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예비후보 인기선호도 1,2위를 다투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돌아온 손학규’에 긴장했다. 언론이 공공연하게 ‘저평가 우량주’로 언급해왔지만 좀체로 오르지 않는 지지율 때문에 ‘꼴찌대’를 면치 못했던 손학규 전경기지사가 지난 9일로 102일간에 걸친 파격적인 정치실험 ‘민심대장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면서 두 대선예비주자의 가슴이 서늘해진 것이다.
셋중 1등이 가장 불안
여당이 추진하는 오픈프라이머리는 둘째 치고라도 어찌됐든 한나라당내 ‘빅3’로 대권도전 한길을 걷고 있는 이들 세 사람의 현실적 과제는 누가 당내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는가에 맞춰진다.
하지만 문제는 역대 거의 모든 경선에서 ‘사단’은 늘 셋이 나오면 그중 1등은 반드시 재선에서 2위에 밀린다는 ‘이상한 법칙’이 적용됐다는 사실. 대선후보 선호도 인기조사에서 몇 달 연속 1위 자리를 차지했던 이명박 전시장이나 1위 탈환후 안도했던 박근혜 전대표나 모두 간과하기 힘든 아픈 사례다.
비근한 예로 한나라당 소장파들이 지난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인 미래모임 단일후보 경선역시 남경필,임태희,권영세 의원 3자구도로 치러 치면서 1등 남경필이 재선에선 권영세에 탈락하는 이변을 낳은 바 있기도 하다.
꼴찌가 이길수도 있는 3자경선 구도라면, 더욱이 민심대장정의 성공적 마무리로 블루칩에 한층 다가선 당내 3위 대선주자 손학규의 위상이 나머지 두 사람으로선 결코 만만치 않다.
변방에서 ‘여의도 뱃지’들 부르다
100일이 넘는 대장정 기간동안 손 전지사는 변방에서 중앙정치를 끌어내리는 ‘위력’도 발휘했다.
그의 대장정에 동참한 국회의원은 강재섭 대표를 비롯해 권오을, 권철현, 안경률, 김학송, 박계동, 임태희, 이방호, 심재철, 최구식,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박승환, 김명주, 정종복, 김기현, 박찬숙, 이계경, 진수희 의원 등 42명에 이르렀다. 울산에서는 정몽준 의원(무소속)이 대장정 현장에 격려 방문을 했고. 홍준표의원은 손 전 지사의 홈피 자유게시판에 ‘3강구도론’을 제기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수해현장과 탄광, 공장과 논밭, 시장과 학교를 오가며 100일간 손 전지사가 경험한 민심대장정 수첩은 ‘민생 4대불안’으로 정리되거나 획기적 국가 체질개선 정책으로 재정리될지도 두고볼 일이다.
“지금처럼 목청 높은 소수가 좌지우지하는 정치로는 안된다”며 “정치인은 말만 하고 국민이 땀흘리던 정치에서 이제는 국민이 말을 하고 정치인이 땀흘리는 정치로 바꿔야한다”고 강조한 손 전지사의 일침에 사뭇 시선이 모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구태정치와 온 몸으로 싸워 생활정치,현장정치,민심정치로 가는데 몸을 던지겠다는 돌아온 ‘HQ’(학규)를 향해 지금 한나라당 유력 두 대선예비주자들의 서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손학규 민심 찾아 3만리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 6월 30일 도지사 이임식을 마치고 향한 곳은 집도 아니고 여의도도 아니었다. 그는 도청직원의 환송을 받으며 정든 도청 정문을 나서 그 길로 배낭 하나 메고 수원역으로 걸어나가 곧바로 새마을호에 몸을 싣고 전남 장성으로 향했다.
그리고 102일째 되는 10월9일 오후 서울역에서 그의 민심찾기 3만리 ‘100일 대장정’은 고단한 여정을 마무리 했다.
6월 30일, 손학규 전지사는 “권력은 (여의도가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더 이상 세몰이나 패거리 정치로 민심과 멀어진 정치가 되어서는 안된다”라며 민심대장정을 시작했다. 국민의 신망을 잃고 표류하는 기성 구태정치를 배격하고 몸으로 국민과 얽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정치를 찾아 나선 대탐험이었다는 설명이다.
102일간 이어진 대장정. 이동 거리만도 총 12,475Km로 3만리가 조금 넘는다. 서울-부산간을 15회 왕복한 거리란다. 이동수단은 대중교통으로 한정됐다. 반드시 노동은 필수. 마을회관, 민가, 여관 등에서 동가식 서가숙을 이어갔다.대장정 내내 더부룩한 머리와 수염, 검게 그을린 얼굴, 작업복과 효자손이 삐죽이 꽂혀있는 배낭과 수첩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손 전지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직업을 경험해 본 사람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자부심이다. 광부, 농부, 축산종사자, 과수농가, 환경미화원, 어부, 사회복지사, 장애인 도우미, 용접공, 도장공, 염색공, 조립공, 제빵직, 항만근로자, 어판장 청소부, 지게차 운전사, 대형마트 판매원, 재래시장 상인, 집배원, 양식업자 등 93개 직업의 노동을 105회에 걸쳐 체험했다는 것.
특히 7월 29일 태백의 경동탄광과 9월 11일 충북 보은의 마로탄광에서는 일반 광부들과 똑같이 지하 수백미터의 막장까지 내려가 4시간, 8시간씩 채탄작업을 벌였다. 반신반의 하던 광부들도 흉내만 내고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노동을 하는 손 전지사를 보고 “세상에 저런 사람을 처음 본다”며 즐겁게 막걸리 잔을 나눴다는 후문이다.
대장정 102일 동안 손 전지사는 51개시, 40개군, 42개면과 21개읍 등 총 154개 마을을 찾았다. 독도는 물론 해남 땅끝마을과 제주도 마라도까지 이어졌다. 대장정과 함께 문을 연 인터넷 홈페이지(www.hq.or.kr)를 주목한 자원봉사 네티즌들의 잇단 수해현장 참여는 꽤 보람거리. 수해지역 자원봉사를 한다는 일정이 홈페이지에 사전 공지되면 온라인으로 자원봉사자가 자연스럽게 모였다. 진주 마호마을, 단양, 강원도 인제에서 총 525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수해복구 작업에 참여했으며 못내 궁금했던 중앙정치마저 소장파 국회의원들의 동참릴레이로 물꼬를 열었다.
그의 대장정에 동참한 국회의원은 강재섭 대표를 비롯해 권오을, 권철현, 안경률, 김학송, 박계동, 임태희, 이방호, 심재철, 최구식,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박승환, 김명주, 정종복, 김기현, 박찬숙, 이계경, 진수희 의원 등 42명이다. 울산에서는 정몽준 의원(무소속)이 대장정 현장에 격려 방문을 했고. 홍준표의원은 손 전 지사의 홈피 자유게시판에 ‘3강구도론’을 제기해 시선을 모았다.
대장정 내내 손 전지사의 수첩엔 민심의 소리가 쌓였다. 그의 수첩은 이제 책상으로 옮겨져 각분야 전문가들의 논의를 더한뒤 국민소통의 정책으로 이어질 차례만 남은 셈. 여의도 정가를 오히려 궁금에 못이겨 쫓아내려오게 했다는 그의 100일 민심대장정이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기대하는 국민속에 어떤 대안으로 다가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