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얼마나 행복할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끝내 경제적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돈이 돈을 벌고 가난이 가난을 낳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우리 국민은 얼마나 행복할까?
◆대학생은 아르바이트에 주부는 부업에
대학생 이씨(23 남)는 등록금 고민에다 취업까지 걱정이다.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후의 미래 또한 빚과 노동에 시달리는 희망 없는 삶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다. 중산층 가정의 자녀들이 언어연수를 다니며 이른바 남들 스펙을 쌓을 때 자신은 빚만 쌓아간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이씨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이다.
주부 이씨(40 여)는 결혼 생활 10년 가까이 되도록 자산은 늘지 않고 집도 구입하지 않았는데 남편의 퇴직 위협이 점점 현실화되는 상황에 잠도 잘 오지 않는다. 이씨는 몇 년 전부터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지만, 자신이 취득한 자격증으로는 겨우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밖에 벌지 못하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상태는 아니다. 이씨는 “노년에 폐지 주워 생계 유지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으려고 자격증은 따고 있지만 한국에선 그저 노력한다고 가난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김씨(38 여) 또한 두 아이를 키우며 가계부채에 허덕이면서 맞벌이를 고심했다. 하지만 자녀 양육하는 동안의 경력 단절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야근이 많은 한국 직장 문화의 특성상 자녀를 키우는 김씨가 취업할 곳도 많지 않았고, 경력이 단절된 주부를 선뜻 받아주는 직장도 많지 않았다. 김씨는 사교육을 거의 받지 않는 자녀들이 교육 혜택을 많이 받은 다른 아이들과 경쟁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크다.
직장인 김씨(45 남)는 학부모가 되고 은퇴 계획을 세워야 할 나이가 다가오는 시점까지 집이 없다는데 대해 강박관념을 느껴 무리한 대출을 안고 내집마련을 했다. 남들이 그동안 많은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것을 흔히 봐왔지만, 망설여왔던 김씨는 남들보다 늦은 내집마련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대출 이자는 점점 높아만 지고 집값은 오히려 떨어져갔다. 부채는 살아갈수록 눈덩이처럼 늘어만 갔다. 전에 없이 생활은 쪼들리고 신경이 날카로워 가족들과 싸움도 잦아지게 됐다.
◆빚은 늘고 직장생활도 팍팍하고
고용불안과 가계부채의 증가, 양극화의 심화가 국민들이 경제적 불행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작년 취업정보 전문업체 잡코리아가 남녀직장인 496명을 대상으로 ‘푸어족 체감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10명중 7명정도인 68.1%가 ‘난 푸어족이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특히 부채가 있는 직장인 254명 중에는 대부분인 81.5%가 ‘푸어족이다’라고 답했고, 부채가 없는 직장인 중에도 54.1%가 스스로를 푸어족이라고 답했다.
빚이 있는 직장인들은 그 원인으로, 20대는 ‘학비와 등록금’, 30대 40대이상의 직장인들은 ‘내집마련’을 가장 많이 꼽았다.
직장인들은 직장을 통해 자아실현과 사회적 소통 등의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 60.9%가 일하는 이유로 단지 ‘돈벌기 위해’라고 답했다. 반면 자아실현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고 답한 직장인은 18.6%로 10명 중 2명에도 못 미쳤다. 현재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낮은 연봉과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이란 응답이 39.7%로 가장 많았고, 지나친 업무량과 잦은 야근으로 심신이 피로해서 15.3%나 됐다.
직장인들은 경제적 불만과 함께 직장환경에 대해서도 만족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환경이 전체적 삶의 질의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들의 경제적 박탈감 심각
국가의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청년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4학년 대학생 2명 중 1명이 스스로 자신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이는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가 최근 전국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남녀 대학생 528명을 대상으로 ‘대학생활 행복 정도’에 관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밝혀진 사실이다.
대학생들의 불행의 원인 또한 돈 때문이 대다수다. 불행의 이유로 학비 마련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는 의견이 응답률 44.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취업에 대한 걱정 때문(36.3%) 생활비 마련에 대한 부담 때문(31.1%)등 주로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다는 의견이 상위에 올랐다.
이번 질문을 통해 대학생들이 한 학기에 수백만 원을 웃도는 등록금 마련이 쉽지 않을뿐더러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개인용돈 및 취업준비 비용 마련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설문에 의하면 4학년 재학생 68.2%가 ‘개인용돈 및 등록금 마련을 위해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답했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학생 중 76.9%는 일 때문에 학업에 지장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부모님으로부터의 지원과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마련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설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현재 본인 앞으로 받은 대출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4학년 재학생 67.6%가 ‘갚아야 할 대출이 있다’고 답했고, 대출을 받은 이유로 ‘학비마련을 위해서’란 의견이 84.6%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현재 4학년 1학기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부채의 정도는 평균 1천1백4십여 만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4학년 2학기에 부족한 등록금을 다시 대출받는다면 졸업을 하는 내년 2월이면 천만 원이 훌쩍 넘는 대출을 앉고 사회에 나가야 하는 셈이다. 즉, 빛나는 졸업장이 아닌, 빚나는 졸업장을 안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출금이 있다고 답한 학생들에게 대출상환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질문한 결과 81.8%가 ‘취업 후 벌어서 갚겠다’고 답했고, 취업 후 대출금을 모두 갚는 상환 기간으로 최소 3년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64.0%(3년 34.6%, 5년 이상 29.5%)에 달했다.
갚아야 할 대출의 액수가 크고 상환 기간도 긴만큼 대학생들이 느끼는 부담감 정도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73.9%가 ‘대출금 상환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한편, 졸업과 동시에 떠안게 되는 대출이 취업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 재학 시절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는 직장인 1447명 중 61.2%가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꼼꼼한 계획과 준비 없이 취업을 했다’고 답했고, 철저한 목표와 계획 없이 취업한 이들 중 57.1%가 결국 ‘조기퇴사로 이어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다른 조사에 의하면 대학생들은 또한, 대학생 10명 중 7명은 경제적인 투자가 있어야 그만큼 취업이 쉽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지출에 자유로운 학생들을 보면 박탈감을 느끼는지 질문에 62.6%의 학생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