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0.28 (화)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밥’으로 ‘정’을 나누는 인생의 참맛 <밥정>

URL복사

‘방랑식객’ 임지호 셰프의 인간미 넘치는 요리와 사계절의 풍광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방랑식객’ 임지호 셰프가 생이별한 친어머니, 가슴으로 기르신 양어머니, 긴 시간 인연을 맺은 길 위의 어머니를 위해 그리움으로 짓고 진심으로 눌러 담아 정성껏 차린 한상차림, 10년의 여정 속에서 우러나는 인생의 참맛을 그린 작품이다. 핫독스 국제 다큐멘터리영화제초청을 비롯해 국내외 14개 영화제에 초청됐다. 

 

그리움으로 짓고 진심을 눌러 담은

 

주변 자연을 재료로, 자연 자체에서 영감을 받아 즉흥적으로 요리를 창조하는 ‘방랑식객’ 임지호 셰프의 삶과 요리에 담긴 철학을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10년에 걸쳐 담아냈다. 그가 세계적인 요리사이자 자연요리연구가가 된 배경에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다. 얼굴조차 모르는 친어머니, 임종을 못 지킨 양어머니의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임지호 셰프는 어쩌면 만났을지도 모를 어머니를 생각하며 길에서 인연을 맺은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음식을 대접했다. 


전국을 떠돌며 식재료를 채취하던 임 셰프는 지리산에서 김순규 할머니를 처음 만났다. 소박하지만 풍성한 마음이 담긴 냉이 된장국을 끓여준 김순규 할머니에게서 그리운 어머니의 사랑을 느낀 임 셰프는 모자의 인연을 맺고 10년의 정을 쌓아간다. 그러나 세상에 하나 남은 길 위의 어머니 김순규 할머니와도 이별하게 되고 세 명의 어머니를 위해 그리움으로 짓고 진심을 눌러 담은 한상차림을 결심하게 된다. 

 


3일 밤낮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요리를 만들어내고 대청마루에는 108가지 음식으로 가득 채워진다. 관객들에게 마음의 치유까지 가져다 줄 이 접시들 중 전과 과일, 나물과 생선 등 실제 음식이 담긴 접시는 103개다. 나머지 5개는 무형의 접시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자세를 담았다. 허영심을 버리는 것, 거짓말하지 않는 것, 부지런할 것,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가질 것, 음식을 먹을 사람에게 어떤 음식을 나눌지 재료를 판단하는 매의 눈을 갖는 것이 무형의 접시에 담긴 자신의 철학이다. 


맛있는 소리와 아름다운 색감까지


임 셰프의 요리는 그 자체가 예술이다. “자연에서 나는 것은 아무 것도 버릴 것이 없다”라는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요리로 만들어낸다. 4계절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자연을 재료로 마치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하듯이 요리하는 임 셰프의 모습은 묘한 시각적 즐거움과 감동을 준다. 


음식이 마음을 나누는 도구라고 생각하는 임 셰프의 철학은 그의 요리가 주는 감동의 원천이 어디인지 명확히 인식시킨다. 그의 정성스러운 요리는 언어로 못다전하는 사랑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나아가 누군가를 위한 그의 상차림의 행위는 그 자체가 자신을 위한 위안이기도 하다. 


임 셰프는 “108접시가 어머니를 위한 음식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나를 위한 것이었습니다”라며 요리라는 행위를 통해 어머니에 대한 결핍과 그리움의 복합적 감정을 풀어냈음을 밝힌다. 

<밥정>은 어머니와 ‘밥’에 함축돼 있는, 그리고 그 감정을 인연을 맺는 모든 타인에게까지 확장해가는 한국적 ‘정’의 정서라는 익숙한 감성을 눌러담아 아름다운 한상을 차려냈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집밥’이라는 키워드가 유행하며 대중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현상은 사랑으로 나누는 ‘밥’에 담긴 따뜻함과 그리움의 정서가 현대인에게 강렬한 향수임을 의미한다. 이 영화는 바로 이 같은 현대인의 영혼의 배고픔을 채워주고 다독인다.


임 셰프는 매 계절마다 자신만의 색깔을 뿜어내는 자연 속에서 다양한 식재료를 찾고, 길 위에서 만난 모든 인연들을 위해 독창적인 요리를 선보인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낙엽더미, 갯벌 덩어리, 이끼 등 상상도 못한 식재료에 새로운 맛을 입혀 자연의 밥상을 완성시킨다. 

