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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직론직설

【박성태 칼럼】 스포트라이트 받는 주인공 뒤에 숨은 조력자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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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의 축구 평가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단연 오현규였다. 그는 후반 30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골을 넣으며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그 골의 배후에는 수비수 두 명을 제치는 현란한 드리블 후 냉정히 경기의 흐름을 읽고 찬스를 만들어낸 또 다른 주인공이 있었다. 바로 이강인이다.

 

그는 전방으로 빠르게 침투한 오현규에게 정확한 타이밍의 패스를 연결해 골의 90%를 만들어 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후 조명은 오직 골을 넣은 선수에게만 쏟아졌고, 이강인의 이름은 짤막이 언급되었다.

 

지난 21일 한국프로야구 2025 플레이오프 한화 대 삼성의 3차전에서 한화가 5대4로 역전승을 거둔 뒤, 단연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구원투수로 나와 4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한 문동주였다. 그런데 사실 한화가 역전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어린 문동주를 노련한 투수 리드로 이끌어간 최재훈 포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후 역투한 문동주와 역전 투런 홈런을 친 노시환만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최재훈의 이름은 언급조차 없다.

 

이러한 장면은 비단 축구와 야구 경기장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사회 곳곳에서도 ‘숨은 조력자’들은 늘 존재하지만, 종종 잊히거나 평가받지 못한다. 회사에서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대표나 팀장이 주목받지만, 그 밑에서 밤을 새워 자료를 정리하고, 세밀한 오류를 잡아낸 직원들의 이름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방송 프로그램이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면 진행자나 PD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그 뒤에서 소품을 옮기고, 조명을 조정하며 현장을 지탱한 스태프들은 여전히 그림자 속에 머문다. TV의 인기드라마도 마찬가지. 만약 드라마가 시청률 1위라도 할라치면 주연들은 각광을 받고 광고 수주에서도 엄청나게 혜택을 받지만, 알토란 같은 연기로 드라마를 빛낸 조연들은 ‘약방의 감초’ 정도로 인정, 대우받는 게 현실이다.

 

이런 불균형은 단순히 ‘칭찬의 공정성’ 문제를 넘어 사회의 가치 인식과도 직결된다. 성과만을 중시하는 사회일수록 과정의 땀방울은 사라지고, 결과만이 평가의 기준이 된다. 결국 사람들은 ‘보이는 성과’에만 집착하게 되고, 협력과 배려, 지원의 가치는 점점 희미해진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 성과도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현규의 골이 이강인의 패스에서 시작된 것처럼, 문동주의 역투가 최재훈의 노련한 투수 리드 때문인 것처럼, 사회의 모든 성공 뒤에는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헌신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점점 경쟁적이고 개인화되고 있다. ‘성과 중심’, ‘1등 지상주의’가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빛나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앞만 본다. 그러나 사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대 뒤에서 묵묵히 움직이는 이들의 가치를 함께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숨은 조력자들이 존중받는 조직일수록 구성원들은 서로 신뢰하며 협력하고, 결과적으로 더 큰 성과를 낸다.

 

스포츠든 사회든, 진짜 팀워크는 ‘누가 주인공인가’가 아니라 ‘누가 누구를 믿고 움직였는가’에 있다. 이번 파라과이전에서 이강인은 오현규를 믿고 패스를 찔러줬고, 오현규는 그 믿음에 화답하듯 골로 연결했다. 한화 내외야 선수들은 물론 포수 최재훈은 구원 등판한 문동주를 믿고 혼신의 힘을 다해 그들의 역할을 해냈고, 문동주도 화답하듯 4이닝 무실점 역투를 이뤄냈다. 이런 것이야말로 공동의 성공이다. 우리 사회도 이러한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성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

 

한국 축구대표팀 승리와 한화 역전승의 한 장면은 그래서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눈부신 골, 역투의 순간에도, 그 뒤에 누군가의 조력과 헌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의 성공은 언제나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도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도움을 알아보고, 존중하며, 함께 빛을 나누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우리의 공동체는 더 단단해질 것이다.

 

2021년 SBS 연기대상에서 ‘라켓소년단’이라는 드라마에서 양혜경 코치역으로 ‘베스트 캐릭터상’을 받은 배우 오나라는 수상소감에서 “작품의 중심에서 빛나려고 노력하지 않고 작품을 빛내는 데 중요한 부속품으로 쓰임 받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해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적이 있다.

 

이런 조연들이 있기에 명작품이 탄생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배재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  

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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