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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신화찾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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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양평을 빛낸 원로작가>展:신재석 ·이화자
청년작가 11인의 <청년미술의 시선>展
<원로작가 아카이브 연구자료>展:김인순 이우설 배동환 홍용선 박동인
2019 미술여행-3, 가을프로젝트 양평신화찾기-3
10.11.-11.17. 양평군립미술관서 DOCUMENT



[이화순의 아트&컬처]  양평 지역의 다양한 문화 유적과 훌륭한 인물을 발굴·기록하고 보존해온 양평군립미술관이 3회째 양평신화찾기에 나섰다.  

미술관이 11일부터 11월 17일까지 전관에서 한달여 펼치는 '2019 미술여행-3, 가을프로젝트 양평신화찾기'의  <도큐멘트(DOCUMENT)> 展이 그것이다. ‘양평신화찾기’란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양평에서 신화적 활동을 해온 작가를 찾아내어 작가의 감성과 정신문화를 함축해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다.

전시는 크게 3개의 공간에서 3가지의 전시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제8회 양평을 빛낸 원로작가들>展이다. 양평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창작활동을 해오면서 양평 문화발전에 기여해온 2명의 원로 작가를 초대한다. 
서예·서각예술가로 잘 알려진 상산(常山) 신재석과 원로 한국채색화가 이화자 전시를 미술관 제 3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두 원로의 전시에 이어, 양평의 젊은 작가 11명이 참여하는 <청년미술의 시선>展도 기획되어 있다. 청년들의 창작여정을 담아내는 예술적 감성을 도큐멘트로 끌어낸 전시로 슬로프공간과 제2전시실에서 동시 전시된다.

이와 함께 준비한 <원로작가 아카이브 연구자료전>은 양평에 정착해 작가로서의 기틀을 만들어온 작가들의 자료를 수집해 사료가치를 만들어서, 영구히 미술관에 보관하기 위해 연구해온 특화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원로작가 11명(1930년 이후-현재)의 자료를 연구한데 이어 올해는 김인순(서양화), 이우설(서양화), 배동환(서양화), 홍용선(한국화), 박동인(서양화)작가에 대한 연구 결과물을 발간하고 지층의 O2 Space에서 소개한다. 

특히 <원로작가 아카이브 연구자료전>에서 소개할 5명의 작가는 41년 이후 출생한 70대 후반의 작가들로 한국 현대미술사에 남긴 족적을 나름의 기준으로 선정했다고 해 의미가 크다. 미술관의 여러 기능 중 작가의 아카이브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다른 어떤 기능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특히 양평군립미술관은 이미 1930년대 작가를 포함해 11명의 원로에 대한 아카이브 연구자료를 구비했다. 한분 한분 찾아서 영상 기록도 남기고, 작품에 대한 연구 결과물도 차곡차곡 정리하는 등 국내 미술관들이 벤치마킹할 만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평군립미술관의 이번 전시를 총괄 기획한 이형옥 학예연구실장은 지역 미술인들을 중앙과 연계하고자 다양한 각도에서 기획을 주도해온 실무형 기획자이다. 지난해 경기도 자랑스러운 큐레이터상을 수상한 그는, 지역 미술관의 역할과 한국미술계의 방향을 잘 읽어내는 기획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형옥 실장은 “양평군립미술관이 수도권에서 떨어져 있긴 하지만 미술관으로서 앞서가는 프로그램을 구성해 지역미술관으로서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이번 지역작가 중심의 전시와 아카이브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양평군립미술관의 <2019 미술여행-3, 가을프로젝트 양평신화 찾기>의 도큐멘트(DOCUMENT)展이 지역미술문화 발전과 관람객들의 문화향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양평군립미술관이 2019년의 아카이브 작가로 선정한 김인순(서양화), 이우설(서양화), 배동환(서양화), 홍용선(한국화), 박동인(서양화)은 서울에서 활동하다가 약20~30년전 양평으로 이주해 양평을 제2고향으로 삼은 작가들이다. 답답한 대도시를 떠나 자연과 벗하며 드넓은 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양평에 뿌리를 내린 거다. 작가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수백평의 대지 위에 살림집과 작업실, 작품 보관 공간, 자연 정원을 갖추고 스스로 농부 예술가를 자처하는 모습이다.  



한국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김인순 작가
 
1980년대 미술운동에서 김인순 작가(78)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이다. 한국여성주의 미술과 민중미술의 대표화가 중 한분인 거목이다. 
그가 윤석남 김진숙 작가와 함께 1985년에 만든 ‘시월모임’은 한국여성미술 운동의 효시가 됐다. 당시 여성학자와 여성 문학가들과 교류하며 “왜 미술에서는 여성의 현실을 직시하는 그림이 없나”하며 여성주의 미술을 시작했다.



