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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국감 '플랫폼 때리기'...스타트업 사기 꺾을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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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네이버 등 플랫폼 수장들 국감서 "죄송·명심·약속" 연발
"빅테크사 갑질 견제" vs "대선 앞둔 '표(票)퓰리즘'"

 

[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이달 개시된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정감사는 예견대로 '플랫폼 때리기'가 연일 연출됐다. 국감에 호출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 한성숙 네이버 대표 등 플랫폼사 수장들은 "죄송하다", "명심하겠다", "약속드린다"며 몸을 낮췄다.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플랫폼사에 대해 적절한 규제와 감시가 필요하지만 정부를 견제하려고 만든 국감이 기업인이 주 타겟이 되는 것에 대해 본말이 전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플랫폼 기업의 수익 모델 창출을 싸잡아 부정적으로 보는 일부 정치인들의 시각은 꼭 물건으로 만들어야 돈을 받고 팔 수 있다고 여기는 '제조업 마인드'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9일 IT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는 카카오 김범수 의장·네이버 한성숙 대표·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김범준 대표·쿠팡 박대준 대표·야놀자 배보찬 대표·NHN 정우진 대표·구글코리아 김경훈 대표·애플코리아 윤구 대표·페이스북코리아 정기현 대표 등 플랫폼업계를 대표하는 기업 대표들이 줄소환돼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에 대해 집중 질타를 받았다.


특히 3년 만에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김범수 의장에 화살이 집중됐다.

지난 5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7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는 '김범수 국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올 초 재산 절반 기부 결심을 발표하고 지난 3월 글로벌 억만장자들의 기부 클럽인 '더기빙플레지'에 220번째 기부자로 이름을 올려 기부를 공식화했을 때의 밝은 표정과 달리 그늘이 짙었다.

여야 가리지 않고 김 의장에게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김 의장은 "논란을 일으킨 점 사과드린다", "명심하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골목상권을 절대 침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성장에 취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통렬히 반성한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노력을 뼈를 깎는 심정으로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가 금산 분리 원칙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케이큐브홀딩스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할 것이고 그 일정을 더 앞당길 것"이라고 답했다.

카카오와 함께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도 소환됐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비켜 갔지만 지난 5월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직원 사망 사고에 대해 집중 질타를 받았다. 한 대표는 "직원들과 돌아가신 고인, 유가족에게 가장 먼저 사과드린다"며 "동료들을 비롯해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게 움직여야 할 플랫폼 기업으로서도 사과드린다"고 언급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쿠팡은 사업 확장에 따른 골목상권 침해 문제와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우선 노출하도록 한 검색 알고리즘 조작 혐의 등이 공격의 대상이 됐다. 이에 박대준 쿠팡 대표는 "법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하겠다"고 다짐했다.

 

숙박앱 야놀자도 과도한 광고비와 고객정보 유출 논란에 대한 질타를 받았다. 배보찬 야놀자 대표는 "사업 초기에 깊게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광고 상품과 수수료 등 문제에 대해선 제휴점주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 개선하겠다"고 알렸다.

정우진 NHN 대표는 일부 직원이 대학원생을 사칭해 스타트업 기술을 베껴 유사한 서비스를 내놨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해외 플랫폼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인앱결제강제 금지법'에 대해 "아쉬운 점은 있으나 법안을 존중한다"면서 "사업모델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외국기업의 국내 대리인 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구글코리아·애플코리아·페이스북코리아 대표들 모두가 "미흡한 점이 있다면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넷플릭스는 국감장에서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콘텐츠로 큰 성공을 거두고도 제작사에 일정액 이상의 수익을 배분하지 않는다는 지적 등 저작권 독점에 따른 불공정 수익 배분 이슈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증인으로 출석한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팀장은 "창작자들과 정당하고 충분한 수익 배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코로나 사태와 디지털 전환 기조로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는 가운데 독과점 갑질을 할 경우 정부와 정치권의 견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국감이 다소 지나치다는 평가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입법부가 행정부의 국정을 정기적으로 감사하기 위해 마련된 국감에서 주인공이 기업이 되고 있다는 데 대해 아이러니하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빅테크 기업에 반감이 있는 이익단체의 표를 의식해 호통 등 보여주기식 국감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군다나 토종 ICT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골리앗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구잡이식 기업 때리기는 기업의 사업 위축뿐 아니라 결국 한국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물론 플랫폼 비즈니스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공고히 유지돼 독과점이 이뤄질 경우 폐해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이에 플랫폼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경계하는 건 맞지만 플랫폼 기업이 이용자들의 편익을 창출하고 그에 따른 대가로 수익모델을 구축해가는 데 대해 뭉뚱거려 악의적으로 매도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시각이 나온다. 실제 K의원은 지난 5일 정무위 국감에서 “대기업에서 동네 골목상권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깔아줘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이 창출하는 편익의 노고를 가벼이 여기고 공짜로 제공돼야 한다고 여기는 관점이 있는데 이렇게 하면 누가 힘들게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겠느냐. 애플, 구글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도 공급자와 수익자 모두에 편익을 제공함과 동시에 그에 따른 수익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해 커진 것이다"며 "꼭 물건을 만들어야 돈을 지불할 수 있다는 제조업식 마인드에서 여러 의원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국감에서 확인했다”고 토로했다.

더군다나 플랫폼 기업의 수익모델 창출을 터부시할수록 제2의 네이버, 카카오를 꿈 꾸는 혁신 기업들로부터 유인책을 앗아간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이번 국감 이후 플랫폼 기업의 사업 확장과 혁신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이 독과점됐지만 오히려 국민 전체적인 혁신과 편익이 커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약자는 보호해야 맞지만 플랫폼 기업에 대한 비판이 변호사, 세무사, 약사 등 일부 이익집단들의 목소리 때문인지, 실제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 횡포 때문인지는 앞으로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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