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정기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지난해 12월 23일 황우석 박사(전 서울대 교수)를 상대로 한 상금 반납소송을 예고했다. 과거 유전자 연구로 한국 과학기술계에 한 획을 그었던 황 박사는 2004년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과 함께 상금 3억 원을 받았다.
이후 황 박사는 ▲비윤리적 연구 과정 ▲배아줄기세포 논문조작 등이 문제가 되어 ‘수상 취소 통보’를 받은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수상 취소와 함께 상금반납을 요구 그 납부시한을 지난 12월 22일로 정했으나, 황 박사는 반납을 거부하고 있다.
황우석 “서훈 취소 부당…상금 기부”
반납을 거부한 황 박사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 먼저 서훈 취소의 부당함을 주장한다.
황 박사는 2004년 수상의 근거에 대해 “나와 서울대 수의대학 연구팀이 수립한 줄기세포주 기술이 인정받으며 시상한 것”이라며 “이른바 ‘황우석 사태’로 국가적 논란을 일으키고 기술 자체를 홀대했으나 10년 이상 경과한 다음 오히려 미국과 캐나다 특허청에서 인정받게 되었다” 주장한다.
수상의 근거가 되었던, 연구 성과에 대해서 이미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은 만큼 “취소 자체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황 박사는 지난해 11월 24일 과기정통부에 보낸 의견서를 통해 “상금을 받은 2004년에 국가기초기술연구회(현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전액 그대로’ 기증함으로써 이미 국가에 반납한 것과 같다”라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2016년 법적근거 마련…올 10월에야 취소
과기정통부는 이에 대해 ‘소송도 불사한다’라는 입장이다. 이미 22일로 독촉기한이 지난 만큼 이제 더 이상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것. 정부는 황 박사를 상대로 한 소송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정부의 이번 대처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황 박사의 수상 취소가 결정된 것은 2005년 ‘논문조작 논란’ 이후인 2006년이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종합심사위원회’ 의견을 모아 황 박사에 대한 모든 포상을 취소하기로 결정 같은 해 5월 행정안전부에 공문을 보냈다. 행안부가 법령에 따라 포상을 취소한 것은 그해 7월, 그럼에도 법적 근거 미비로 ‘최고과학기술인상’은 취소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당시에는 상훈법상 취소제도를 정부 표창(시상)으로까지 확대 · 적용하기 위한 근거가 없었다는 것. 법적 제도 보완은 2016년 11월 22일 정부표창규정 개정(정부 표창 취소에 관한 근거 신설 · 법 개정 이전까지 소급 가능)과 함께 이뤄졌다.
오락가락 정부 ‘논란 키웠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7월까지도 이런 사실을 몰랐다.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이 같은 달 “황 박사의 수상이 취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과기정통부는 7월 17일 “2006년 취소했다” 답했다가 23일 “취소되지 않았다”고 답변을 정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결국, 수상 취소는 지난해 10월에야 시작됐고, 과기정통부는 “2020년 12월 22일까지 상금을 반환하라”고 황 박사에게 통보했다.
황 박사의 반납 거부로 결국 정부는 사상 초유의 ‘상금반납’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과학계 일각에서는 “정부 스스로 망신살을 자초했다” 비판한다. 행안부와 과기부의 엇박자도 비판 대상이다.
한 대학교수는 “행안부와 과기정통부의 홈페이지만 비교해도 한곳에는 황 박사의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이 이력으로 표기되어 있고, 다른 곳에는 빠져있다”라며 “법적 근거도 없이 여론에 따라 무조건 수상을 취소하고 16년이 지나 상금을 반환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말한다.
황 박사의 ‘비윤리적 연구행위와 논문조작’이라는 치명적인 결함은 인정하나 “여론에 좌지우지하며 과학기술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지적하기도 한다.
법조계 입장은 다르다. “수상 취소 자체에 대한 위법성을 주장할 수는 있어도 상훈 자체가 취소됐다면 반납하는 게 맞다”는 것. 기부행위 자체는 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황 전 교수가 낸 기부금을 법적으로 돌려줘야 할 의무는 없다’는 주장이 많다.