1984년 관훈미술관에서 첫개인전을 하며 6·25에 참전해 1·4후퇴 때 백마고지에서 죽은 오빠 이야기 등 질곡의 한국 현대사 속 가슴아픈 가족사를 다뤘다. <현모양처>(1986)는 당시 충격 그 자체였다. 남성중심의 가치관 속에서 ‘여성의 현실적 삶’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으로 한국여성주의는 확실한 탄생을 신고했다.  

“대학(이화여대) 동창들이 매달 모였는데 모이기만 하면 ‘남편에게 얼마나 잘하는지, 발도 씻어주면 좋아한다’는 얘기들을 했죠. ‘그건 아닌데...’ 하는 생각에서 그린 것이 <현모양처>에요.”

1990년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과 ‘민미협’(민족미술협의회) 공동대표직을 맡고 민미협 속에서 여성주의를 주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작가는 "민미협이 당시 여성주의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민미협 창단 때 놀러갔다가 ‘여성과 현실’ 전시도 만들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1990년 이후부터 2000년 중반에 걸친 <뿌리> 시리즈로, “여성이야말로 거대한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나무 뿌리 같은 존재”라는 의미를 담기 시작했다.

1997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출품도 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여성의 출산이야말로 인류를 지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의식을 <태몽>시리즈를 통해 표현했다. 

“평면 회화가 중심이던 시대는 끝났다”는 김 작가는 “후배들이 미술의 한계를 벗어나 총체적인 작업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종교화로 우뚝 선 이우설 작가

이우설 작가(78)는 종교적 테마를 주제로 반백년간 작업해온 작가이다. 어려서 너무 병약하고 그림만 좋아했던 이우설 작가는 살면서 좌절도 많이 겪었다고 한다. 
대학도 회화 전공을 원했으나 조소를 전공해야 했다. 회화의 기초를 닦은 것은 지인의 소개로 16세부터 25세까지 장욱진 선생(1917~1990)을 만나 조형의 기초를 닦은 덕분이다. 




“젊은 시절에는 ‘왜 내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나’ 하고 좌절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덕분에 제 작품에 조각, 회화, 서예가 한몸이 된 오브제 작품을 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건강상의 문제로 자존감이 바닥이었던 29세때 예수를 알게 됐다. 건강을 잃으면 허무가 찾아오니 그에게 인간과 구원 문제, 빛과 어두움, 삶에 대한 기쁨 등의 주제는 피할 수 없는 주제가 됐다. 



그의 <순교자>시리즈는 일상사물의 오브제를 사용하여 독특한 화면구성을 하고 있다. 
“작가로서 평생 전도서를 비주얼로 옮겨 그림만 그리겠다고 작심하고 작업해왔다”는 그는, 그림문자(pictograph)로 많은 사람들이 빠르고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픽토그램(pictogram)을 사용한다. 작품 바탕 위에 패턴처럼 보이는 문양이 실제로는 성경 텍스트를 기반으로 형성된 장치물이라고 설명했다. 

영성 작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픽토그랩 작업으로 믿음 소망 감사 기쁨 등 종교적 주제의 미발표 작품 20여점 등으로 신작 판화집으로 출판, 독일 영국 미국 등지에서 선교 차원에서 소개하고 싶다고 한다. 
아울러 젊은이들에게 “장욱진 선생처럼 손바닥만한 종이와 볼펜 한자루로 성실하게 기본기를 닦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끊임없는 변화와 자유 추구하는 배동환 작가
  
신형상주의의 극사실적 회화부터 반추상의 심상 풍경 회화까지 배동환 작가(76. 전 신라대 교수)의 작품 세계는 폭넓다. 고통 속에 피어나는 우리네 삶을 자갈로 표현한 작품 ‘우리들의 성지’로 국내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던 그는, 신형상주의 미술로 민중미술운동에 영향을 미친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1970년대 극사실적 경향의 작품을 발표하며 화단의 주목을 받는 그는 <어머니의 방>(1974)으로 국전에서 문화공보부장관상을, <휴일의 방>으로 한국미술협회전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탄탄한 묘사력과 표현력을 평가받은 그는, 최근에는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비현실의 세계, 또는 꿈의 세계를 순수한 상태로 표현하기 위해 초현실주의 작품을 연구하고 있다.  2011년 신라대학교 교수를 정년퇴임한 후에도 그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또 연구하며 작업하고 있다. 

“젊은 날 느낀 좌절과 현실 속의 분노를 혁신적인 새 소재로 표출했다”는 작가는, 신형상주의  미술로 현대미술에 흥미를 느끼게 해주었다는 평을 들었다. 

