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한 그루의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1908년~1972년~2020년 세 시대의 인물들이 소통하며 하나로 연결되는 이야기.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유럽의 거장 일디코 에네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양조위가 주연을 맡아 화제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작으로 루나 배들러가 신인 배우상을 수상했다.
세 사람의 삶 속으로 가지를 뻗다
독일 대학의 한 식물원에는 1832년부터 인간을 바라보며 뿌리내린 장엄한 한 그루의 은행나무가 서있다. 2020년 아기의 마음을 연구하기 위해 홍콩에서 독일의 대학에 초빙되어 온 고독한 신경과학자 ‘토니’ 는 대학 식물원에 있는 은행나무를 마주하고 뜻밖의 실험을 시작하게 된다.
1908년 대학 최초의 여학생, 1972년 식물과 사랑을 동시에 키우는 청년, 2020년 고독한 신경과학자.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이 은행나무는 세 사람들의 삶 속으로 고요히 가지를 뻗어 하나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양조위가 맡은 ‘토니’는 팬데믹으로 인해 텅빈 캠퍼스에서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인물로, 우연히 대학 식물원에 있는 오래된 은행나무를 마주하고 뜻밖의 실험을 시작하게 되는 캐릭터다.
1832년부터 뿌리내린 은행나무의 시간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수백 년 동안 인간을 바라보고 있는 은행나무와 2020년 팬데믹 시기에 대학에서 고립되어 고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토니’의 외로움이 서로에게 동질감을 주며 소통하는 모습은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양조위의 첫 유럽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양조위는 홍콩 영화 전성기를 이끈 배우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배우로 입지를 굳혔다.
1983년 <1997 대풍광>으로 스크린에 데뷔했고, ‘제4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비정성시>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왕가위 감독의 페르소나로 <중경삼림>, <해피 투게더>, <화양연화> 등을 함께 했고, <화양연화>로 ‘제53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다시 한번 그의 메소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2021)의 빌런 ‘쑤 웬우’ 역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해 극찬을 받으며 세계적인 배우로 우뚝 섰다. 양조위는 특히 국내 영화 팬들이 사랑하는 배우로 수많은 작품들이 재개봉을 하며 끊임없이 사랑받았다.

“양조위의 존재감이 필요했다”
양조위는 <침묵의 친구>에서 깊은 눈빛과 호흡만으로 고독한 신경과학자 캐릭터를 연기해 내며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은 후 “유머 감각이 있는 SF 영화에 주인공이 나무라니”라는 감상 후기를 전하며, “연기 경력에서 가장 긴 준비 기간 중 하나였다. 6개월 동안 읽어야 할 책이 많았고, 그 책들은 나에게 쉬운 책들이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양조위의 말처럼 그는 영화 촬영 전부터 신경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위해 아기의 초기 인지 발달을 공부하고, 동시에 식물에 대해서도 배우며 캐릭터를 준비했다.
또한, 실제 신경과학자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캐릭터를 연구했고,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공부한 캐릭터에 맞춰 영국식 억양을 넣기 위해 영국 출신 영어 선생님에게 영어를 배우며 촬영을 준비하기도. 특히, 식물과 자연에 대한 애착과 감각을 발전시키기 위해 실제 식물을 돌보고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며 작품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드러냈다.
‘토니’ 역할은 양조위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말하는 일디코 에네디 감독은 “충만하고 의미 있는 침묵이 필요했고, 그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필요했다”라며, “영화 제목인 <침묵의 친구>는 은행나무를 상징하지만, 양조위의 존재감을 나타내기도 한다”라며 배우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영화는 신비로운 자연을 매개체로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의 외로움과 교감에 대해 초월적이고 사색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