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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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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 -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며칠 전 정부는 서울 G20 정상회의 D-100일을 맞아 조용한 점검을 마쳤다. 2009년 9월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축배에 만세삼창을 외치고, 국민들에게 “정상회의 개최는 대한민국이 세계 중심에 서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선언한 지 약 1년만이다. 그간 정부는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라는 범정부기구를 출범시켜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해왔다. 항상 그렇듯 한국은 국력을 집중하여 분에 넘친 행사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의 행사 역시 대과 없이 치를 거라 믿는다. 다만 G20 개최라는 거대한 투자에 따른 수익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모든 국가들이 G20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증대시키려 하듯이 한국도 이번 정상회의를 유치해 의장국으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국운 상승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담대한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의장국으로서 정상회의 개최가 “새로운 국제질서의 창출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으며 한국이 “규칙준수자(rule taker)로부터 규칙제정자(rule setter)로 도약”한다고 천명했다. 나아가 한국은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국격과 브랜드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탈바꿈할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G20 정상회의에 던지는 물음

한국이 이렇게 야심찬 과제를 성취하려면 두 가지 중요한 물음에 먼저 답해야 한다. 첫째, G20 정상회의가 과연 세계경제문제를 다루는 최중요 기구인가? 글로벌 거버넌스에 있어서 G20의 위상은 무엇인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요구된다. 한국정부는 G20 정상회의가 세계경제질서를 관리하고 규칙을 만드는 최상위 협의체이며, 구속력을 갖는 협의를 이끌어내는 기구로 전환하고 있다고 본다. G20는 당초 미국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한시적 협의기구란 성격이 강했으나 피츠버그 정상회의를 거치면서 세계경제 주요 이슈를 논의하고 미래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결정적인 장으로 주목받고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G20은 국제경제협력을 위한 프리미어 포럼(premier forum)으로서 지위를 얻고 있지만 계속 유지될지는 두고보아야 한다. G20은 아직까지는 위기관리제도(crisis institution)적 성격이 강해, 금융시장 안정과 출구전략을 위한 국제공조, 국제금융기구(IFI) 개혁,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개혁 등 이번 세계금융위기 대책 마련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그러나 위기 이후 G20이 어떠한 역할을 담당할 것인지에 대해서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

21세기 국제제도는 국가 이외의 다양한 행위자들이 등장하는 한편, 이슈 영역도 다양화·복합화되면서 행위자들 간의 관계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양태를 담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G20도 네트워크적이고 비공식적이며 임의적 성격을 띠고 있어 향후 제도적 양태나 위상은 변화할 것이다. 또한 미국, 중국, 유럽연합 등 강대국의 G20에 대한 전략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한국이 G20의 의장국으로서 정상회의를 개최한 배경에는 우리의 노력뿐 아니라 초강대국 미국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듯이 G20의 향후는 미국의 향배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G20이 글로벌 거버넌스의 모든 것으로, 혹은 가장 지배적인 것으로 확대해석하는 우를 범해서는 곤란하다. 강대국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다양한 층위에서 전개되는 글로벌 거버넌스 제도들에 촉각을 기울이며 유연하게 G20에 임해야 한다.

둘째, 새로운 국제제도 속에서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가이다. 한국은 올가을 서울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서 합의사항 조정 및 의제설정에서 능력과 리더십을 과시해 세계경제질서의 ‘규칙제정자’가 되려 한다. 그런데 G20 같은 제도 속에서의 경쟁은 군사력과 경제력 같은 전통적 국력 결정요소보다 지식, 기술, 이념 등의 요소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G20은 위기를 계기로 세계경제질서를 재고, 재구상, 재구축(rethink, redesign, rebuild)하는 지식경쟁의 장이다. 따라서 물리적 능력의 한계를 갖고 있는 한국은 지식싸움에 희망을 가질 만하다.

위기 이후 세계경제질서 구축을 놓고 미국, 중국, 유럽이 치열한 지식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초강대국으로서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G20 속에서 일련의 지식체계를 구축, 전파하고 있다. 미국은 위기(crisis)보다는 불황(recession)이란 언어를 써서 현재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의 심각성을 평가절하하고 미국의 상대적 책임을 완화하는 한편, 문제의 근원을 지구불균형(global imbalance)론에서 찾고 있다. 그린스펀과 버냉키로 이어지는 연방준비이사회는 미국의 문제보다는 미국에 대한 중국 및 아시아국가의 과잉수출과 과소소비를 지목하고 있다. 위기극복은 국제공조에 의한 재정지출 증가와 과잉수출국가의 구조조정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반면 유럽은 문제의 근원을 고삐 풀린 미국식 자본주의(신자유주의)의 위기로 보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근본적 교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중국은 선진-개도국간 남북 불균형과 국제통화체제의 불균형을 지목하면서 미국의 지구불균형 공세에 맞서고 있다. 요컨대, G20의 장에서 강대국들은 지구적 시야에서 위기의 원인과 처방에 대한 정교한 이론을 바탕으로 지식경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G20 정상회의에 임하는 한국의 입장은?

반면 한국의 입장은 분명하지 않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이래 일국 차원의 위기극복책에 골몰했을 뿐 지구적 시각에서 문제를 조명하고 고민해본 바 없다. 외환위기 이래 IMF 구조개혁의 모범생이자 신자유주의 개혁의 충실한 추종자였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1999년 G20 재무장관회의 회원국으로 가입하게 되었다. 당시 미국은 동아시아 신흥국으로부터 IMF 개입에 의한 구조조정으로 분노를 사는 처지여서 IMF모델 혹은 미국식 신자유주의모델을 확산하는 기구가 필요했다. 특히 신흥국들이 IMF를 신뢰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외환보유고를 쌓으면서 역내국가들과 안전망을 구축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새 길을 걸으려는 노력들--CMI,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을 목도하면서 신자유주의모델을 세계표준으로 확산하려는 노력을 좀더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G20 재무장관회의를 이끌었다. G20은 선진국들에 의한, 선진국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제도로서 작동한 것이었고, 한국은 그 속에서 모범생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활기찬 시장경제를 추진한다는 목표하에 감세, 탈규제(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외국인 투자유치 활성화 등 신자유주의적 기조를 굳건히 이어갔으나,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선진금융기법이라 해서 월스트리트를 따라 금융선진국이 되려는 노력을 경주해온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성장을 위해 과도하게 해외차입에 의존한 탓에 미국발 위기에 따른 달러화 부족현상에 직면한 것이다. 위기의 원인을 물으면 한국정부는 궁색하다. 빠른 위기극복을 과시해왔으나 왜 타국보다 심각한 위기에 처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개운치 않다. 위기의 원인을 어떻게 보는지, 또 미국의 이론과 처방을 따를지 아니면 유럽이나 중국의 입장을 따를지가 불투명하다.

한국이 G20에서 의미있는 기여를 하려면 지식의 차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지식의 힘은 위와 같은 본질적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과 분석을 통해 해답을 얻어낼 때 만들어질 수 있다. G20에서의 한국의 성공은 밖으로 보이는 깔끔한 모습으로 성취되지 않는다.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 같은 조치보다는 한국 자신이 추구해온 자본주의에 대한 깊은 성찰과 뼈저린 반성, 그리고 대안적 미래를 찾아내는 지식이 축적될 때 비로소 시작된다. 그렇지 않을 때 G20은 일회용 행사에 그칠 것이고 투자수익은 반감될 것이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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