽃은 피었다. 그리고 그 꽃잎 하나하나에는, 이름 없는 자들의 숨결과 꺼지지 않는 희망이 깃들어 있다. ‘임란, 삼백 감꽃’은 그 잊힌 목소리들을 다시 불러내며, 오늘의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벼랑 위에 서 있는가.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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