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대EU 車무역 적자국·배출권거래제 시행…적용 제외해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최근 산업부와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 주한EU 대표부, 유럽자동차산업연합회(ACEA)에 유럽의 '탄소장벽'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건의 서한을 전달했다. 협회는 유럽연합(EU) 집행위가 추진 중인 '피트 포 55(Fit For 55)' 실현될 경우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 EU 수출액 1위 품목은 자동차다. 연간 수출액이 58억 달러에 달한다. 자동차 부품까지 포함할 경우 연간 90억 달러로 대EU 수출의 약 20% 비중을 차지한다. EU는 미국에 이은 우리나라 자동차수출 2위국이다. 전체 자동차 수출의 약 20%를 차지한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 속에서도 유럽에 36만927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협회는 "최근 EU 집행위의 '피트 포 55' 발표로 내연기관차 판매·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 업체들의 경우 기존의 EU 규제 기준(2030년 37.5% 감축)에 맞춰 수립한 대 EU 수출차종·생산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EU집행부 등에 보낸 서한에서 "우리나라는 EU와의 자동차 무역에서 적자국인점과 유럽과 유사한 배출권거래제(ETS)를 시행하는 점을 감안해 탄소국경조정세에서 한국산 자동차를 지속 제외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협회는 "전기차만 친환경차이고 내연기관차는 공해차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기술 중립성과 개방성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수송부문 탄소중립은 전주기 관점에서 탄소배출을 어떻게 저감하느냐가 핵심요인이다. CO2 배출 문제의 본질은 내연기관 기술 자체가 아닌 청정연료의 부재이므로, 특정기술 금지보다 청정연료개발 등 기술혁신지원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경규제 강화 이전에 충전소 구축 확대를 통해 전기차가 충전편의성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높은 구매 매력을 갖도록 해야 하며, 기업과 시장주도로 탄소중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센티브 위주 정책을 통해 산업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 집행위는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유럽그린딜'의 핵심 12개 법안 패키지를 담은 '피트 포 55(Fit For 55)'를 발표했다. 2030년까지 EU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55%로 줄이기 위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탄소국경세) 초안이다. 이를 통해 연간 100억유로(약 13조5000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거둬들여 유럽기업을 보호하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사용한 막대한 재정지출을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자동차와 철강 등 국내 기업들은 이 법안이 시행되면 매년 1조원에 이르는 청구서를 받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피트 포 55'는 EU 집행위가 제안하는 정책제안서로 향후 EU 이사회와 유럽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미 일부 회원국과 유럽의 주요 자동차협회들은 반대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자동차산업 비중이 큰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정부의 반대가 크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량과 같이 전환 기간 CO2 배출 저감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차종도 모두 퇴출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높다.
실제 유럽자동차연합회(ACEA)는 "수송부문 탄소중립은 전주기 관점에서의 탄소저감이 핵심"이라며 "내연기관 기술 자체보다 청정연료의 부재가 문제이며, 고효율 내연기관 엔진 및 하이브리드 등 모든 기술옵션은 전환기간 효율적인 탄소저감을 위해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자동차협회(VDA)는 "2035년 내연기관 판매금지는 단일 파워트레인 기술로 시장을 제한하는 정책으로 시장과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은 발표"라고 언급했고, 이탈리아자동차협회(ANFIA)는 "내연기관차 기반의 자국업체, 5000여개의 부품공급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며 반대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