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정기 기자]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열정이 있는 사람이 큰 일을 한다. 한 모임에서 '교육을 디자인하겠다'는 생뚱맞은 주장을 펴는 권영걸 서울예고 교장을 우연히 만났다.
그는 코로나 시대에 뒤바뀐 교육환경이 코로나가 끝나도 쉽사리 돌아가지 않고 변이를 일으킨다고 말한다. 코로나가 100년을 유지해온 교육의 형태와 체제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공중의 매(鷹)가 저 아래 닭을 발견하고 잡아채기 위해 하강하고 있는데 닭은 잠시 후에 전개될 자신의 운명도 모른 채, 병아리들과 목전의 모이나 쪼고 있다”며 학생들을 볼모로 보수 진보 이념논쟁을 펼치는 우리의 교육계를 은유적으로 질타한다.
권영걸 교장은 이력이 범상치가 않다. 서울대 미대 교수 출신으로 서울대 미대 학장과 서울시 부시장 겸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 ㈜한샘 사장, 계원예대 총장을 지냈다. 현재 서울예고 교장과 동서대 석좌교수, 서울대 총동창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학력도 특이하다. 서울대 미대 미술학사, 미국 캘리포니아대 대학원 디자인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건축공학 박사다. 황조근정훈장, 창조경영대상도 받았다.
미술대 디자인전문가를 오세훈 시장이 왜, 디자인서울 총괄본부장(부시장)으로 영입했을까? 이케아의 한국상륙에 대응하기 위해 (주)한샘은 그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교육계(학계) 산업계 관계(官界), 교산관(敎産官)을 넘나들며 가는 곳마다, 하는 일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혁신을 이뤄냈다. 그에게 무언가 비상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미대 교수와 도시행정, 기업경영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울리지 않는다. 생뚱맞아 보인다.
대학교 총장 출신이 서울예고 교장이란 것도 생뚱맞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국민교육헌장이 교육의 지표라고 강조한다. 특히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이 대목이 바로 교육의 지향점이란다. 평준화도 서열화도 모두 잘못됐다는 것이다. 손흥민, 김연아, 방탄소년단, 이세돌 같은 천재들이 바로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한 대표적인 케이스란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발견해 그야말로 "가르칠 교(敎), 기를 육(育)" 교육을 해야 된단다.
디자인의 달인 권영걸 총장은 디자인을 '목적지향의 문제해결 활동'이라고 개념정의를 한다. 쉬운 말로 ‘디자인은 설계’ 인 것이다. 그러니 디자인은 산업에도, 도시에도, 나아가 국가에도 적용된다. 디자인 방법론은 당연히 미래교육에도 적용되는 기법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디자인 중에 제일 중요한 디자인이 사람의 능력과 재능을 채굴하고 발육시키는 ‘교육 디자인’이라고 주장한다. 인생도 디자인 해야 된단다.
교육에 대한 개념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학생들은 교육의 본원적인 목표를 제쳐두고 그저 입시공부에만 열중한다. 입시과목이 교육의 목적과 이념에 부합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의 얘기를 듣던 기자는 본질이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우리 교육도 디자인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을 선출한다. 그에게 서울시 교육감 출마를 물었다.
누구나 교육감에 출마할 수 있습니다. 당당하게 교육감이 되어 후학들을 위해 교육을 멋지게 디자인 한번 해보시는건 어떠신지요?
"아이고, 선거를 아무나 합니까?"
그럼 누가 합니까?
"교육감 선거 TV토론을 본 적이 있는데, 그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교육의 대의와는 거리가 멀어요. 교육은 아예 논의에서 뒷전이고, 정치싸움만 해요. 또 선거비용도 엄청드는데 제가 끼어 들라고요?" 오히려 되묻는다.
선거는 공영제나 다름이 없고 정당공천도 없어서 본인의 교육철학이 확고하고 열정이 있으면 됩니다.
"글쎄요. 교육감은 매력이 있는데 선거과정이 좀 그렇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의논을 해보겠습니다."
권영걸 교장 같은 생뚱맞은(?) 인재들이 교육감이 되면 우리 교육계가 혁신을 거듭하며 제자리를 찾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전국 시.도 교육감을 지방선거에서 직선제로 선출한다. 솔직히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과 학부형들 외엔 관심이 없다. 보통사람들은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난감하다. 많은 사람들이 왜 교육감을 주민 직선제로 선출하는지 그 이유를 몰라한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공천도 없다. 정당처럼 평소에 선거조직을 관리할 수도 없다. 할 수 없이 후보들은 교육계의 양대 조직인 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과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영향력에 기댄다. 결국 선거가 보수-진보 논쟁으로 흘러간다. 그러니 우리 교육이 중심을 잃고 헤매는 모순을 거듭하는 것이다.
잠시 교육계의 여러 아젠다를 놓고 대화를 나눈 후, 기자는 권영걸 교장 같은 보수의 가치와 개혁의 DNA를 함께 갖춘 인재가 '숨어 있다(?)'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뜻을 세워 내년에 교육의 수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