 

 

영화에는 청각초밥, 갯벌 소스를 곁들인 백년초 무침, 솔방울 국수, 토란국, 두부 계란찜, 모과청 등 독특하거나 평범하고 익숙한 음식들이 다채롭게 등장해 미각을 자극한다. 소박하지만 풍성한 마음이 담긴 인간미 넘치는 요리 과정에서 맛있는 소리와 아름다운 색감까지 담아내며 오감을 만족시킨다. 


여기에 봄부터 겨울까지 산과 바다, 들판, 계곡 등 대한민국 사계절의 풍광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영상미까지 더해져 영혼의 허기를 든든하게 채워준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박찬대 의원 “캄보디아 ODA, 50억원 불용 직후 국제개발협력위 심사 안 받고 1300억원 예산 편성”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캄보디아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 추진 과정에서 50억원이 제도 미비로 불용된 직후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13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국무조정실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인천 연수구갑, 정무위원회, 3선, 사진)실에 제출한 답변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2월 확정된 2024년도 민간협력전대차관 사업 예산 50억원은 전액 불용됐다. 이에 대해 한국수출입은행은 “사업 추진에 앞서 관련 제도 정비 및 리스크 관리 강화 등 내부 절차 마련을 진행했으나 동 작업에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돼 50억원 예산은 불용됐다(불용 시기=2024년 11월)”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캄보디아 대상 민간협력전대차관 사업은 2025년도 종합시행계획(요구액) 심의‧의결 이후에 정부예산안 수립 과정에서 편성된 사업이다”라며 “이후 국회 심의를 거쳐 2025년도 종합시행계획(확정액)에 포함돼 심의·의결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무조정실의 한 관계자는 “국회 심의‧의결 단계에서 해당 사업이 포함된 것을 나중에 인지했고, 앞선 절차가 정상적으로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지역네트워크】박용철 강화군수 취임 1주년 맞아 안정 ‧ 미래 ‧ 혁신으로 답하다
[시사뉴스 강화=지창호 기자] ‘군민 소통과 통합’을 슬로건으로 내건 박용철 강화군수가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강화군은 안정·미래·혁신의 세 축이 조화롭게 맞물리며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6일 보궐선거를 통해 취임한 박 군수는 흔들리던 군정을 신속히 안정시키는 한편,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으로 미래 비전을 세우고, 혁신 과제를 잇달아 가동하며 군 전역에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군수는 “접경지역과 인구감소, 각종 규제라는 3중고에 혁신하지 않으면 지방소멸의 위기를 피할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지난 1년 군정에 매진했다”며, “7만 강화군민의 통합된 힘과 우리 공직자의 헌신으로 이제 강화 발전의 밑그림이 완성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1년 간의 주요 성과와 정책 방향들을 살펴본다. 안정 : 군정 공백 혼란, 현장 리더십으로 정면 돌파 박용철 군수는 지난 1년간 군정을 빠르게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임 군수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7개월간 군정 공백이 이어지고, 대남 소음공격 피해가 겹치며 지역 불안이 고조됐던 점을 감안하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취임 직후에는 최우선 과제였던 북한 소음공격 문제에 발 빠르게 대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스포트라이트 받는 주인공 뒤에 숨은 조력자를 기억하자
지난 1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의 축구 평가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단연 오현규였다. 그는 후반 30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골을 넣으며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그 골의 배후에는 수비수 두 명을 제치는 현란한 드리블 후 냉정히 경기의 흐름을 읽고 찬스를 만들어낸 또 다른 주인공이 있었다. 바로 이강인이다. 그는 전방으로 빠르게 침투한 오현규에게 정확한 타이밍의 패스를 연결해 골의 90%를 만들어 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후 조명은 오직 골을 넣은 선수에게만 쏟아졌고, 이강인의 이름은 짤막이 언급되었다. 지난 21일 한국프로야구 2025 플레이오프 한화 대 삼성의 3차전에서 한화가 5대4로 역전승을 거둔 뒤, 단연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구원투수로 나와 4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한 문동주였다. 그런데 사실 한화가 역전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어린 문동주를 노련한 투수 리드로 이끌어간 최재훈 포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후 역투한 문동주와 역전 투런 홈런을 친 노시환만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최재훈의 이름은 언급조차 없다. 이러한 장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