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중국에서는 듣지 못하지만 중국인이라면 다 아는 ‘그 팟캐스트’. ‘부밍바이’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위안 리가 기획하고 진행하는 정치 비판 팟캐스트다. 방송에서 100여 편의 에피소드 중 17편을 선별하고 총 25개의 인터뷰를 엮었다.
은밀하고 치밀하게
중국 시진핑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책으로 꺼내든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경기는 순식간에 손쓸 수 없이 망가졌고, 전국에서 생존의 불안과 불만이 미동하기 시작했다.
‘부밍바이不明白’는 ‘도무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즉, ‘도무지 모르겠다’는 중국인들이 논할 수 있는 공적 삶 그 자체이자 실제였고 절박한 외침이었다. 중국인들은 도대체 중국이 어쩌다 이지경이 됐는지 알고 싶어했다.
지난 2022년 5월 27일, 첫 방송을 시작한 ‘부밍바이’는 날카로운 사회 분석과 통렬한 정치 비판으로 화답했다.
정치학자 차이샤, 페이민신, 우궈광 등의 전문가들과 함께 정치와 사회를 해석했으며, ‘제로 코로나’란 1958년의 ‘대약진운동’과 다를 바 없는 “미친 정책이었고, 이성을 잃은 정책”이라는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경기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은 평범한 영세 사업자와 중국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농민공 들이 출연해 지금 이 순간 중국의 밑바닥 풍경을 가감 없이 고발했다.
방송 내용이 이렇다 보니 부밍바이는 2회부터 당국에 의해 검열당했고, 정부는 해당 사이트의 호스팅 업체를 전면 차단했다.
이로써 ‘부밍바이’는 정작 중국에서는 듣지 못하지만 중국인이라면 다 아는 ‘그 팟캐스트’가 된다.
사람들은 이를 접선 암호처럼 쓰며 은밀하고 치밀하게 저항의 목소리를 실어날랐다. ‘그 팟캐스트’는 여전히 방송 중이며, 지난 2025년 11월 16일 기준 180회까지 진행했다.
개혁 불가한 구조는 위기를 누적시킨다
부밍바이가 체제 비판의 목소리를 유통하며 저항운동의 거점이 되었듯, 이 책 또한 타이완 출판사를 통해 중국어로 출간되며 중국 내 반체제 인사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화는 여전히 ‘부밍바이’에서 계속되고 있다.
오늘날 중국에는 국가 토지 재정이 초래한 부동산 시장의 거품, 담보 대출로 생겨난 악성 부채, 선진국과의 단절, 국제 무역 및 국내 총수요의 하락, 취업률을 한참 웃도는 실업률 등 위기들이 중첩된 채 축적돼 있다. 불안한 조짐은 경제를 넘어 정치 및 군사, 사회 일반 등 분야를 막론하고 감지된다.
경제학자 쉬청강은 중국이 이 문제 상황을 타개하기 어려우리라 진단한다. 중국은 부분적으로 시장경제 요소를 채택했지만 결국은 공산주의 국가이며, 이 같은 구조에서는 필연적으로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정치학자 우궈광 또한 현재 중국의 상황을 암울하게 전망한다. 중국의 현 상황은 일시적인 문제가 동시다발로 불거진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랫동안 누적돼 곪은 것이 이제 와 두드러진 것일 뿐이며, 자체적인 개혁이 불가한 구조는 위기를 누적시키고 이는 오로지 전방위적인 혁명을 불러일으킬 뿐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건대, 중국의 유일한 활로는 체제 자체를 손보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중국에는 체제 및 제도 전반을 뒤엎는 비판적 사고와 공통의 저항의식이 절실하다.
우궈광은 사람들에게는 무력감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존재론적 본질이 있다고 말한다. 차라리 뭐라도 해보자고 말할 때, 거기에서 한 개인의 반항이 시작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말처럼 역사가 퇴조하는 시기에도 꿈틀거리는 변혁의 움직임을 이 책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