여인좌상이나 정물화, 풍경화 등이 주류일 때 그는 도시의 콘크리트와 맨홀 뚜껑, 신문지 구겨진 맨홀바닥, 도시의 어두운 구석 등을 소재로 극사실적 경향의 작품으로 시대를 그려냈다. 또 생선을 팔아서 가난한 가족의 생계를 꾸렸던 어머니가 직접 물레를 잡고 모델을 서준 <어머니의 방>은 1974년 국전 최고의 작품이라는 외국 평론가의 평을 받기도 했다.  



1978년 ‘한국미술대상전’ 대상 수상으로 파리에서 레지던시 활동을 하며 확인한 그는 서구미술을 통해 ‘내 것,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과 정체성’을 자각하게 된다. 

1980년대 민중미술운동이 한창인 시기에 신형상주의 작품들로 미술운동을 했으나, 대학 교수라는 이유로 비제도권 친구들에게 “너는 민중미술 작가가 아니야”라며 회색분자 취급을 받았던 가슴아픈 과거가 있다. 




대표작품 중 고통 속에 피어나는 우리의 삶을 ‘자갈’ ‘돌멩이’로 표현한 <성지>시리즈에서 돌멩이는 작가의 삶에 존재하는 상징물이다. 자기화의 과정을 위해 그는 돌밭에 텐트를 치고 살면서 오랜 시간 다양한 돌멩이들을 탐구하곤 했다. 

2000년대에 시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영상작업을 하기도 한 그는, 최근 대상을 과감히 파괴하고, 생략해 추상화시킨 작업들을 펼치고 있다. 

“작가는 끊임없이 변모하면서 스스로 경계를 부수고 자유를 스스로 향유해야 한다”는 그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경계는 다 무너졌다.  앞으로도 다양한 작업을 계속할 것”을 약속했다. 
 



스티로폼 회화 창안한 홍용선 작가
  
한국화가인 홍용선 화백(76.전 세종대 교수)은 ‘스티로폼 회화’ 창안자로도 유명하다. 중학교 미술교과서에 새로운 미술 사조이자 미술 장르로 소개된 ‘스티로폼 회화’로 상을 받기도 했다. 
98년부터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던 그는, 스티로폼을 폐기하려다가 스티로폼 회화를 연구하고 창안하게 됐단다. 

“부조처럼 칼과 송곳으로 속을 파고 먹선을 그리고 색을 입히는 과정을 통해 흥미로운 시각적 효과가 나오더군요. 마치 고려청자의 상감기법처럼 파거나 찍어내는 기법과도 연관이 되고요. 2000년도부터 본격화했고 인사동과 예술의전당서 전시도 했죠.”




소재는 집 주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들을 비롯해 새, 풍경 등이다. 붓이 지나간 자취로서의 선을 칼에 의한 입체로 대체하는 그는 용필(用筆)을 실험하는 셈이다. 그의 실험 정신과 열린 자세에 덕분인지 “신선하다” “새로운 신기원의 회화” “새로운 미술 개척자이자 새로운 재료 개발자” 라는 등 반응을 얻고 있다. 

보존을 걱정하는 일부의 의견에 “종이보다 보관이 더 잘된다. 이미 12~13년간 보관해왔는데 곰팡이 걱정이나 습기 문제, 변색 문제도 없고, 썪지 않고 가벼워서 보관이나 운반도 용이하다”고 자신한다. 
홍 화백은 다재다능한 것으로 유명하다. 문학시대에서 신인상을 받아 시인으로 등단해 '스티로폼 속으로 오는 봄' '산처럼 물처럼 바람처럼’ 등 시집을 냈는가하면, 문화여행서적인 ‘삼국지를 따라가는 홍용선 중국문화기행’ ‘길따라 그림따라 세계를 가다’, 미술서적 ‘현대 한국화론’ ‘한국화의 세계’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 등을 냈다. 

연극연출가로도 활동해 큰 상도 탔다. 부산여자대학교 교수 시절 연극 동아리 지도교수겸 연출을 맡아 학생들과 준비한 전봉준 일대기를 다룬 창작연극 '새야 새야'로 전국대학연극제(1979)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양평 예술인들과 의기투합해 급조한 극단으로 '경기도 소인극 경연대회'(1998)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며 일약 스타가 됐다.



부산(부산여자대학교와 부산대학교)에서 10여년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서울-부산을 오가는 동안, 미명(未明)과 여명(黎明)을 통해 ‘먹’의 소중함을 깨쳤다. 빛이 있는가하면 없는 그 시간은 자연과 인간의 합일, 모든 정서가 하나 되는 경지를 오직 ‘먹’만이 표현할 수 있음을 자각하고 수묵화의 매력에 다시 빠졌다고 했다. 

매일 아름다운 양평의 자연 속에서 농부도 됐다가 예술가도 됐다가 하는 그는, 이제까지 해온 것을 총정리하고 집대성하고 스티로폼 회화에도 더 매진하려고 한다. 
 



오늘을 축제로 사는 박동인 작가

박동인 작가(75.전 추계예술대학 교수)의 양평 집 정원은 모네의 지베르니의 정원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행복감을 준다. 부인 김동희 화백과 두 사람이 가꾸는 그곳은 소나무의 자작나무, 파란 잔디와 각양각색의 꽃, 채소까지 어떤 계절에도 손님을 반긴다. 살림집이자 작업실이자 미술관인 셈이다. 해남 출신인 박 화백이 마치 고향 같은 풍경에 끌려 마련한 곳이다.  

어려서 허약해 운동도 못하고 조용히 지내야 했던 그는, 남 눈을 피해 숯으로 흰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큰 낙이었다.
어린 시절, 유년의 추억은 과거가 아니다. 현재 상황이다. 어른의 눈이 아닌 아이의 시선으로 꽃과 나무 등 자연을 보고 그린다. 사실주의 기법을 중심으로 시작된 화풍은 신형상주의 회화양식으로 변화를 모색했다. 배동환, 손수광 화백과 1973년 명동화랑에서 <신형상전>을 개최하면서 일약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신형상주의와 민중미술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민중미술을 하나의 장르로 떼어놓아서는 안됩니다. 어떤 화가든지 민중미술적인 민중의 흐름에 대한 표현은 작품 속에 다 갖고 있다고 봅니다. 깃발들고 왔다갔다 해야 민중미술이 되는 것은 아니지요.”
그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민중의 생각을 꺼집어내어 표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같은 사과를 그려도 사과가 여기 놓이기까지의 과정, 농부의 기본적인 정서를 끌어낼 수 있어야 민중미술로 발전된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 때 노란 물결이 한국을 뒤덮었죠. 저도 당시엔 노란색만 썼어요. 들풀, 역새풀, 잡조를 모두 노란색으로 물들였죠. 아무 설명 없이도 내면의 상처와 아픔을 자연을 빌어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지요.”
1세대 미술평론가였던 유준상씨가 손수광 배동환 그리고 박동인 작가를 묶어 <신형상전>을 명동화랑에 열면서 ‘네오리얼리즘’ ‘신형상주의’라는 표현을 썼다. 

당시 손수광씨는 버려진 조가비 등 껍데기를 주로 그렸고, 배동환씨는 보도(步道)를, 또 박동인 작가는 철길을 그렸다. 내용은 다르지만, 기존의 사실주의와는 다른, 새로운 시각이라고 획을 그었고, 평단에서도 인정을 했다.


그에게 1971년 <아침> 1972년 <바람> 그리고 1973년 <그리움> <염원> 등의 그림에서 철로가 주요 소재였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 
“제 주변의 상황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작가는 당시 서울 영등포역 바로 뒤에 살면서 매일 새벽 철로로 다니면서 기차가 지나가는 순간 신문지가 공중에 확 날고, 도시락 껍데기도 떠다니는 광경을 목격했지요. 또 새벽 공기가 모노톤으로 숨을 딱 멈추고 정지되어 있는 모습도 체험했어요.“ 바로 그런 체험이 작품이 됐다. 

최근 대표작은 <축일> 시리즈다. 양평으로 옮겨온 이후 ‘들풀의 작가’로 불릴 만큼 자연 속의 풀과 꽃들을 그려왔다. “오늘이야 말로 축제이고, 축일”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바탕 화면이 빨간 작품은 내면의 생명의 힘이 있다는 거고, 푸른 배경은 어둠을 상징한다. 

지금도 그는 꽃과 풀은 유년 시절 어린아이의 눈높이로 그린다. 직접 만져보고 느낄 수 있는 낮은 자세다. 회화 외에 판화와 목조각, 한지부조까지 다방면으로 작품한다. 아버님의 영향을 받았다. 서양화가이지만 지금도 그는 한지를 직접 만들어 쓴다. 
“특별한 게 있나요. 화가라면 미술장르 속의 다양한 표현 방법을 다 할 수 있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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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칼럼】 새해에도 계속 목도하는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세상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혜성처럼 나타난 대통령이 되었으나 2년10개월여의 재임기간 동안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린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선고가 어떻게 날 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무기징역은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무너진 ‘공정과 상식’은 추악한 과거로 돌리고 병오년 새해에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희망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터져 나온 한 장관 후보자의 갑질, 폭언, 투기 등으로 인한 자질 논란과 정치권 인사들의 공천헌금과 관련한 수많은 의혹, 대장동 일당들의 깡통 계좌 등을 지켜보며 우리는 깊은 회의감과 자괴감에 빠진다. 평생을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등불 삼아 살아온 이들이 “불법과 비리를 멀리하고 공명정대하게 살라”, “과유불급을 가슴에 새기고 욕심내지 마라”, “남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보다 자존감을 키워라”라고 강조해 온 말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법을 만드는 이들과 나라를 이끄는 이들이 정작 그 법과 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